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1853년, 개신교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목사가 탄생했다. 100년 뒤인 1954년, 한국은 최덕지 전도사에게 안수를 주며 여성 목사 시대를 열었다. 이미 60여 년 전 여성 목사가 나왔지만, 여전히 일부 교단은 여성에게 목사 타이틀을 주고 있지 않다.

총신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신대원 여학우가 모인 자리에서 박유미 전 총신대 교수는 "여성 목사 안수를 열어 달라"고 기도했다. 설교자였던 김영우 총장은 "여성 안수라는 보루가 무너지면 성경적 신앙의 보루가 무너진다"며 이들의 기도를 전면 부정했다. 이후 총신대에서 여성 관련 과목이 폐지되거나 여성 강사가 강단에 서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방인성·박득훈·백종국·윤경아)는 6월 2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여성 안수, 신학적 확신에 도전하다'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패널로 박유미 교수(전 총신대 구약학),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 임희국 교수(장신대 교회사), 강호숙 교수(전 총신대 교회여성리더십)가 나왔다. 주제가 주제였던지 청중들 중에는 여성이 많았다.

포럼은 개혁연대 방인성 목사 인사말로 시작했다. 방 목사는 성경무오설을 철저히 믿는 재건교회에서 첫 여성 목사가 나온 사실을 언급하며 아직까지 합동과 합신에서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일부 교단에서 주장하는 여성 안수 거부 명제가 종교개혁 정신과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성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안수 행위에 대단한 권위를 부여하는 행위는 종교의 틀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포럼이 여성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주고 한국교회를 개혁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 여성 안수와 관련된 포럼이 열렸다. 패널로 새학기를 한 달 앞두고, 총신대에서 강의를 하지 못하게 된 박유미, 강호숙 교수가 참가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드보라는 예외가 아니다

첫 발제를 맡은 박유미 교수는 여성 헤드십이 창조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총신대의 주장을 반박했다. 구약에 등장하는 미리암 선지자, 사사 드보라, 훌다 선지자, 아벨의 지혜 여성을 근거로 들었다. 박 교수는 이들이 일부 교계가 주장하듯, 남성을 옆에서 보필하는 자리에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정치적, 군사적, 영적 지도자 역할을 감당했다고 했다.

드보라는 전쟁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장군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일각에서는 드보라 대신 전쟁터에 직접 나간 바락을 사사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맞지 않는 말이라고 했다. 드보라가 바락을 권면한 일도 그녀가 영적 지도자라는 근거로 삼았다. 성경에는 드보라가 바락을 질책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이 점을 바락이 드보라를 사사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 보았다.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은 아벨의 지혜 여성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요압을 훈계했다. 성경에서 요압은 지혜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잘못을 세 번 부인하는데, 박 교수는 요압의 반응이 곧 지혜 여성의 공격에 당황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다윗의 명령에도 자신의뜻을 꺾지 않는 요압이 지혜 여성의 말에 순복하는 모습에서 그를 지도자로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총신의 일부 교수들은 아직도 드보라를 예외적인 인물로 보고 그녀를 여성 안수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는 드보라를 사사로 세우신 여호와께서 자신이 세우신 원리를 백지화시키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드보라를 세우신 것을 하나님의 실수라고 말해야 한다."

▲ 박유미 교수는 발제를 시작하기 전, "그때 제가 기도한 사람입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말 총신대 신학원 여학우들이 모인 예배 자리에서 "여성 안수를 열어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침묵하라는 말, 여성 입막음 위한 것 아니다

조석민 교수는 신약성서에 나오는 바울의 여성관을 설명했다. 흔히 한국교회가 여성의 입을 막는 근거로 사용하는 "잠잠하라"는 구절은 바울의 기술 목적과는 다르게 해석되었다고 지적했다. 고린도전서 14장, 디모데전서 2장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적용되는 권면으로, 남성들이 예배 중 조용히 하는 것처럼 여성도 침묵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여성 목사 안수를 부인하는 일은 성경 본문을 잘못된 캐치 프레이즈에 내걸고 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바울이 교회 안에서 여성 리더십에 제약을 두지 않은 점도 짚었다. 디모데전서 3장에서 바울이 집사 자격을 교훈할 때 성차별적으로 남자로만 제한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자 집사의 자격을 논한 후 곧 이어 여자 집사도 남자 집사와 동일하게 가르친다고 언급했다. 로마서 16장에서 뵈뵈, 겐그레아 등 여성 사역자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한 점도 여성 리더십에 제한이 없었음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임희국 교수는 장로교회사에 나타난 여성 안수 운동을 다뤘다. 1933년 장로교회 여성들이 교회 운영의 남녀동등권을 주장하며 장로 안수를 주장했다. 총회는 여성 참정권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여성들은 이듬해 장로뿐 아니라 목사 자격을 부여하라고 청원했다. 이를 지지하는 남성 목사들도 있었지만, 이들의 주장을 여권 문제가 아니라 "여자는 조용히 하라"고 말한 성경에 대한 도전이라고 받아들이며 마무리됐다.

여성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장로교에서 여성들이 이뤄 낸 공로는 크다. 장로교가 1938년에 신사참배를 결의해 개신교를 무너뜨릴 때, 한국장로교여전도회연합회는 총회의 신사참배 결의에 순복하지 않았다. 회장 최덕지는 신사참배에 불참할 것을 선언하기도 했다.

▲ 강호숙 교수는 교회 안에 사라진 하나님의 여성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우리에게 여성의 하나님을 돌려 달라"

마지막 발제는 강호숙 교수가 맡았다. 그는 남녀 파트너십의 필요성과 실천 과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강 교수는 남성화된 하나님으로 물든 교회를 비판했다. 여성이 갖고 있는 장점이 발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수직적이고 이성의 힘만 강조해 메마르게 됐다고 했다. 대신 여성이 갖고 있는 직감적이고, 위로와 격려가 넘치는 문화, 사랑으로 포용하는 분위기로 전환해 하나님이 여성에게 준 은사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을 감정적이라고 비하하지 말고 여성의 하나님을 돌려 달라고 말했다.

남성 중심의 교회로는 현재 한국교회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신학교에 성 윤리를 다루는 과목이 없고, 여성들은 교회 안에서 치유받을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 케이스를 언급하면서 피해 여성이 강대상 위에서 설교하는 전 목사를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강호숙 교수는 남녀 파트너십은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게 아니라 인간 창조의 원리임을 강조했다. 남녀 모두가 하나님에게서 난 사람으로서,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로 서로를 봐야 한다고 했다. 예수님은 여성을 수단화하고 열등하게 취급하는 문화 속에서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했음을 언급했다.

한국교회가 여성을 굴종시켜 남성 아래에 두려는 자세보다 나로 인해 너가 있고, 너로 인해 내가 있다는 자세를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회 내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기질들이 모여서 더욱 풍성한 하나님나라를 이뤄 갈 수 있기 때문에 여성 안수가 금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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