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장 선출 문제로 시작된 한신대 내부 갈등이 두 달 넘게 이어졌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남구현 교수는 4자협의회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사진 제공 김진모)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신대가 총장 선출 문제로 두 달 넘게 내홍을 겪고 있다. 학생들은 이사회의 총장 선출에 반발하며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학생과 교수들이 사전 투표로 뽑은 1‧2 순위가 아닌 3순위 후보가 총장에 선출됐기 때문이다.

평교수들의 대의 기구인 교수협의회도 총장 선출을 문제 삼고 있다. 이사회가 3순위 후보를 선출하게 된 배경 설명 없이 '권한'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남구현 교수는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무시하고, 이사회가 납득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며 5월 31일부로 단식에 돌입했다.

남 교수는, 이사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한 고소 2건이 남아 있다며 고소와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4자협의회 개최, 총장 선출 문제와 관련해 특위를 구성하자고 했다. 또, 학교 구조조정 문제로 교수들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며 강의 시수, 학과 조교 제도 복원도 요구했다.

아래는 남구현 교수 입장문.

단식에 들어가며

3월 31일 이사회에서 새로운 총장을 선출한 이후 두 달이 지나갔습니다. 한 학기를 되돌아보면, 이사회의 결정이 있기 전에는 총장 후보 선출을 위해 공청회, 총투표를 진행하며 희망찬 미래를 그릴 수 있었던 시기가 짧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사회의 결정 이후에는 분노, 점거, 농성, 고소, 소환, 징계, 소송으로 이어지는 혼란스러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으며, 아무도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학교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지금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배처럼 되었습니다.

되돌아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교수 학생의 총투표 결과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총장 후보가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총장으로 선출되었다면, 총장 직선제가 초미의 쟁점으로 떠오른 지금 시기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며 "역시 한신대가 다르다"는 칭송을 받을 뻔하였습니다. 3월 한 달은 교수 학생 총투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선거 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한 교수회의 서면 결의, 후보들의 공청회, 교수 학생의 총투표로 63%의 지지를 받은 총장 후보가 선출되기까지 숨 가쁘게 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수렴되어 민주적인 총장이 선출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사회가 3월 말 학내 절차를 통해 추천되지도 않은 3위의 후보를 총장으로 선출하면서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이사회 당일 분노하여 해명할 것을 요구하는 학생들에 의해 이사들의 귀가가 저지되었고, 법인에 의한 경찰 동원과 물리적인 대치, 학생들에 대한 고소, 징계가 이어졌습니다. 학부모님들까지 항의에 나서고 여론이 악화되자 이사회는 고소를 취하했다고 하였으나, 사실상 고소는 3건이었고 2건은 남아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남은 2건은 이사회가 아니라 법인 이름으로 되어 있다는데, '학교법인 한신학원'에 이사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법인이 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총장 선출과 관련된 논란의 중심에는 이사회가 있습니다. 해명할 것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 "총장 선출은 이사회의 권한"이라는 말 이외에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권한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것이며, 권한이 남용되지는 않았는지, 내려진 결정들이 절차와 내용에 있어 문제는 없는지 등 따져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던져지고 있는 질문은 권한의 소재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그 권한을 사용함에 있어서의 적절함에 대한 질문인데, 이사회 권한이라는 것만 반복하는 것은 사실상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최종 결정권은 이사회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 권한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한편 총장 후보 선출을 주관한 교수협의회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임의 기구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는 학칙에 규정되어 있는 학칙 기구입니다. 교수협의회는 지난 20여년간 총장 후보 선출을 주관하여 왔으며, 이번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규정에 따라 권한과 책임을 다한 것입니다. 평교수들의 대의 기구인 교수협의회에 대한 이사회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대화와 토론이 아니라 물리적, 법적인 대치로 치닫는 지금의 일련의 과정들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이사회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했으며, 소통하려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지금 이사회는 교회법과 사회법 양쪽에서 총장 선출과 관련된 적법성 문제로 소송이 제기되는 등 각종 추문에 휩싸여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지금 어느 때보다 학내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교수협의회는 4자협의회를 개최하고 특위를 구성하여 총장 선출 관련 문제, 재정 문제 등 학내 현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으나 학교 당국이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4주체 중 한 주체가 소집을 요구하면 개최해야 한다는 4자협의회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다시 한 번 엄중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학교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오길승 교수님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평소에 지병이 있으셨다지만, 이번 학기에 오길승 교수님의 수업 부담은 주 16시간에 이르렀고, 주변에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이는 강의 의무 시수가 연 21시간으로 증가하였고, 학과 조교 폐지 등으로 업무가 증대했기 때문으로 오길승 교수님 뿐 아니라 모든 교수가 고통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교육, 연구와 관련된 부분은 건드리지 말라는 교수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진행된 구조조정의 결과입니다. 재정상의 어려움이 항상 이유로 등장했지만, 우리는 왜 수백억이 넘는 학교 재정이 도서관 4층 휴게 공간, 중앙 냉난방 등 불요불급한 건축 사업에 지출되며 고갈되었는지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총장 권한을 내세우며 진행되었던 일방적인 학교 운영의 결과로 학교 교육은 파탄에 이르고 교수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교협 공동의장직을 2년간 수행하면서 총장 후보 선출 과정에는 새로운 선출 방식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또 그 이전에는 휴먼서비스대학 선출 학장직을 2년간 수행하면서 일방적인 학내 구조 조정에 대해 맞서 학장안을 만드는 과정에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고, 사태가 급박한 만큼 이번에는 긴급하다고 생각되는 사안들을 중심으로 아래와 같이 요구합니다.

1. 학생 고소‧징계 완전 철회

1. 4자협의회 개최, 특위 구성

1. 강의 시수, 학과 조교 제도 복원

2016년 5월 31일
한신대학교 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남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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