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2016년 퀴어 문화 축제가 6월 11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독교계의 반발은 거세다. 한국 교계는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광장 맞은편 대한문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동성애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한마음으로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논의를 더 오래 진행해 온 미국 교계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한국에도 2015년부터 동성애 관련 서적이 여러 권 출간됐다. 그중 전혀 다른 관점을 담고 있는 책 세 권을 소개한다.

▲ 동성애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는 책 세 권을 소개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동성애는 창조질서 파괴하는 사탄의 한 수"

제일 먼저 소개할 책은 이태희 변호사가 쓴 <동성애가 바꿔 버릴 세상, 세계관 전쟁>(두란노)이다. 이태희 변호사는 온누리교회 부목사 출신으로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 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법무법인 산지에서 근무하는 현직 변호사다.

그는 동성애가 하나님을 인정하는 기독교 세계관과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인본주의(자연주의) 세계관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지점이라고 소개한다. 그뿐 아니라 "동성애는 자유, 평등,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사탄의 한 수"라고 말한다. 기독교인이라면 이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직접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변호사는 영적 전쟁을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 소개한다. 세계관·문화·입법이다. 선악과를 따 먹은 하와를 예로 들며 세계관 전쟁이 태초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인본주의 세계관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아이들에게 반감 없이 주입되고 있다고 봤다. 세계관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이유도 이렇게 소리 없이 스며드는 문화와 관련 있다고 했다.

"기독교 세계관과 인본주의 세계관이 서로 충돌하고 갈등하는 시대에 우리 교회가 기독교 세계관으로 무장하여 진정 소금과 빛의 사명을 감당하기 시작한다면 문화가 회복될 것이다. 문화가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교회가 부흥하게 될 것이다. 교회가 부흥하면 세상이 회복되고 샬롬을 이루어 가기 시작할 것이다." (94쪽)

▲ <동성애가 바꿔 버릴 세상, 세계관 전쟁>(두란노 펴냄 / 320쪽 / 1만 6,000원) 저자 이태희 변호사는 온누리교회 부목사 출신이다. 뉴욕 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저자인 이태희 변호사는 미국 동성 결혼 합법화를 예로 들며 반기독교적인 세계관이 입법 전쟁을 통해 우리 삶에 뿌리내리게 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서구 사회가 동성 결혼 제도 합법화에 이르기 전 시민 결합을 허락하는 생활동반자법을 먼저 허락했다며 이 법 또한 가족제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동성애자는 환영, 동성 간 성행위는 반대

<동성애에 대한 복음주의의 응답: 환영과 거절 사이에서>(새물결플러스)는 5월 25일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이 책의 논지는 <동성애가 바꿔 버릴 세상, 세계관 전쟁>과 다르다.

저자 스탠리 J. 그렌츠(Stanley J. Grenz)는 캐나다 캐리신학교와 리젠트대학교에서 신학 및 윤리학 교수로 재직했고 미국 노던침례신학교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18년 전 출간한 책이지만 지금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는 분명히 있다.

▲ <환영과 거절 사이에서> / 스탠리 J. 그렌츠 지음 / 김대중 옮김 / 새물결플러스 펴냄 / 312쪽 / 1만 5,000 ⓒ뉴스앤조이 이용필

<환영과 거절 사이에서>는 원서 제목 <환영하지만 긍정하지 않는>(Welcoming but not Affirming)이 시사하는 것처럼 기독교가 동성애를 온전히 긍정하는 것에는 반대하면서도 동성애자들이 교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동성애와 교회를 둘러싼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제를 여러 단계를 거쳐 분석한다.

그렌츠 교수는 먼저 과학·의학적인 관점에서 동성애가 선천적인지 학습되는 것인지 설명한다. 이후 주해를 곁들여 성경이 말하는 동성애를 다루고 역사적으로 교회가 동성애, 특히 남자 동성애에만 집중했던 사실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이 부분과 관련해 성경을 해석하는 다른 관점을 보여 줌으로 동성애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 준다.

동성 간 성행위가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입장은 분명하다. 기독교윤리학자인 그렌츠 교수는 기독교 성 윤리 관점에서 동성끼리 성행위는 두 명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드러내는 이성 간 성교의 상징적 측면이 결핍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동성애자가 이상향으로 삼아야 할 생활은 (이성과의) 결혼 또는 금욕적인 독신 생활이라고 주장한다.

"성경적인 이해에 따르면, 성교는 성적 존재인 두 사람이 한 육체로 연합하는 행위와 관련된다. 그것은 두 사람이 그들 존재의 가장 깊은 수준에서 하나가 되는 행동을 표상한다(예. 창 2:23-24; 마 19:4-6). 그 결과 성행위는 오르가즘에 이르는 경험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실제로 오르가즘은 성교와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자위나 타인에 의한 수음[手淫]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성행위의 기능은, 두 남녀가 새로운 한 연합체로 결합됨을 상징하는 것이다. 의식 행위인 성교는 그것이 상징하는 바, 두 성이 하나로 연합함을 육체적으로 (그래서 현존하도록)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181쪽)

<환영과 거절 사이에서>는 <동성애가 바꿔 버릴 세상, 세계관 전쟁>처럼 '동성애 반대'라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는다. 다만 교회가 환대 공동체지만 모든 것을 긍정할 수는 없는 공동체라고 설명한다.

교회들이여, 성 소수자를 인정하라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잭 로저스(Jack Rogers)의 <예수, 성경, 동성애>(한국기독교연구소)다. 저자 잭 로저스는 미국장로교회 총회장을 지냈고 샌프란시스코신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2006년 출간된 이 책은 2014년 미국장로교회(PCUSA)가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 <예수, 성경, 동성애> / 잭 로저스 지음 / 조경희 옮김 /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 / 336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 이용필

로저스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살면서 직접 만난 기독교인 동성애자들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씩 동성애에서 탈출하기 위해 '엑스-게이' 운동에 헌신했던 성 소수자들과의 경험을 들려 준다. 그가 만난 성 소수자들은 이렇게 긴 과정에도 결국 자신들의 노력과 상관없이 성적 지향은 바꿀 수 없는 것을 확인한 이들이었다.

이 책은 앞서 소개한 두 책보다 한발 더 나간다. 교회가 성 소수자를 정죄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뿐 아니라 신학적 해석을 곁들여 기독교인 성 소수자가 건강한 동성 관계를 유지한다면 교회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동안 교회가 자신들의 잘못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떻게 성경을 오용했는지 지적하는 것에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흑인 노예제, 인종 분리제, 여성 억압, 이혼과 재혼 등 지금은 괜찮지만 과거 교회에서 정죄하던 이슈가 어떤 신학적인 해석으로 정당화됐는지 설명한다.

이 책이 쓰인 시점은 미국장로교회가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을 때다. 따라서 책의 후반부는 미국장로교회에 하고 싶은 건의가 담겨 있다. 교회가 성 소수자에게 행한 잘못을 사과하고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헌법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

<동성애가 바꿔 버릴 세상, 세계관 전쟁>, <동성애에 대한 복음주의의 응답: 환영과 거절 사이에서>, <예수, 성경, 동성애>는 동성애에 대한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세 책은 동성애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알아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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