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 우리의 생명> / 마이클 리브스 지음 / 장호준 옮김 / 복있는사람 펴냄 / 204쪽 / 1만 2,000원

이성과 과학이 중심에 섰던 모더니즘과 달리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환원주의'다. 사물의 본질을 알기 위하여 쪼개고 나누고 분할하여 마지막 단위까지 집요하게 파악하려 드는 환원주의가 이 시대의 특징이다. 이런 정신은 이미 상식이 되었고, 학문적인 움직임이 일어나는 곳에서도 거대하게 운동하고 있으며 유령처럼 신학을 잠식하고 있다.

크게 보면 신학은 교부들과 종교개혁과 정통주의 흐름을 따라 조직신학, 성경신학, 역사신학, 실천신학 등으로 나눌 수 있겠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영역마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도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세분화되어 있다. 구약과 신약만 해도 66분야이고, 여기서도 더 나뉘어져 있다, 고대근동학, 성서학, 사본학, 성서언어학, 교리사, 신론, 현대신학, 설교학, 예배학, 윤리학 등등 아주 많은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다양화, 세분화된 가지를 따라 우리는 공부하고 연구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얻는다. 그렇게 그 분야만큼은 탁월하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그 가르침 가운데 원류에서 나오는 원줄기이자 생명 되시는 하나님이 부재하다면 거짓 신학이고 교회를 허무는 것이 될 것이다. 아무리 다양한 가지가 퍼져 나가더라도 원줄기가 드러나고 높여져야 하는데, 가지에만 집중한다면 신학과 교회는 본래 목적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을 알려면 예수 그리스도를 붙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의 주체가 되시고 최고선이 되시는 하나님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나님 형상을 입고 이 땅에 내려오신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로 하나님을 알 수 있고, 만날 수 있다. 우리 인생에 목적은 하나님을 알고 그분을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 1번에서 전제한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을 알 만한 것이 전혀 없으니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만 참된 하나님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그리스도, 우리의 생명>이라는 제목처럼 교회 안에서 세분화되는 가르침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라는 복음의 중심과 목적을 회복하도록 돕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로 어떻게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닮아 갈 수 있는지 숙고하게 해 준다. 그분이 어떻게 우리에게 진정한 만족이 되시고 유일한 기쁨이 되시는지 이 책은 여러 비유로 쉽고 감동적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이 책이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서술된다고 해서 삼위일체 하나님 중 제2위의 존재와 사역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은 기독론적 서술도 아니고, 기독론만이 믿음의 원리이자 삶의 목표라는 기울어진 주장도 하지 않는다.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 중심성을 강조하지만, 성부 하나님의 사역과 존재를 드러내고, 성령 하나님의 사역으로 그리스도가 온전해지는 것을 나타내 삼위일체적으로 기독론을 해설하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세 가지다. 하나는 그리스도께서 우리 복이 되신다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다. 그분이 진리이시고 영화로우시고 존귀하시고 매력적이라고 호소한다. 그분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으시고, 만족시키며 기쁨을 주시는 분이라는 성경 구절을 언급하며 설명한다. 그분 안에서만 최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바로 그분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분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더욱 친근하게 알 수 있고, 하나님의 사역을 더욱 풍성히 알 수 있다.

또한 그분은 하나님 말씀이시고 하나님의 아들이신데, 말씀으로서 그분은 우리에게 당신이 하나님과 본질적으로 같은 분임을 알려 준다. 이분은 하나님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하나님과 영광과 권능이 동등하신 분이셔서 우리에게 하나님이 복임을 보여 주신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분에게서 알 수 있다. 이분은 하나님과 우리의 구원과 복음을 나누시고, 이 비밀을 우리에게 알려 주셔서 우리에게 복을 누리게 하신다.

또 하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왜냐하면 그분께서 우리와 같이 혈과 육을 취하신 것은 우리 몸에서 죄를 고치셔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인성 중에서 그리스도께서 취하시지 않은 게 있다면 우리 죄를 사하실 수 없고 하나님께로 데려갈 수도 없다. 그래서 저자는 성육신의 의미를 중요하게 다루며, 그분은 친히 몸으로 당하는 죄의 고통을 아시기에 우리를 충분히 불쌍히 여기며 죄로부터 하나님께로 인도하신다고 한다.

사람의 몸을 입고 내려오신 그리스도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의 임재와 능력으로, 하나님을 향한 삶의 모범을 보여 주신다. 그분은 먼저 성부와의 충만한 기쁨을 충분히 누리셨기에 그 기쁨으로 십자가와 모든 고난을 집어삼키신다. 이것은 동일한 몸으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어려움도 이길 수 있는 근거가 되고, 하나님을 향하여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의 삶을 볼 때 우리는 그분으로 말미암아 더 큰 기쁨을 발견하고, 그분과 더불어 고난까지도 감당하게 된다.

이 책은 그리스도론을 1장 '태초에', 2장 '보라, 이 사람이로다', 3장 '저리로서 다시 오실 그리스도', 4장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삶', 5장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순서로 다룬다. 영원 전부터 주님의 재림까지 차례대로 다루는데, 저자는 모든 내용에서 성경 구절을 활용하며 자신의 언어로 기독론을 풀어 간다. 그래서 자칫 무미할 수 있고 건조할 수 있는 주님에 대한 서술에 생명력과 활기를 더한다.

그중 기억나는 성경 주석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아담을 잠들게 한 후 그에게서 갈비뼈를 취하는 장면을 설명한 부분이다. 저자는 칼빈의 해석을 인용하며 하나님의 아들과 우리가 연합을 이루는 장면이라 설명한다. 첫 아담이 상처당하는 것을 통해 마지막 아담인 주님 모습을 그려 보게 한다.

또 하나는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날 오실 때의 결말을 욥이 고난 후 마지막에 받게 되는 갑절의 축복과 연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사탄이 패배하고 그리스도로 이루어질 기업의 완성과 축복의 부요함을 잘 보여 주고, 우리 또한 그분 때문에 그것을 누리게 된다고 말한다.

기독인이 추구할 복은 무엇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늘 무엇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기는지 질문하게 됐다. 오늘 현대 교회는 무엇을 복으로 추구하고 있는지도 엄중하게 묻게 된다. 그리스도를 믿고, 성령이 내주하시는 사람은 심령이 변화된 사람이다. 그는 가치관이 전복된 사람이다.

이 땅을 살아가면서 이런 거듭남 없이는 교회를 다니면서도 세상 것에 군침을 흘리며 얼마든지 거룩한 척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지 점검하게 한다. 그분에게서 나오는 은혜와 능력과 회개와 기쁨을 사모하는지 돌아보게 만들어 그리스도의 사람이 하늘의 사람으로 서도록 도와준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썩어지는 것에 목마른 사람이 아니다. 내가 오늘 어떤 복을 구하는지 점검해 보면 내 상태와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스도가 우리 복이요 기쁨이 되신다는 것을 잊으면 우리는 변형된 신학으로 왜곡된 신앙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천하만국을 얻고, 그 모든 영광을 가진들 그리스도와 그분의 십자가를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리스도인의 복은 그분과 연합되는 것이고, 그분을 통해 하나님을 보는 것이다. 교회의 회복과 승리는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그리스도의 충만에서 나온다.

방영민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전주서문교회 목사.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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