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김명용 총장) 학보사 학생들이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망 사고에 대해 정부와 서울메트로를 규탄하는 성명을 6월 2일 발표했다.

장신대 학생들은 이번 구의역 사고가 자본과 효율의 논리 속에 인간의 생명이 묻혀 버린 사건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로 교훈을 얻었음에도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돈 앞에 희생당하는, 성경의 가르침과 반대되는 일이 또다시 일어났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앞으로 신학생으로서 생명 존중에 반하는 어떠한 문화와 현상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한 청년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린 이번 사건은 '구조적 타살'로 규정했다. 이들은 이것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대한민국 국민이 마주해야 할 현실이라고 보았다. 수많은 참사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안전 관리 시스템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음당하는 것에 대해 기업과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지난달 28일 본교에서 멀지 않은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 도어 정비 업체 직원 19살 청년이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3년 1월 성수역, 2015년 8월 강남역에서도 이와 같은 사고가 있었음에도 정부와 서울메트로는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대해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구의역에서 또 다른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이 어린 청년은 왜 죽어야 했는가? 도대체 이 청년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의 문제를 자본과 효율의 논리로 취급해 온 서울메트로의 반(反)생명적 운영 방식과, 수차례 반복된 안전사고에 미온하게 대처해 온 책임자들을 다음과 같이 규탄하는 바이다.

"더 이상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지 마라"

너는 가난한 자의 송사라고 정의를 굽게 하지 말며 거짓 일을 멀리 하며 무죄한 자와 의로운 자를 죽이지 말라(출 23:6~7)

하나. 우리는 신학생으로서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의 문제가 지극히 자본과 효율의 논리로 다뤄지는 모든 사회적 인식과 제도에 규탄한다. 이년 전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반(反)생명적 문화의 참담한 결말을 목도했으며, 이와 같은 세태가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 것임을 통감했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는 신학생으로서 모든 생명을 존중하며, 이에 반하는 어떠한 문화와 현상도 거부한다. 수차례 노동자의 죽음을 목격했음에도 안전 업무 외주화를 고집했던 서울메트로의 운영 방침은 분명히 기독교적 생명 윤리에 반하는 것이다. 우리는 신학생으로서 이 사회의 올바른 생명 가치 회복을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꿈 많은 19살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간 구조에 규탄한다. 구의역 수리공의 죽음은 개인 과실이 아니라 구조 악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다. 우리는 실업 문제로 고통받고 일자리를 찾아 안전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청년들을 보면서 일 때문에 인간의 존엄, 곧 생명과 직결된 안전의 문제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우리는 피해자 김 군(19)의 사망에 책임 있는 서울메트로의 유가족 보상안 마련과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 노동자 직접 고용 및 안전 관리 직영화를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원청 기업(대기업)-하청 업체(소규모 사업장)' 또는 '정규직-비정규직'의 계급적인 구조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사고를 방관해 온 정부를 규탄한다. 이번 사고로 죽은 노동자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이었으며, 안전 문제에 주목하지 않았던 정부는 결국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 것이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끊임없이 안전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한민국의 안전 관리 시스템에 분개한다. 더는 무고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사람은
이 세상에 살아가라고 태어났다.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일한다.
삶은 일에 앞선다.
일은 삶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삶은 어떠한가?
일이 삶을 앞서지 않는가?
일을 위해 삶을 살아가라고 강요하지 않는가?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하는 이들이
정작 일을 위해 살도록 강요받는다.
 
그리고
일 때문에 삶을 놓아버린다.
일 때문에 숨을 멈춘다.
일 때문에 피를 흘린다.
안 흘려도 될 그 피.
안 멈춰도 될 그 숨.
 
한 생명은
작업 효율보다 더,
인건비보다 더,
천하보다 더 귀하다.
 
2016년 6월 2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춘추 기자 일동
한승민, 정상우, 홍달성, 진원미, 서현우, 이다니엘, 윤형배, 유주안, 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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