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고신대학교(고신대·전광식 총장) 총여학생회(총여)가 주최한 '혼전 순결 캠페인'이 논란이 되고 있다. 5월 9일(월) 총여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고신총여'에 혼전 순결 캠페인을 홍보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총여는 혼전 순결을 지키겠다고 서명한 학생들에게 추첨을 통해 은반지를 준다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등록했다. 기독교가 말하는 혼전 순결의 의미가 적힌 포스팅도 함께 올렸다.

▲ 고신대학교 총여학생회는 행사 전, 페이스북에 혼전 순결 캠페인을 홍보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이 SNS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총여는 순결을 성적으로 절제를 유지하는 것이라 설명하면서 히브리서 13장 4절을 언급했다. "음행하는 자들과 간음하는 자들은 하나님이 심판하신다"는 문구였다. 행사를 주최한 사람들은 부부만이 성관계를 할 수 있다며 하나님 앞에서 순결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글은 SNS에서 확산되고 언론에 노출되면서 이슈가 됐다. 고신총여 페이지를 포함해 부산 이야기만을 다루는 페이지 '부산 공감', 논란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게시물에는 캠페인에 대한 찬반 의견이 들끓었다.

한 남성은 '간음'이 죄고, 여기에는 결혼 전 성관계까지 포함된다고 했다. 기독교 대학에서 기독교 가치관대로 살자는 게 왜 문제가 되냐고 되물었다. "순결이라는 단어를 성에다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섹스하면 더러워지는 것이냐"고 지적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순결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부정적인 의견을 의식한 듯, 총여학생회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고신대 관계자는 혼전 순결 캠페인은 총여가 오랫동안 주최한 행사로, 재학생들은 외부 반응과 달리 행사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 5월 10일 고신대학교 총여학생회는 논란 중에도 혼전 순결 캠페인을 진행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고신총여' 갈무리)

논란 속에서 총여는 5월 10일(화) 오전 10시부터 캠페인을 진행했다. 현장에 행사 포스터와 학생들에게 혼전 순결 찬반 의견을 묻는 스티커판을 붙여 놨다. 총여 소속 학생들은 서명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행사 취지를 말했다.

혼전 순결 관련 행사는 고신대에만 있는 건 아니다. 기독교 대학인 한동대에도 1995년부터 시작한 '순결 서약식'이 있다. 2016년까지 20년 넘게 이어졌는데, 몸의 순결뿐 아니라 말과 행동, 마음의 순결성을 다짐하는 행사로 알려졌다.

성 결정권 있다는 생각 왜곡됐다…관계 기반으로 하되 피임 필요

그리스도인들의 화두인 '혼전 순결'에 대한 이야기를 이호택 목사(한국 십대선교회)와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에게 들어 보았다.

이호택 목사는 학교와 교회를 다니며 '성적 순결'의 중요성을 알리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순결 서약을 받는 활동을 한다. 이 목사는 혼전 순결 캠페인의 본래 목적은 사람들에게 성의 중요성과 순결을 지켜서 얻는 유익을 알려 주는 것에 있다고 했다. 개개인의 잘못을 따지거나 판단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사람들의 비판과 달리 여성을 성적으로 억압하거나 서약을 강제로 하게 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왜곡된 생각이라고 했다. 성관계는 임신과 연결되는 문제라 사람들의 주장대로 자유화되면 엄마, 아빠 없는 아이를 낳는 등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했다.

▲ 이대 백소영 교수는 전통 시대에 맞춰진 순결 개념을 현대에 맞춰 재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백소영 교수는 혼전 순결의 긍정적인 측면을 먼저 언급했다. 현대사회는 10대부터 매스매디어로부터 성적인 노출이  많다. 정체성이 덜 형성된 청소년은 호기심으로 성관계를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프리 섹스 형태'로 가면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위험 부담을 끌어안게 된다. 백 교수는 이 때문에 혼전 순결로 여성 스스로가 본인을 지킨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 점에서 캠페인을 긍정적인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순결' 개념을 재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 시대에 맞춰진 순결 관념을 현대 사회에 맞춰 다시 봐야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순결 개념이 결혼 전까지 몸을 잘 지켰다가 배우자에게 '주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한 번의 성행위로 더럽혀지거나, 손상되는 게 아닌 온전한 인간성을 지켜 내는 일로 이해돼야 한다고 했다.

초혼 나이가 미뤄지고, 40~50대의 비혼 비율도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성관계를 결혼과 결부하는 게 무리가 있다고 보았다. 결혼과 별도로 두 성인이 관계성을 기반으로 서로를 자라게 하는 친밀성의 표현으로 맺는 성관계는 타자가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다만 둘이 합의하더라도 관계를 해치거나 쾌락만 추구하는 성관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성관계는 생명을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린 생명을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꼭 피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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