▲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에도 교수들은 지속적으로 B 교수에게 '사회 법정까지 가지 말자'고 권면하고 있지만, 양측은 결국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위 사진은 사건과 관계 없음)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A신학대학교 B 교수가 제자에게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의혹 보도 후, A신학대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학교 안에서는 "언론이 나서서 문제를 보도할 때까지 학교는 뭘 했나"며 학교의 대응 미숙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피해자 측은 의도적으로 B 교수와 A신학대를 망신 주려는 게 아니라, 당사자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일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피해자 C 씨는 올해 1월, 가까이 알고 지내던 D 교수에게 B 교수와 관련된 일들을 털어놓았다.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사건을 인지한 A신학대 교수들은 마태복음 18장 15~17절에 근거해' 중재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교수 10명이 학교에 제출한 청원서에 따르면, 이들은 B 교수를 만나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교수직을 내려놓는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하라고 권면했다고 한다. 5월에도 두 차례 B 교수를 만나 결단하라며 충분히 시간을 줬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중재 실패 책임이 B 교수에게 있다고 말한다. "B 교수가 처음에는 감정적인 사랑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하다가, 교수들이 증거를 제시하자 신학과 예술의 이름으로 성인들끼리 상호 동의하에 가진 순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고 교수직을 계속 수행할 의지를 보였다"면서 B 교수에게 '개전의 정'이 없다고 강변했다.

B 교수 입장은 청원서 내용과 다르다. 그는 <뉴스앤조이>에 "C 씨와 성적 관계는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복수의 학교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B 교수는 총장 등 학교 고위 관계자에게도 이와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수차례 '회개' 요구했지만 변명으로 일관"…"성관계 없었다"

교수 10명이 제출한 청원서는 접수되었지만, 학교 차원의 정식 징계 절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이 문제는 6월 중순 열리는 이사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 관계자는 징계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하면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것이라며 은폐하거나 늑장을 부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학교에 징계 의지가 없는 게 아니다. 봐줄 게 있고 봐주지 못할 게 있다"고 말했다.

학교 징계와는 별도로 피해자 측은 8일 오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형사고발장을 제출했다. B 교수에게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고발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B 교수도 단호하다. 학교 관계자는 "(B 교수가) 명예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대단히 크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제 식구 감싸기' 비난받았던 서울대, 홍역 치른 후 발 빠른 대응

교수들의 성 스캔들은 지난해 초 사회 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2014년 말, 서울대학교 강석진 교수(수리과학부)는 10년 동안 여러 명의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피해 여성들은 '피해자 X'라는 모임을 결성해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대법원은 2016년 1월, 강 교수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의 확정판결을 내렸다.

사건 초기 서울대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강 교수는 언론이 이 사건을 앞다투어 보도하자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서울대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표를 수리하려 했다가 논란이 되자 이를 철회했다. 교수직을 자진 사퇴할 경우 재취업과 연금 수령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강 교수 사건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5년 2월, 서울대학교 박오수 교수(경영대)도 제자들에게 수년 동안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는 서울대는 발 빠르게 진상 조사에 착수하며 먼저 박 교수 수업을 모두 배제했다. 서울대는 문제 제기 4개월 만인 2015년 6월, 박 교수에게 최고 수준 징계인 '파면'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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