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5일 입원 중인 '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를 찾아가 위로한 416합창단.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자식 잃은 부모들이 노래한다. 아이들을 그리며 "어느 별이 되었을까,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¹)라고 부른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지만 "살아서 살아서 끝끝내 살아 내어"²)라고 부른다. 노래는 이렇게 이어진다. "옆에 있는 또 다른 나의 손을 잡아야 해"³)라고.

눈물 없이 볼 수 없다는 말은 식상한 표현이지만, 실제 416합창단 공연을 보면 많은 사람이 눈물짓는다. 가늠하지 못할 슬픔, 아무 이유 없이 그런 일을 당한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무엇보다 자식을 잃은 사람들, 위로해 줘야 할 사람들에게 도리어 위로받고 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 부채감이다.

아이 잃은 엄마 아빠의 노래는 역설적이게도 듣는 이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다. 그래서일까. 416합창단은 2주기 전후로 일주일에 공연이 두세 개씩 잡혀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5월 하반기만 해도, 18일 광주, 20일 은평 대조동순복음교회, 22일 고기교회, 29일 진도 팽목항 등 4개 공연을 소화한다.

엄마 아빠들이 노래하기까지

- 이 노래는 반음 올려서 할게요.
- 아… 난 죽었다.
- 솔로는 쉬는 시간 특훈을 해야겠어요.
- 하하하.

지휘자 박미리 사무장(평화의나무합창단)이 말하자 솔로를 맡은 시찬이 아빠가 앓는 소리를 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은 크게 웃었다. 5월 16일 안산 분향소 기독교 예배실에는 유가족과 평화의나무합창단 시민 20여 명이 모여 공연 연습을 했다. 저녁 7시에 모여 다 같이 식사하고 10시 30분까지 연습했다.

연습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음이 틀리면 멋쩍게 웃었다. 파트별로 연습할 때는 다들 진지했다. 합창으로 화음을 맞출 때는 서로 얼굴을 보며 조심스럽게 음을 냈다. 유가족들과 평화나무합창단 시민들은 농담도 하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노래를 부를 때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너희가 우리 아들이다. 너희가 우리의 딸이다". 엄마 아빠들은 눈을 감고 노래를 잇지 못했다.

▲ 5월 16일 안산 분향소 기독교 예배실에서 연습 중인 416합창단. ⓒ뉴스앤조이 구권효

지금은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이렇게 큰 모임이 될 줄 몰랐다. 유가족 네다섯 명이 했던 작은 노래 모임이 불씨가 되어 여기까지 왔다. 2014년 12월, 세월호 가족들이 그동안 함께해 준 시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려고 공연을 계획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현재 416합창단을 같이하고 있는 평화의나무합창단은 2015년 5월, '네버 엔딩 스토리'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이후 세월호 참사 500일을 앞두고 가족들과 평화의나무합창단이 함께 공연을 기획했다. 500일 공연을 한 후 '416합창단'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때부터 여기저기서 공연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함께 노래하던 박미리 사무장이 지휘를 맡게 됐고, 목요 기도회를 주관하던 김영명 목사가 반주를 하게 됐다. 공연이 하나둘 잡히다 보니 매주 월요일 정기적으로 연습도 하게 됐다. 합창단은 기독교인만 하는 건 아니지만, 올해 4월 리모델링으로 기독교 예배실이 커지면서 그곳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과도기에는 416가족합창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평화의나무합창단 한 단원은 "처음에는 부모님들만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우리와 함께하시기를 원하셨다. 항상 부모님들 마음이 어떨지 생각한다. 폐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합창할 때 좋아하시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세월호 알리기 위해서라면

합창단을 시작할 때에는 가족들 사이에 이견도 있었다. 진실 규명과 현안 대처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노래를 부른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합창단 엄마 아빠들은 지금도 불현듯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라고 생각한다. 도저히 노래를 부를 만한 상태가 아니다. 하지만 '세월호를 알리기 위해서'라는 목적이 뚜렷했기에 계속해서 합창단을 할 수 있었다.

416합창단 단장 창현 엄마는 "세월호를 알리는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간담회뿐 아니라 이런 방법으로도 가족들을 부를 수 있으니까. 간담회를 부담스러워하는 곳은 합창단을 통해 가족을 만날 수 있다. 노래뿐 아니라 중간에 하는 발언도 중요하다. 세월호를 알리면서, 우리나 듣는 사람 모두 노래를 통해 치유를 받는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합창단으로 또 한 번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합창단 활동을 해 온 차웅 엄마는 "나도 '지금 노래 부를 때인가' 고민 많이 했다. 그런데 노래에는 삶의 희노애락이 들어 있다.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는 듯하다. 말로 하는 것보다 노래로 하는 게 감동이 큰 것 같다. 가족들이 전문가처럼 잘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노래에 위로받으시는 걸 보면 뿌듯함도 느낀다"고 말했다.

▲ 피아노 위에 놓인 416합창단 사진. ⓒ뉴스앤조이 구권효
1) 어느 별이 되었을까 - 이현관 곡
2) 인간의 노래 - 야마노키 다케시 곡
3) 손을 잡아야 해 - 꽃다지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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