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부는 4월 8일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으로 탈북했다고 발표했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고, 정치권 일각에서 '북풍' 논란이 일었다. 교회협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통일부는 4·13 총선을 앞둔 4월 8일, 중국 저장성에 있는 북한 식당 직원 13명이 집단 탈북했다고 발표했다.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직원 12명이 자발적으로 남한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 발표에, 정치권 일각은 총선을 겨냥한 북풍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북한 주민들이 남한 TV를 통해 한국의 실상을 알게 됐고, 북한 체제에 회의를 느꼈다"고 했다.

집단 탈북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들이 무슨 이유로 남한행을 선택했는지 의문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인 납치와 기획 탈북설과 같은 주장이 피어나고 있다. 실제로 북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가족은 '납치'라고 주장하면서, 한국 정부에 당사자 접견을 요구했다. UN 인권 기구에도 진상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 13명은 현재 국정원이 운영하는 보호센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북한이탈주민법)'에 따라, 최장 180일까지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보호센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다.

5월 26일 기독교회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가 주최한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의혹에 대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이재승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탈북자를 상대로 한 국정원 조사는 보호가 아닌 '구금'에 해당한다며 반인권적이라고 지적했다.

'탈북자의 신체를 보여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이 교수는 엉성한 법적 통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이 자발적으로 탈북했든, 강요로 탈북했든, 조사가 인권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180일간의 구금은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이 기간에 국정원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할지 예측할 수 없다. 탈북자 가족과 친척, 변호인의 접근을 전면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국가는 탈북자를 법의 보호 바깥에 두면서 위헌적인 구금을 북한이탈주민법으로 '합법화'했다. 이러한 법과 관행이 국제 인권 기준이나 헌법에 부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법을 혁신하거나 아예 '신자유주의적으로' 철폐하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 교수는 억류 중인 탈북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네 가지 내용을 제안했다. △구금(억류)된 탈북자들은 자신들의 법적 지위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고, 자신의 권리 상황에 대해 포괄적인 설명을 듣고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가족들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고, 친지 및 외부 세계와의 통신권을 보장해야 한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정기적인 접견을 보장해야 한다 △보호센터를 공정하고 독립적인 제3의 기구(국제인권기구, 국가인권위원회, NGO)가 정기적으로 모니터해야 한다.

토론자로 나선 설창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역시 북한 이탈 주민의 '인권'을 강조했다. 가족 면회 면담을 포함 서신 왕래를 명문화하거나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국선 변호사나 NGO 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가 남한 주민과 같은 권리를 부여받으면, 유인 납치 등과 같은 의혹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설 변호사는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형국이 이뤄졌다. (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합리한 독소 조항을 제거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 발제자로 나선 이재승 교수(사진 오른쪽)와 설창일 변호사는 탈북 사건에서 나아가 '탈북자'들 인권을 조명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회협은 북한 이탈 주민 13명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앞서 교회협은 통일부에 접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접견 및 조사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WCC(세계교회협의회)도 집단 탈북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조선그리스도연맹이 이 문제와 관련해 WCC에 진정을 넣었다. 국제 인권 변호사이자 WCC 국제 담당 피터 프루브 총무는 교회협과 연계해 조사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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