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으로 말하는 진리> / 한재술 지음 / 그책의사람들 펴냄 / 119쪽 / 6,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성경에는 '말'에 대한 구절이 많이 나온다. 말의 중요성을 새삼 지적할 필요는 없으리라. 겸손의 대명사 '낙타 무릎' 야고보 사도가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약 3:8)고 단언했을 정도다. 예수께서도 말씀하셨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마 15:11)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여자가 하루에 사용하는 단어 수는 7,000~5만 개, 남자의 경우에는 2,000~2만 5,000개 정도라고 한다. 사람이 하루에 이렇게 말을 많이 한다면, 좋은 태도로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말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은 "원수를 사랑하라"(마 5:44)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준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말'을 주제로 한 제대로 된 책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를 논하는 자기 계발서만 난무한다. 기독교 서적 중에도 말을 조언하는 책이 있지만, 실제로 어떤 식으로 '말맛'을 길들일 것인지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책은 흔치 않다. 마침 짤막하면서도 '말맛'의 핵심을 짚고 있는 책이 지난달 출간됐다. <사랑으로 말하는 진리>(그책의사람들)이다.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특강 소요리문답>(흑곰북스) 저자 황희상 목사는 "말맛에 관한 최고의 책"(6쪽)이라고 추천사를 썼다. 그의 말처럼 <사랑으로 말하는 진리>가 "말맛에 관한" 최고의 책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119쪽의 얇은 분량, 단돈 6,000원에 이 정도 내용을 담고 있다면 적어도 책값은 톡톡히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우리가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면서 반드시 걸고 넘어가야 할 '말 문제'를 다루고 있다. '깨끗한 음식을 깨끗한 그릇에, 좋은 말을 좋은 태도'에 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이 단순히 말만이 아닌 태도 문제도 같이 짚고 있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다음 구절이 지향하는 바를 잘 드러낸다.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 (엡 4:29)

▲ 덕을 세우고, 은혜를 끼치는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말이 빚어낸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낳는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장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말맛', 2장 '의견 대립이 있거나 어떤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3장 '덕을 세우고 은혜를 끼치기 위해'. 1장에서는 실제 말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짚는다.

저자는 무엇을 말하느냐, 어떻게 말하느냐 둘 다 중요하다고 하면서 조사와 부사에 따라 달라지는 말맛에 초점을 둔다. 이를테면 "기도를 열심히 해", "기도는 열심히 해", "기도도 열심히 해", "기도나 열심히 해"라는 문장을 예시로 던진 다음, 조언을 곁들인다.

"'기도는 열심히 해'에서 '는'은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은'이라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중략) 이 문장 앞뒤로 어떤 이야기가 오느냐에 따라 좋게 보는 이야기일 수 있고, 비아냥거리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중략) 미묘한 차이지만 판단을 받는 입장에서, 더욱이 말에 민감할수록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기에 '기도를 열심히 해'와 같이 되도록 중립에 가까운 표현을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26~27쪽)

쉽게 말하면 덜 자극적으로, 상대 입장을 고려해 말하라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고,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듣기'로 정리할 수 있다.

부사 중에도 부정적인 뉘앙스를 불러오는 단어가 있다. '항상', '원래', '다' 같은 부사다. 이런 부사를 구사할 상황도 있겠지만 내뱉는 말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고, 관계가 틀어진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저자의 충고처럼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

2장에서는 '의견 대립이 있거나 어떤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기독교인은 성경에 기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마음가짐과 태도 문제를 다룬다. 3장은 기독교인의 말과 행동이 '덕을 세우고 은혜를 끼치기 위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제언하고 독려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기독교인이 받은 '은혜'를 상기하고, 기독교인의 표지로 '사랑'을 제시하면서, 기독교인이라면 자신이 붙들고 있는 진리가 지시하는 방향성을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저의 죄와 실수를 써야 했기에 너무 창피했습니다"(116쪽)라고 고백한다. '글을 열며'에 나와 있는 청년 시절 말실수 경험을 비롯해 책 곳곳에 녹아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진솔해 울림이 크다. 얇은 분량이지만 기독교인의 삶에 대해 단순하면서도 실질적인 조언을 담고 있으며, 따뜻함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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