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 유영 기자] 연합감리교회(United Methodist Church, UMC) 정기 총회가 회의 규정을 두고 3일간의 토론을 마쳤다. 44개 규정 중 단 한 개의 규정을 두고 900여 명의 대의원이 토론을 벌였다. UMC는 성 관련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지난 2015년 4월 대안적 토론 과정을 제안해 총회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44번 규정(Rule 44)', 이번 정기 총회에서 가장 뜨거운 토론이 예상되는 성소수자 안수와 동성 결혼 안건 등 첨예한 안건을 진행할 토론 규정이다. 앞선 43개 규정은 그대로 받아 진행하기로 총회 첫날 의결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44번 규정은 전체 투표 인원 832명 중 반대 477명(57%), 찬성 355명(43%)으로 부결됐다. 44번 규정은 젠더, 성별, 인종, 국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그룹으로 모아 논의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먼저 전체 대의원은 15명 이하의 소그룹으로 나뉘어 안건을 확인한다. 각 그룹에서는 다양한 사람이 의견을 말하고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회의에서 주로 사용되는 로버트 토의 절차(Robert's Rules of Order)에서 벗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로버트 토의 절차는 합리적 판단을 위해 충분한 토론 시간을 보장하고, 이후 판단에 따라 안건을 보강해 개의안을 올리거나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 주요 단체와 교단에서 이러한 회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44번 규정은 의견만 오가는 회의가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된 회의 진행 방안이었다. 이번 총회를 시작하면서 북유럽과 발트해 지역 알스테드 감독이 당부한 말도 이러한 회의 진행 방식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대의원들은 심각한 논의를 할 때 성도의 대화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회의 규정을 두고 뜨거운 논의를 펼친 이유는 성소수자 안수와 동성 결혼 문제를 이번 총회에서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와 관련이 있다. 한 대의원은 "우선 세계 교회에 얼마나 주의 깊게 회의를 진행하는 지 보여주려는 총회의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더불어 성소수자 안수와 동성 결혼 허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성 문제에 더 많은 대의원의 공감을 끌어 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성소수자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대의원이 찬성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회의 진행 규정 반대는 주로 아프리카 교회에서 주장했다. 40% 이상의 세계 UMC 교회 참가자들이 언어에서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UMC 정기 총회 본회의장에서는 세계 언어로 동시통역이 이뤄지고 있지만, 소그룹을 나뉘면 영어로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대의원들은 토론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선 회의 규정을 결정할 때도 아프리카 UMC 소속 대의원들은 태블릿 PC로 표결하는 방법에도 사용 방법을 잘 몰라 어려움을 느낀다고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재 대의원은 연회 소속 교인 수에 비례해 파송된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아프리카 UMC 대의원 수는 늘고 있고, 미국 UMC 대의원 수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UMC 입법상임위원회는 총회 하루 전인 9일 아프리카에서 4년 후에 감독 4명을 추가 임명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교세가 커졌다. 아프리카 UMC 대의원들의 발언권과 의결권이 강화된 상황에서 전통적 결혼을 지지하는 아프리카 UMC는 동성 결혼과 성소수자 안수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회의 진행 규정이 부결되었다고 동성 결혼과 성소수자 안수 문제가 부결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다뤄질 많은 안건 중 하나로 여전히 남았다. UMC 한인 목회자들은 이 사안이 이번 총회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UMC 소속 한 한인 목사는 "미국에 있는 도시 지역 연회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교인 수가 더 많은 남부 지역 연회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연회에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0일 성소수자 그룹에서 비공식적인 목사 안수가 총회 장소인 오리건 컨벤션 센터에서 이뤄졌다. 이날 안수받은 성소수자는 수잔 라우리이다. 이들은 라우리에게 안수하고 함께 기도했고, 라우리와 동성 아내 줄리 부르노는 성찬을 나누었다. 현재 UMC는 이러한 안수를 인정받지 못한다. 심지어 사법위원회 판결 1032호에 따라 연합감리교회는 동성애자 교적을 거부할 수도 있다.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이를 두고 "신성하다고 하면서 거부하는 이중적 잣대의 교회"라고 UMC를 비판했다. 

유영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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