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고신·합신과 가톨릭은 공통적으로 여성 성직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성직자는 없지만 평신도 여성 리더는 있다. 장로교단에는 '권사'라는 직분이 있고,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가톨릭에는 '수녀'가 있다.

성직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근거로 드는 것은 성경이다. 위에 언급한 개신교 교단들은 디모데전서 2장 12절 "여자의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지 아니하노니"라는 구절을 들어 여성 안수는 신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가톨릭도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12제자가 모두 남성이었다는 점을 내세워 여성 사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가톨릭 공식 입장은 '여성 사제 불가'지만 그동안 금기를 깨기 위해 도전한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 2012년 로마가톨릭여성성직자협회(Association of Roman Catholic Women Priests)는 다이앤 도허티(Diane Dougherty)라는 여성을 사제로 임명했다. 도허티 여사는 20년 넘는 기간 동안 수녀로 봉직하고 사제로 임명됐지만, 바티칸은 여성 사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도허티의 교적을 박탈했다.

▲ 20년 넘게 가톨릭계 학교에서 수녀이자 선생님으로 일했던 다이앤 도허티(Diane Dougherty, 앉아 있는 사람)는 지난 201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바티칸은 여성 사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도허티의 교적을 박탈했다. (<내셔널가톨릭리포터> 기사 갈무리)

가톨릭 여성 앞에 놓여진 차별 장벽에 균열이 오는 것일까. 세계 언론이 프란치스코 교종의 말 한마디를 앞다퉈 보도했다. 5월 12일 프란치스코 교종은 전 세계에서 모인 수도원 대표와 수녀를 만난 자리에서, 여성 부제서품을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 서품 문제를 논의하는 공식 위원회를 창설하겠다. 현대 사회에서 여성 부제 탄생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종이 언급한 '부제'는 영어로 Deacon(디콘)이다. 개신교에서는 '집사'로 번역하지만 가톨릭에서는 사제를 도와 성찬례를 주관하고 혼인·장례 미사를 주재하며 주일 미사에서 성서를 강독하는 등 다양한 성무를 수행하는 성직자에 속한다. 한국 가톨릭도 '부제' 제도를 부분 도입하고 있다.

여성 부제서품을 주장해 온 사람들은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뵈뵈를 예로 든다. Deaconess(디코니스)는 뵈뵈를 언급하며 신약성서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오는 단어인데, 초대교회에도 분명히 여성이면서 성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본다. 수녀로 평생을 헌신해 온 사람들에게 부제서품을 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도 주장한다.

교종이 부제서품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해서 가톨릭 안에 반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 부제서품의 길이 열리면 사제 서품까지 받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게 된다면 여성도 가톨릭 성직자 계급에 진입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교종은 바티칸 안에 있는 교리를 연구하는 부서에서 더 깊은 논의를 이어 갈 것이라 했다. 현재 이 부서를 담당하는 사람은 독일 출신 게르하르트 뮬러 추기경이다. 여성 사제 문제에 대한 뮬러 추기경 입장은 단호하다. 그는 오랫동안 여성 부제서품이 불가능하다고 대외적으로 분명히 밝혀 왔다.

결과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프란치스코 교종이 여성 성직자 서품 가능성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획기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예수회 소속 제임스 마틴 사제는 "이것은 단순히 어떤 시점이 도래한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현실을 되찾았다고 볼 수 있다. 강단에서 여성 부제의 설교를 듣는다면, 가톨릭교인 절반이 가진 경험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릴리전뉴스서비스>에 밝혔다.

전 세계 수도원 대표와 수녀들이 모인 자리에서 바티칸에 여성 부제서품을 논의하는 공식 위원회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여성 안수' 제자리걸음 중인 예장합동

개신교가 처음 한반도에 들어올 당시, 한국교회는 거의 대부분 교단에서 여성 안수를 금했다. 하지만 1930년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시작으로 한국기독교장로회 1957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1994년에 여성 안수를 허용했다. 이후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구 백석)으로 확산됐다.

한국에서 가장 교세가 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은 여성 안수에 여전히 '원칙적 불가' 입장이다. 총신대 여동문회가 해마다 총회 장소 앞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언제 논의를 시작할지는 미지수다.

2003년 당시 예장합동 총회장은 "우리 교단에서 여자가 목사안수를 받는다는 것은 택도 없다. 여자가 기저귀 차고 어디 강단에 올라와"라고 발언했다. 지난해 '여성 안수의 길을 열어 달라'고 기도한 총신대 여성 강사들은 새학기를 맞아 전면 교체됐다. 10여 년이 지났지만 예장합동에서 여성 안수 문제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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