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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더러 '통 큰 양보'하라더니"
세월호 유가족-재학생 부모 단원고서 충돌…"학교와 교육청이 조금만 소통했다면"
  • 구권효 기자 (mastaqu@newsnjoy.or.kr)
  • 승인 2016.05.1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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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에 탔던 학생들이 공부하던 곳은 아수라장이 됐다. 5월 10일 밤 10시 30분경, 재학생 학부모 30여 명이 단원고 세월호 학생들의 존치 교실에서 책상과 걸상, 책상 위에 있는 물품들을 강제로 철거하려다 유가족 부모들과 충돌했다. 고성과 욕설, 몸싸움이 오갔다. 아이들 유품 앞에서 희생당한 학생들 부모님과 그 후배들의 부모님이 싸운 것이다.

교실 존치 문제는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 학교, 교육청 사이에 큰 갈등이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얻은 교육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아이들의 교실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학생 학부모와 학교는 재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며 교실을 철거해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고 갈등은 깊어 갔다.

   
▲ 세월호에 탔던 아이들이 공부하던 교실에서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가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유가족이 한발 물러섰다. 5월 9일 오후 2시, 합동 분향소 앞에서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안산시, 단원고, 416가족협의회 등 7개 기관이 교실 문제를 합의하는 협약식을 했다. 재학생들 편의를 위해 현재 존치 교실을 철거하고, 단원고 인근 기억 공간이 건립되면 복원한다는 것이 합의안 골자다. 가족들은 원하지 않는 결과였지만, 결국 학교와 관계 기관들이 요구한 '통 큰 양보'를 했다.

협약식이 진행되기 30분 전, 유가족 수경 엄마가 수경이의 생활기록부를 확인하던 중 아이가 '제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유가족들은 제적 처리를 위해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 사이에 오갔던 공문을 입수하게 됐다. 가족들은 학교에 찾아가 항의했다. 416가족협의회 차원에서, 제적 처리를 원상 복구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이 사과할 때까지 단원고 교정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가족들은 비가 오는 중에도 학교 현관에서 노숙했다.

   
▲ 가족들은 이틀 밤을 현관에서 보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런 상황 가운데, 10일 저녁 학교에서 재학생 학부모 총회가 열렸다. 세월호 유가족 중에도 희생된 아이의 동생이 단원고에 입학해 재학생 학부모인 경우가 있다. 회의에서 협약식도 했으니 이제 교실을 철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유가족들은 항의했다. 재학생 학부모 임원들은 유가족들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했고, 이후 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학부모가 2층으로 올라가 직접 철거를 시도했다.

교실 물건을 철거한다더라도 재학생 부모가 직접 책상과 걸상을 들고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유가족들이 현관에서 농성 중인데, 물건을 빼려고 할 때 충돌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고 예상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교실을 치우러 온 재학생 부모 중에는 한때 유가족을 위로해 주던 사람도 있었다. 물리적인 충격보다 심정적인 충격이 훨씬 컸다. 실랑이 끝에 재학생 부모들은 학교를 빠져나갔고, 유가족들은 또 현관에서 밤을 새웠다.

11일, 가족들이 농성하는 단원고 현관에서 재욱 엄마 홍영미 씨를 만났다. 그는 어제 벌어졌던 일을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던 중, 재학생 부모 편 한 남성에게 습격을 받아 카메라를 빼앗기고 밀쳐져 응급차에 실려 갔다. 겉보기에는 멀쩡했지만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머리 쪽을 다쳐 혈압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그에게 교실 존치 문제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병원으로 갔다.

다음은 재욱 엄마와의 일문일답.

   
▲ 재욱 엄마 홍영미 씨는 10일 밤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다가 폭행을 당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어쨌든 합의가 됐는데 재학생 부모들이 왜 갑자기 교실을 철거하려 든 건가.

교실 존치는 뜨거운 감자였다. 유가족과 재학생 부모, 학교, 교육청과의 갈등이 있었다. 이런 일은 교육청과 학교가 알아서 조율해야 했는데, 제 역할을 못해서 재학생 부모와 유가족들 사이에 골이 깊어지게 됐다. 그걸 중재한다고 중재위원회까지 꾸려졌는데도 잘 진행이 안 됐다.

결국 9차 합의 끝에 협약서를 쓰기로 했다. 협약서에 나온 내용대로 이행하기로 서로 약속을 한 거다. 월요일(9일)에 협약식을 했다. 도장을 찍고 나면 어떻게 시행을 할 건지 절차가 있을 것 아닌가. 충분히 논의한 상태에서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학교와 재학생 부모들은 '합의는 하겠다. 그러고 난 다음 우리 일정대로 교실을 빼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말도 안 되지 않나.

- 합의 사항에 '어떤 식으로 옮기겠다' 이런 내용이 있을 거 아닌가.

있다. 우리는 그런 수순을 밟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아니었다. 합의하기 전부터 상황을 다 진행해 놓고, 도장만 찍으면 바로 (교실을) 빼는 걸로 계획을 잡고 있었던 거다. 일방적으로.

일례로 협약식 전에 이삿짐센터를 부른 적이 있었다. 아이들 물건을 옮기려면 그래도 예우를 갖춰서 해야 하고 방법도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무조건 '학사 일정에 맞춰서 봄 학기 내에 강행하겠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고 있다.

- 유가족과 상의 없이 학교가 이삿짐센터를 부른 건가.

그렇다. 이삿짐센터에서 이사할 때 쓰는 노란 박스를 존치 교실 복도에 켜켜이 쌓아 놨다. 그게 유가족들에게 발각됐다. 가족들이 항의 아닌 항의를 해서 그걸 뺐다. 그런 일도 겪었지만 우리는 교실 문제에 대한 협의 자체를 파기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9일에 사인을 한 거다.

근데 그날 우리가 학적부를 떼 봤더니 아이들이 제적 처리가 돼 있더라. 너무 황당했다. 이미 교육청과 단원고 간에 공문이 오갔고, 학부모 운영위원회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면 다 알고 있고 우리만 몰랐던 거다.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상황이 이런데 우리가 협의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있나. 일단 유가족들은 제적 처리를 정상화될 때까지 협의를 이행할 수 없다고 결의했다.

학교는 계속해서 학사 일정에 맞춰야 한다며 교실을 빨리 빼야 한다고 했다. 우리더러 통 큰 양보를 하라고 해서, 우리는 교실을 빼기로 진짜 통 큰 양보를 한 거다. 그렇게 합의를 했으면 좀 기다려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직 미수습자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인데. 그런데 학교는 계속해서 5월 15일까지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학교는 협약식 전 이삿짐센터를 부르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왜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유가족들에게 '통 큰 양보'를 하라고 한 게 누구인가.

학교, 재학생 학부모들이 그랬다. 유가족들이 통 큰 양보를 하라고. 우리는 7월에 인양되고 미수습자 아이들 찾아서 다 같이 명예졸업시킬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교실 빼는 날을 5월로 정했다. 소통도 안 했고 일방적인 통보였다. 이기적이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거 같다.

어제는 재학생 학부모 총회가 있었다. 총회를 하는 목적이 당장 교실 빼자는 거다. 15일까지는 시간도 좀 남아 있는데. 게다가 제적 문제 때문에 유가족이 학교 측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런데 재학생 부모들은 제적과 교실 빼는 게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 우리는 당연히 상관있다. 그동안 우리 모르게 아이들 제적시키고 교실을 이전하려고 협의한 거다. 협의할 때와 상황이 달라졌지 않은가.

협약은 지킬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파기할 수도 있었지만, 일단 원상 복구될 때까지, 제적 상태가 되돌아오고, 잘못한 사람에게 책임 추궁하고 정리가 될 때까지 합의 파행까지는 아니어도 유보할 필요는 있지 않나. 우리는 정리가 되면 이행하겠다고 입장 표명했다. 근데 그걸 못 기다려 주고… 어제 이 사람들(재학생 학부모들)이 총회를 한다고 하기에, 설마설마했는데 총회 끝나고 그냥 뺀다고 올라간 거다.

재학생 부모들을 폄하하자는 게 아니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당연히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나지 않겠나. 예상대로 실랑이가 일어나니까 '안 하겠다'고 하면서 내려갔다. 알고 보니 이미 신변 보호를 위해 경찰을 불러 놨더라.

- 어머님이 응급차에 실려 가셨다던데.

재학생 학부모들이 내려갈 때였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고 있었다. 작년 학교 운영위원장 했던 사람이 있다. 이제는 운영위원장도 아니고 학부모도 아니다. 그런 사람이 재학생 학부모 총회에도 참석하고, 이후 1층 복도에서 팔짱을 끼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더라. 그러다 나가면서 갑자기 내 카메라를 확 뺏었다. 그런 다음 나를 밀쳤다. 그 자리에 유가족들, 시민이 많았다. 도발을 하려 한 거다. 그런데 외려 그 사람이 엄마들 쓰러뜨리고 발로 차고 했다. 우리 도발을 유도했는데 자기가 주먹질을 한 거다.

- 재학생 부모들은 다 같은 생각인가.

아니다. 재학생 부모 중에도 왜 기다려 주지 못하느냐는 사람이 있다. 뭣 모르고 교실 빼야 한다는 기류에 휩쓸렸다가, 여기 와서 상황을 보고 하니까 너무 놀라더라. '몰랐다', '미안하다'고 하더라.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고, 그냥 단순하게 내 새끼만 보였던 거다. 재학생 부모들이 교실 빼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딱 하나, 우리 아이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거다.

그리고 우리가 재학생 부모들과 이렇게 부딪혀야 하나. 협약식까지 거친 마당에 이런 안 해도 되는 충돌이 왜 이렇게 많은가. 학교랑 교육청이 조금만 소통하면 되는 문제인데…. 어제 같은 일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 단원고 현관 앞 사물함에는 유가족들의 메시지가 붙어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교실 존치는 첨예한 문제다. 유가족을 지지하는 사람 중에서도 교실은 이제 빼야 하지 않느냐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기억 교실'은 참사의 현장이다. 그러나 참사의 현장으로서 보존하려는 게 아니다. 이 기억 교실이 주는 의미, 철학이 있다. 우리나라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이런 참사가 일어난 이유 중 하나는 전인 교육, 인성 교육, 주체적인 교육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위기 상황에서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이 교육의 현실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교실에 와 보면 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 백날 이야기 듣고 교육받는 것보다 한 번 와 보면 아는 거다. 그렇게 보존의 가치라는 게 있다. 부모들은 그런 마음이다. '여러분들, 앞으로 그런 세상을 만들면 안 되지 않느냐'. 이건 하나의 메시지다. 그래서 교실을 보존하려 하는 거다.

교실을 지키는 게 의미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부모들은 이걸 보존해서, 아픔의 현장도 교육의 현장이 돼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거다. 그런데 그걸 거부한다. 혐오 시설도 아닌데 무섭다고 하고, 학교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의식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가치 판단이 되는 거다. 추모 비석 덜렁 세워 놓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가치가 있지 않나. 얼마든지 보존할 방법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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