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시장이 기습 철거가 이뤄진 현장을 방문해 공사를 중지하라고 했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철거 진행 중인 옥바라지 골목을 방문해 공사 중지를 지시했다. 박 시장은 5월 17일 새벽 기습적으로 철거가 시작되고 "이야기 듣겠다는 박 시장이 우리를 속였다"며 성토하는 주민 소식을 접하고 이날 정오에 현장을 방문했다.

예정 없이 현장을 방문한 박 시장은 주민들로부터 상황을 전달받고 담당 공무원인 서울시청 도시계획국장을 찾았다. 그러나 박 시장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 중 담당 공무원, 재개발 조합 관계자들은 없었다.

재개발 조합 이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지만 "나는 책임자가 아니다"는 말만 반복했다. 박 시장은 "국장이 얼마나 높은 직책이길래 시장을 이렇게 기다리게 하느냐"며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20분 가까이 지나 도시계획국장이 나타났다. 박원순 시장은 상기된 얼굴로 김 국장을 질책했다. 박 시장은 "오늘 오후에 주민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상황이 어려운 건 알지만, 웬만하면 설득하고 함께 고민하고 다른 길이 없는지 논의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박 시장은 이어 "지금 우리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공사는 하지 않는다. 내가 손해배상 당해도 좋다"고 말하고 곧바로 사무실을 떠났다. 박 시장이 시청 공무원, 재개발 조합원, 용역들을 만난 사무실은 그가 주도해 2002년에 세운 '아름다운가게' 독립문점이다.

박원순 시장의 선언에 곁에 앉았던 주민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주민들은 일단 '공사 중지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공사 중지 명령은 재개발 조합이 주택법을 위반했을 경우 지방자치단체장 명의로 공사를 중지시킬 수 있는 권한이다.

큰 고비 하나를 넘은 셈이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 시장 말대로 소송전이 시작될 수도 있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고 안심하지도 않는다. 끝까지 상황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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