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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감리교, 성 소수자 문제 이후에 논의키로
총감독회의 특별 위원회 구성 제안…교단 분열 막기 위한 미봉책이란 분석도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05.19 17:55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현재 미국 서부 포틀랜드 시에서는 연합감리교회(United Methodist Church·UMC) 총회가 한창이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안은 동성 결혼 및 성 소수자 안수 허용 여부다. UMC 총회는 이 안건을 어떤 방법으로 논의할 지 결정하는 데에만 3일을 썼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의논 방법을 놓고도 쉽게 일치를 보지 못했다.

폐회를 이틀 남겨 둔 18일, 결론이 나왔다. 총감독회의(Council of Bishops) 브루스 오(Bruce Ough) 회장은 모든 성 정체성과 관련한 문제는 이번 총회에서 투표에 부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총감독회의 권한으로 이를 연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다음 총회까지 UMC 내 다양한 구성원을 위원으로 선정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교리서에서 정의하는 '결혼'이라는 단어의 의의, 성 소수자를 성직자로 안수하는 문제, UMC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논의 주제에 포함된다.

   
▲ 부르스 오(Bruce Ough) 감독은 5월 18일 교단 내 성 정체성 관련 문제만 논의하는 특별 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총회는 이 제안을 찬성 428표 반대 405표로 통과시켰다. 성 소수자 문제는 이번 UMC 총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지만 결국 논의를 피해 가게 됐다. (UMC 홈페이지 갈무리)

총감독회의가 제안한 내용은 이렇다. 총감독회의 권한으로 성 정체성과 관련된 모든 분야(Human Sexuality)를 연구할 수 있는 특별 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 총회(2020년) 전까지 결론을 도출하기로 결정했다. 필요하다면 2018년 또는 2019년에 3일간의 짧은 총회를 소집할 수도 있게 했다. 그뿐 아니라 위원회가 앞으로 교리서를 연구하는 동안 성 소수자라고 밝힌 목회자의 교회 재판 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일도 담당한다.

폐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총감독회의가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제안한 것은 교단 분열을 막기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총회 시작 전부터 이 문제와 관련해 UMC 내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그룹의 목소리가 컸다. 현재 목회를 하고 있는 교단 소속 목사 및 목회자 후보생 111명이 동시에 커밍하웃하며 교단을 압박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목회자 동시 커밍아웃도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대의원들 마음을 완전히 돌려놓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UMC 총회는 미국에서 모이는 대의원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유럽·필리핀 등 UMC에 속해 있는 타 지역 대의원도 참석한다.

인구 대비로 대의원을 배정하기 때문에 교세 감소로 미국 대의원 수는 줄고 아프리카 대의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의원들은 대부분 동성 결혼에 반대한다. 여기에 교인 수가 많은 미국 남부 지역 대의원이 합세하면서 성 소수자 안수와 동성 결혼 문제는 이번 총회에서도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 UMC 내에서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그룹은 총회 기간 동안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총회 회의장 안에서 무지개색 끈으로 손을 묶은 후 함께 찬양하는 사람들 앞으로 한 대의원이 지나가고 있다. 바닥에 누운 윌 그린 목사는 끈으로 자신의 손발을 묶어 성 소수자가 교단 내에서 어떤 입장인지 대신 보여 줬다. (UMC 홈페이지 갈무리)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느낄수록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그룹은 총회 주변에서 더욱 강력하게 의사를 개진했다.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대의원들에게 의견을 전달하거나 무지개 스톨로 손을 묶은 후 찬양을 부르기도 했다. 윌 그린(Will Green) 목사는 무지개 스톨로 자신의 손발을 묶은 후 바닥에 엎드려 성 소수자 성직자의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다. 여러 방면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승산이 없는 것을 느낀 성 소수자 지지 그룹이 총감독회의의 개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일치(unity)'와 '분열(schism)'이라는 단어가 많이 언급됐다. 총회 첫 주에는 총감독회의가 교단 분열을 지지하고 2018년에 총회 분열을 논의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총감독회의는 투표 대신 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일치에 더 무게를 뒀다.

교단 지도부가 성 소수자 관련 결정을 예정처럼 투표에 부쳤을 수도 있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그대로 진행했을 경우 어느 한쪽은 상처를 입고 교단 분열 수순을 밟았을 확률이 높다. <Think Progress>는 미국장로교회(PCUSA)가 2015년 동성 결혼을 승인한 이후 일부 교회들이 탈퇴를 선언하며 후폭풍을 겪는 것을 지켜본 UMC가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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