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란 무엇인가> / 한병수 지음 / SFC 펴냄 / 320쪽 / 1만 4,500원

모든 종교에는 기도가 있다. 기독교만 기도라는 도구로 하나님 아버지에게 간구하는 게 아니다. 타 종교에도 기도가 있다. 그들도 자신이 믿는 신에게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 기도한다. 불교만 봐도 방언하며 신비한 기도 세계를 경험하는 기도자들이 있고, 우리나라는 무속 신앙이 강해 장독대 앞에 정화수를 떠 놓고 여러 소원을 빌기도 한다. 성경에서도 이방 왕들이 아침 일찍 자신이 섬기는 신에게 기도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바알과 아세라의 제사장들이 미친 듯이 기도하는 장면도 있다.

기독교 내에 다양한 기도가 있고, 저마다 기도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각자 좋아하는 말씀을 근거로 기도하여 응답을 받고 하나님을 가까이 하는데, 그 점에서는 그렇게 문제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기도가 하나님을 왜곡하고 성경도 오해하게 한다면 그 기도는 신앙을 변질시킬 것이고 그 인생 또한 어그러지게 할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기도를 확립하고 기도에 대한 신학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도 신학' 다루는 책

필자는 이 책을 접하면서 기도에 대한 책을 내가 또 왜 봐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에 대한 책을 많이 봐서가 아니라 평소 기도에 대한 책을 읽는 것보다 실제 기도 자리에서 기도하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이 책이 여느 기도 서적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기도 신학'에 대한 책을 읽는 것 같았다.

단순히 나의 소원과 상황을 아뢰는 기도를 넘어, 내 삶과 깊이 연관되는 기도가 성경 전체를 어떻게 관통하고 있는지 점검하게 되었다. 예수님의 기도를 보면서 기도의 본질과 방법과 내용과 보상에 대한 전체적인 메시지를 종합해 볼 수 있었다.

1부는 기도의 본질을 다룬다. 1장 '기도와 하나님'에서는 짐승도 구하고 취득하는 삶을 살아가지만, 하나님 형상으로 지어진 사람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가까이하는 것이 기도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2장 '기도의 본질'에서는 문화와 자연이 인간이 의존적인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기도의 본질이 인간의 자연적·사회적 의존성을 넘어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의존이며 이것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가는 것이라 정의한다.

2부는 기도의 방법에 대한 것이다. 3장 '기도와 말씀'에서 사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이 육안으로 보는 것과 확연히 다르듯 기도 또한 방법과 방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즉 기도의 방법은 성령 안에서 하는 것이고, 말씀이 마음에 심겨져 주님의 명령을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다. 4장 '기도의 질서'에서는 만물에도 질서가 있듯,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주기도에 대한 내용으로 우리가 마땅히 구해야 할 기도가 무엇인지 핵심적인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룬다.

3부는 기도의 내용을 다룬다. 5장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팔복에 대한 내용으로, 우리가 기도해야 할 하나님나라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예수님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은혜롭게 설명한다. 6장 '하나님의 의'는 여러 가지 의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지만 궁극적으로 의는 하나님과의 관계성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는 하나님과 나와 이웃과 세상에서 이 의를 이루기 위해 십자가와 부활의 삶을 가르쳐 준다.

4부는 기도의 모범과 보상을 다룬다. 7장 '기도의 모범, 예수 그리스도'에서는 예수님께서 실제 이땅에서 어떻게 기도하셨고, 무엇을 기도하셨는지 그 실제를 보여 줌으로 주님의 기도와 삶을 본받도록 은혜롭게 소개해 주고 있다. 8장 '기도의 보상, 최고의 선'에서는 개인의 기도에 따라 얻는 유익이 선이 아니라, 하나님이 성령님을 보내셔서 그분이 우리 가운데 임하고 그분을 통해 예수를 더욱 사랑하며 하나님을 진실로 경외하며 소유하게 되는 것이 복임을 설명한다.

건강한 기도자, 말씀과 성령의 입맞춤

기도에 대한 통전적인 해설이 담겨 있는 이 책에서 필자가 볼 때 저자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우선 저자는 성령과 기도의 관계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상기시킨다. 신앙생활하다 보면 늘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 저자는 객관적인 말씀과 주관적인 성령의 역사하심의 조화 속에 건강한 기도자가 되는 방법론을 안내한다. 저자는 이것을 "말씀과 성령이 입 맞추는 것"이라 실감 있게 묘사한다.

그리고 저자는 기도를 통한 성령의 역사하심에서 기도자가 늘 그리스도 안에 거하기를 힘써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기도자는 우리 심령 속에 나의 소원보다 그리스도의 소원이 더욱 커지도록 해야 하며 육체의 원함보다 성령의 원함이 지배하여 하나님만이 흥왕케 되도록 해야 한다. 실제 기도는 자기 부인의 시간이 되어야 하고, 말씀 자체이신 분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성령의 검으로 내가 죽고 그리스도의 영이 나를 이끄시는 부활을 체험해야 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한 가지는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 주신 기도의 삶을 강조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주기도문으로 기도 방법을 설명하고 팔복으로 기도 내용을 소개한다. 또한 기도의 모범으로 기도의 능력과 예수님이 드리신 기도가 어떤 것인지 실제로 가르쳐 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은혜가 되었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주님의 기도 모습을 포착하여 신학적으로 다루는 저자의 설명이 더욱 하나님을 향하도록 만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애를 시작하기 앞서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셨는데 누가는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 같이 내리기 전에 주님께서 기도하셨다고 알려 준다. 이 기도와 세례는 이제 주님이 기도로 자기를 부인하며 하나님 뜻이 자기를 주장하는 삶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성령에 이끌려 40일간 광야에서 금식하며 기도하시는 것은 이제 자기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십자가에서 구속을 이루고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것에 헌신됐다는 점을 증명한다.

또한 열두제자를 세우기 전에 하루 종일 녹초가 되는 고된 사역을 마치고 나서도 밤이 새도록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사도 이후에 세워질 교회와 성도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그 심정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리고 겟세마네 기도로 죽음을 부인하고 거절하는 예수님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인류 역사 속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 죄라는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파악된다.

기도 회복이 시급하다

끝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건강한 교회의 표지 중 하나는 뜨거운 기도다. 말씀 듣고 기도하자고 하면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성도가 가득한 교회를 말하는 게 아니다. 말씀을 듣고 은혜가 부족할지라도, 기도할 때 열광적이지는 않아도, 전체가 모여 마음을 모아 뜨겁게 기도하는 성도로 채워지는 교회가 건강한 교회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 교회를 보면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너무 열광적이어서 미친 듯이 기도하든지, 아예 죽은 듯이 기도하든지…

둘 다 문제다. 전자는 하나님을 이용하고 부리기 위해 기도하는 것 같다. 성령님의 임재와 가르침 속에서 자신을 부인하고 예수님을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되는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하나님의 성품보다 하나님의 손에 더 관심이 있다. 후자는 기도가 뜨겁지 않아도 별 문제없고, 기도하지 않아도 잘 살아지니 기도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식어진 경우다.

기도는 우리 신앙과 우리의 현재 상태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표지다. 그런 기도에 대한 자세가 우리 교회와 신앙 상태를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둘 다 문제지만, 후자를 더 심각한 문제라 진단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기도의 회복이다. 기도에 대한 뜨거움이 살아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기도에 대한 간절함을 먼저 제공해 주지 않는다. 우리 기도를 변화시켜 주기보다 기도자를 먼저 변화시켜 준다. 이것이 필자가 보는 이 책의 특징이요 핵심이다.

설교를 잘하기 위해서는 설교자가 먼저 변화되어야 하듯 바른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는 기도자가 변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기도 신학에서 성령의 내주하심과 기도자의 자기 죽음과 부활의 능력으로 살아나는 것을 말하며 또한 삶이 기도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기도의 세계는 풍성하다. 기도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감격과 체험은 우리의 삶을 능력 있게 하여 세상을 이기는 힘을 충분히 공급한다. 말씀이 심령에 거할 때 이 기도는 더욱 간절해지고 기도자의 심령을 하나님과 하나 되는 자리까지 인도한다. 이 기도는 기도자를 만들고 기도자의 삶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그래서 필자는 기도가 작아지고 없어져 영적 빈곤을 겪는 교회와 성도에게, 참된 기도에 대하여 기도 신학을 세우기 원하는 자들에게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모든 기도자에게 참된 복과 선이 되시는 하나님이 보여지기를 소원하며…

방영민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전주서문교회 목사.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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