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조선족 한충렬 목사가 피살된 지 벌써 19일이 지났다. 하지만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나간 한 목사가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사실만 알 뿐 누가 그를 불러냈는지, 왜 살해했는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중국 수사 당국이 제대로 된 브리핑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 목사 관련 추측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17일 한 언론은 한 목사 사건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탈북자 출신 김 아무개 목사가 북한에 납치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북한 관련 기독교 시민단체가 중국 정부의 엄중하고 명확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선민네트워크(김규호 상임대표)와 탈북동포회는 5월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온갖 추측성 보도와 부정확한 소식을 통해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중국 수사 당국이 한 목사 피살 사건과 관련해 언론에 브리핑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해 진실을 밝히고, 북한 인권 운동가 테러에 대한 보호 대책 마련 △중국 정부가 탈북 난민 강제 북송 중단하고 강제 송환을 금지한 유엔 난민 협약 준수할 것 △북한 당국은 북한 인권 운동가에 대한 납치·살해 등 테러 행위를 중단하고 북한 억류자들을 즉각 송환할 것 △대한민국 정부는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 목회자들의 송환 적극 추진을 촉구했다.

▲ 기독교 시민단체 선민네트워크와 탈북동포회는 5월 18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선족 한충렬 목사가 피살된 지 19일이 지났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 공식 브리핑조차 없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은 지난 5월 4일 성명서를 발표하던 선민네트워크와 탈북동포회의 기자회견 현장. ⓒ뉴스앤조이 이은혜

아래는 성명서 전문.

중국 정부는 북한 독재 정권의 한충렬 목사 피살 사건 결과를 공식 발표하여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납치 추정된 탈북자 김 아무개 목사의 실종 사건도 엄중 수사하라!

지난달 30일 중국 창바이(장백)현에서 괴한에 의해 피살된 장백교회 한충렬 목사에 대해 여러 가지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민일보에 따르면 대북 인권 단체 '자유와생명(Freedom & Life)'에서 14일 "사건 당일 장백교회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한 목사는 피살 직전 중국 여성 공안요원의 전화를 받고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며 "조선족인 이 중국 여성 공안요원은 한 목사에게 '사과를 달라'며 만나자고 해 유인했고, 한 목사는 이에 속아 직접 차를 몰고 나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중국 공안이 사건 당일 한 목사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보위부원 2명을 포함해 10여 명이 한꺼번에 국경을 넘어오는 모습과 사건 이후 북한 보위부원 2명이 북한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편 17일 한 매체는 대북 선교 단체 관계자를 인용해 탈북자들을 돕던 한국 국적 탈북자 김 아무개 목사가 지난 3월 중국 지린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허룽시에서 북한에 납치됐다고 보도했고 우리나라 외교부에서는 "금년 들어 주선양총영사관에 총 6명의 연락 두절 사건이 접수됐다"며 "이 가운데 언론에 이미 보도된 건을 포함해 2명에 대해서는 현재 소재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대북 활동가가 인터뷰를 통해 "최근에 보위부원들의 테러가 대상에 대한 '직접 테러' 방식에서 청부 테러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안다"면서 "특히 중국 남방의 폭력 조직을 동원해 북중 접경 지역에서 청부 살해를 하고 있다는 첩보도 있다. 때문에 범인을 잡기 쉽지 않다는 얘기가 있다"고 밝혔고 최근 김정은이 13인 여종업원 집단 탈북에 대한 '10배 보복 명령'을 하달하면서 북중 접경 지역의 대북 활동가들에 대한 테러가 심각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온갖 추측성 보도와 부정확한 소식을 통해 각종 의혹들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중국 수사 당국이 한 목사 피살 사건과 관련하여 제대로 언론에 브리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목사의 피살은 일개 평범한 사람의 단순 살인 사건이 아님을 명심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 또한 북한의 소행이 확인될 경우 북한의 자국민 테러 행위에 대해 엄중 대처해야 하며 탈북자 김 아무개 목사와 같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서도 테러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더 이상 북한 독재 정권에 의한 희생자가 발생되지 않기를 기원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중국 정부는 한충렬 목사 피살 사건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여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탈북자 김 아무개 목사 실종 사건도 엄중 수사하며 북한 공작원들에 의한 북한 인권운동가 테러에 대한 보호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

2. 중국 정부는 탈북 난민 강제 북송 중단하고 강제 송환을 금지한 유엔난민협약을 준수하라!

3. 북한 당국은 북한 인권운동가에 대한 납치, 살해 등 사악한 테러 행위를 중단하고 북한 억류자들을 즉각 송환하라!

4. 대한민국 정부는 납치 추정되는 탈북자 목사의 소재 파악에 최선을 다하고 김정욱 선교사, 김국기 선교사, 최춘길 씨, 임현수 목사 등 북한 억류자 송환을 적극 추진하라!

2016년 5월 18일
선민네트워크, 탈북동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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