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 <릴리전뉴스서비스>가 스캔들에 휘말린 목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폴 핸드(Paul Hand)는 미시시피 주에 있는 5,000명 교인이 모이는 교회에서 가정 사역을 담당하는 목사였다. 2014년 그는 비서와 사랑에 빠졌다고 교회와 아내에게 고백했다. 육체적인 관계까지는 가지 않았다. 교회의 반응이 두려웠지만 그는 용기 내어 사실을 밝혔다.

교회는 사임을 권유했고 그도 받아들였다. 담임목사와 장로들은 잘못을 솔직하게 말한 핸드 목사가 모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단순히 교회를 떠날 것만 종용하지 않고 심리 상담소에서 결혼 관계와 개인 심리 상태에 대해 상담받길 권했다. 핸드 목사의 사임을 숨기지 않았다. 핸드 목사도 두 번에 걸쳐 주일예배 시간에 교인들 앞에서 죄를 고백한 후 회복 과정을 밟았다.

핸드 목사는 그때부터 최근까지 매주 상담을 받았다. 목회와 거리를 뒀다. 지역 고등학교에서 시간제 교사로 일하거나 이웃 가게를 도왔다. 동네 배수로를 치우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후 2년여가 흐른 지금, 그는 선교사로 이탈리아에 파송될 예정이다. 가족 관계도 회복됐고 본인도 다시 목회를 시작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

▲ 폴 핸드(Paul Hand) 목사는 비서와 사랑에 빠진 사실을 아내와 교회에 고백했다. 이후 목회 일선에서 물러나 회복 과정을 거쳤다. 아내, 두 딸과 함께 찍은 사진. (<릴리전뉴스서비스> 기사 갈무리)

핸드 목사 사례는 잘못을 교회에 고백한 후 목회 현장을 떠나 회복을 위해 애썼다는 점에서 한국 목사들의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다. 회복과 치료의 시간을 거친 후, 다시 공동체의 축복 속에 목회직을 수행한다는 이야기가 한국 상황에서 동화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내 잘못을 교회에 알리지 말라

목회자의 부적절한 행동이 교회 안에 알려질 때 공동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목회자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사임해야 할까 △사임을 한다면 사유를 교인에게 밝혀야 할까 △만약 복귀한다면 자숙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 △치유 과정 참여 없이 시간이 지난 후 돌아오면 교회는 받아줘야 할까.

이와 관련해 미국 기독교계 여론조사 기관 라이프웨이리서치가 현직 담임목사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일대일 전화 통화로 조사했고 장로교·감리교·루터교뿐만 아니라 침례교·오순절파 등 다양한 교파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인종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기에 교인 중 흑인이 많은 교회도 일정 비율 포함시켰다.

▲ 목회자의 부적절한 행동이 의심되면 의혹이 해결될 때까지 목사가 강단을 떠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에 가까웠다. ⓒ뉴스앤조이 심규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때까지는 교회에서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응답자 71%는 목회자의 부적절한 행동을 입증할 때까지 교회 리더들만 이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모든 교인에게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10명 중 1명꼴인 13%에 불과했다.

목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소개한다. '목회자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를 교회 지도자들이 알았다면'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7%)가 '교회가 조사할 동안 목회자는 일선에서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때까지 목사가 강단에 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목회자의 부적절한 행동이 의혹에서 사실로 밝혀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목사가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 드러날 경우, 리더가 교인에게 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1,000명 중 86%가 'YES'라고 대답했다. 'NO'라고 답한 사람은 7%밖에 되지 않았다.

▲ 목회자의 부적절한 행동이 사실로 드러나면 교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뉴스앤조이 심규원

부적절한 행동의 범위를 '불륜'으로 한정할 경우, 다시 목회에 복귀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 라이프웨이리서치는 '만약 목사가 불륜을 저지를 경우, 얼마 동안 목회를 그만둬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응답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인 24%가 '영구적으로 목회를 그만둬야 한다'고 답했다.

목사직을 내려놓는 것 외에 목회직을 떠나는 시간을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목회를 그만둘 필요가 없다(3%)에서부터 최소 3개월(4%), 최소 6개월(6%)이라고 응답한 목사도 있는 반면, '최소 1년'이라 답한 목회자가 응답자의 21%를 차지했다.

이 질문에는 연령·인종별로 의견이 달랐다. 65세 이상 목사 중 28%가 '영구히 그만둬야 한다'고 답한 반면 45세에서 64세 목사 약 30%는 최소 3개월에서 1년이 지난 후 목회에 복귀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 중 백인 목사 8%가 '영구히 그만둬야 한다'고 답했지만 흑인계 목사들은 25%에 달했다.

라이프웨이리서치 대표 에드 스테처(Ed Stetzer)는 "목사들은 교회 리더들이 높은 도덕 수준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 거짓 혐의 제기에는 자신들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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