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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크로마뇽인을 만드셨나요?"
과학과 신학 사이에 '다리 놓는 사람들'이 필요한 이유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6.05.2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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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과 신학 사이에는 '다리'가 필요하다. <창조의 본성>을 번역한 장재호 목사와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저자 우종학 교수가 '창조'를 주제로 과학과 신학의 만남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1. 주기도문 첫 마디,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서 '하늘'은 어디를 말할까? 성층권? 대류권? 그렇다면 하나님은 지구 대기권에 계신다는 말일까?

#2. 창세기 1장 2절은 '하나님의 신'이 수면에 운행하셨다고 한다. 수면이 있으려면 땅이 있고 물이 있고 중력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된 걸까? '빛' 이전에 물과 땅과 중력이 있었다는 걸까?

#3.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해서 빛이 있었다. 하나님이 '소리'를 내셨다는 얘기일까? 소리가 나려면 공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럼 공기를 먼저 만드셨다는 얘기일까?

우종학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가 던진 질문이다. 성경 말씀을 믿자니 과학을 부정하는 사람 같고, 성경 말씀을 '비유' 내지 '설화'라고 하자니 신앙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흥미롭고 실제적인 질문이다.

이 질문들은 5월 24일, 서울 종교교회에서 열린 <창조의 본성>(두리반) 번역 기념 북 콘서트에서 나왔다. 역자 장재호 목사와 우종학 교수가 '성서와 과학 사이에 다리 놓기'라는 주제로 인간 이성과 성서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머리를 맞댔다.

크레아티오 엑스 니힐로 vs. 크레아티오 콘티뉴아

우종학 교수는 과학과 신학의 관계를 보는 네 가지 관점이 있다고 했다. 과학과 신학이 상충하는 '갈등적' 구조라는 관점, 과학과 신학은 상관관계가 없이 '독립적'이라는 관점, 과학과 신학은 하나라는 '통합적' 관점, 둘 사이에 '다리 놓기'가 필요하다고 보는 관점이 있다고 했다.

우종학 교수는 과학을 창조 섭리에 맞춰 해석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창조과학'은 통합적 관점에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창조 섭리를 과학을 빌려 설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지구는 성경에 나온 족장들과 왕들의 연대기를 모두 다 합해서 1만 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현대 과학이 주장하는 46억 년 지구와는 큰 차이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창조과학은 갈등적 구조기도 하다. 현대 지질학이 말하는 46억 년 지구 나이도 부정하고, 진화론도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노아 홍수는 그랜드캐니언의 협곡을 예로 들며 과학적으로 입증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우 교수 주장이다.

창조과학자들의 주장 요지 중 하나는 하나님이 7일 동안 이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말씀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을 믿는다.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창세기 1장 1~3절로부터 시작된 무로부터의 창조 개념을 창조과학자들은 말씀 그대로 이해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선언, "'빛이 있으라'라고 '말'하시니 빛이 생겨났다"는 사실을 문자대로 믿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게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과학기술이 발달해 우주와 지구 나이가 만 년대가 아닌 수십억 년대라는 게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과학과 하나님을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야만 했다. 이른바 '계속적 창조(creatio continua)'다.

계속적 창조는 하나님의 창조 섭리가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개념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놓고, 무로 회귀하지 않도록 막기만 하신다는 '무로부터의 창조'와는 대비된다. 혼돈(Chaos) 속 질서(Cosmos)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지금도 자연 세계 질서를 세우는 데 섭리하시며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내신다고 본다.

앞서 나온 세 가지 질문은 이 개념을 설명하며 우종학 교수가 던진 것이다. 우 교수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보지 않고 해석하려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지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 성경을 본다는 전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자 그대로'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요. 성경은 다른 나라의 문화권에서 다른 언어로 쓰여졌고, 이미 해석된 텍스트죠. 또한 읽을 때 내 맘대로 해석해서 읽어요. 어떤 본문을 읽었을 때 상상되는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지 않겠어요?”

   
▲ 장재호 목사는 창세기 1장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상반된 이야기를 하는 창세기 2장에서 다시 부딪치게 된다고 했다. 성경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하나님의 본성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야지, '문자'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착한 진화는 '착한 공산당' 같은 형용모순?

계속적 창조는 진화와 연결된다. 창조와 대비되는 개념을 짚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진화'를 이야기한다. '진화'라는 말에 기독교인들이 때때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주로 하나님의 천지창조와 대비되는 개념이 '인간은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종학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진화'를 '공산당' 같이 이해한다고 지적했다. 착한 공산당이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듯, 진화로는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하나님께서 진화라는 방법으로 인류를 창조하셨다면, 크로마뇽인이나 네안데르탈인 같은 사람을 만들었다는 건데 이게 정서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진화해 간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외계인의 모습이 되지는 않을까 싶다, 이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우종학 교수는 심리적인 장벽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인간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봤다.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라고 진화론은 말한 적 없는데도 기독교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여요. 그런데, 인간의 개념도 중세에는 달랐죠. 서구 유럽 중심 사회를 살던 사람들이 남미 대륙을 발견하고 식인종처럼 보이는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논의가 있었어요. 남미 사람들을 온전한 인간으로 보지 못했던 거죠.

마찬가지로 우리가 과학을 통해 고생물학, 고인류학적 증거가 나오고 네안데르탈, 크로마뇽인이 나올 때 신앙적인 면에서 충격이 있을 거예요. 그러나 그렇다고 성경이 틀렸다고 할 게 아니라 하나님이 어떻게 섭리해 왔는지를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때때로 성경을 하나님보다 위에 두는 것 같아요. 성경에 담긴 문자는 인간의 어휘로 하나님을 표현한 거고, 하나님의 전능성은 언어로 가두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장재호 목사도 하나님이 '진화'라는 개념으로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이해시킨다고 말했다.

"지구 99.9% 생물이 현재 멸종됐어요. 그럼 하나님이 실패하신 건가요? 하나님은 지금도 창조 중이고 지금 세계가 상황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창조하셨다고 봐요. 과학계에서 '진화'라고 하는 개념이죠.

아이들이 '아기는 어떻게 낳아요?'라고 물어보면 '배꼽에서 태어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서른 살 먹은 청년한테도 그렇게 설명하지는 않죠. 하나님도 우리가 지금 가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창조 섭리를 설명하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1,000년 지나면 지금 하는 과학적 논의가 비과학적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 우종학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진화'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하나님이 '진화'라는 섭리로 세상을 주관해 오셨다는 얘기를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했다는 내용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과학=신학도 아니고, 과학≠신학도 아니고

한때 "지옥은 완전히 고도화된 문명 도시일 거다. 유황불 같은 열에너지가 풍부하고 신을 믿지 않는 과학자들은 전부 지옥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천국에 가면 허구한 날 찬송가만 불러야 한다"는 개그 아닌 개그가 회자된 적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전부 지옥에 갈 것이라는 전제가 말이 안 되면서도 흥미롭다. 그만큼 우리 세계에 '과학'은 신학과 함께할 수 없다는 인식이 은연중에 퍼져 있다.

두 사람은 과학이라는 틀 속에서 신학을 이해해서도, 과학을 성경 말씀에 끼워 맞춰서도 안 된다고 했다. 리처드 도킨스처럼 과학의 발전이 무신론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볼 것이 아니라, 과학을 통해 우리가 믿는 하나님과 우주가 돌아가는 원리를 배워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재호 목사는 "하나님의 섭리를 배제하고 성경 말씀만 문자적으로 신봉하려는 것이야말로 신성모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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