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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대·서울신대가 '교회 출석 확인서' 없앤 이유
종합대학 전환하며 비기독교인에게 개방, 불필요한 논란과 차별 막기 위해 제도 개선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6.05.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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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신대는 최근 비기독교인도 내야 하던 '교회 출석 확인서' 제도를 폐지했다. 아무리 기독교 학교라도 장학금 지급 등에서 비신자에게 차별을 줄 수 있느냐는 민원을 받아들인 것이다. (고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 학교에 다닌다고 무조건 '기독교인'이란 법은 없다. 2004년 대광고등학교 학생 강의석 씨가 종교 자유를 외치며 채플을 거부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종합대학으로 규모를 키우는 신학 계열 대학교들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수천 명의 성인에게 종교를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적응해 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신대학교(고신대·전광식 총장) 학생복지지원처 장인철 팀장은, '교회 출석 확인서'를 낸 사람에게만 장학금을 주는 제도를 당장 다음 학기부터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언론 <부산일보>에서 문제를 제기한 지 1주일 만이다.

그간 고신대 장학금 지급 규정에는 신앙생활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장학금 지급을 중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신앙생활 확인서는 출석 교회 담임목사가 학생 신앙생활이 어떠한지 평가하는 문서다. 교회 출석 연한, 신급, 활동 부서, 예배 출석의 성실성 여부를 교역자가 체크하고 교회 직인을 찍게 되어 있어서 비기독교인이 임의로 문서를 만들기는 어렵다.

"교회 안 다니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이냐"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생긴 건 10년 전, 고신대가 비기독교인 입학을 허용하면서부터다. 그 전에는 세례 교인만 입학할 수 있었다. IT경영학과, 의예과 등 비신학과 계열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비기독교인 학생 숫자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몇몇 학생들은 종교를 이유로 장학금 지급에 불이익을 주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며 학교 행정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고신대 기독교교육학과를 2013년에 졸업한 윤영균 씨는 비기독교인 친구 사례를 보고, 학교의 처사가 부당하다며 서류를 내지 않았다. 결국 윤 씨는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윤 씨는 5월 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불만이 있어도 문제를 제기하면 불이익이 있을까 우려해 쉽사리 얘기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앓아 왔다"고 했다. "교회 출석 확인서를 편법으로 작성해 온 사람도 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장인철 팀장은 "앞으로는 이런 규정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 보는 사실이 없도록 하겠다"며 장학금 규정뿐 아니라 비기독교인 학생에게 불리할 수 있는 규정들을 모두 찾아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서울신대도 지난해 1학기까지 전교생을 대상으로 받던 '교회 생활 평가서' 제도를 없앴다. 이전까지 이 평가서를 내지 않으면 채플 과목이 F 학점 처리됐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서울신학대학교(서울신대·유석성 총장)도 고신대와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1학기까지 학생들에게 받던 '교회 생활 평가서'를 2학기부터 신학 계열을 제외하고는 없앴다. 이전까지는 학생들이 교회 생활 평가서를 내지 않으면 채플 과목을 F 학점 처리했다.

서울신대도 늘어나는 비기독교인 비율을 감안해 지난해 1학기를 끝으로 이 제도를 폐지했다. 학교가 나서서 규정을 없앴다. 서울신대 교목 한만홍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비기독교인 학생 비율이 50%가 넘는 학과도 있다. 어디 가서 평가서를 받아 오겠나. 가짜로 떼 오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학교가 종합대학으로 전환하기로 했으니 그에 따른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신대만 해도 비기독교인 학생이 늘어나면서 크고 작은 잡음이 일었다. 학교에는 신학과뿐 아니라 사회복지학과, 유아교육과, 중국어과 등 다양한 전공이 있다. 서울신대 한 학생은 "교회 문화를 처음 접해 낯설어 하는 비기독교인 학생들이, 학기 초 신앙 수련회를 치르고 방언과 통성기도 등 낯선 문화에 충격을 받아 자퇴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두 대학 말고도 총신대, 숭실대, 목원대, 협성대, 배재대 등 비슷한 취지로 설립된 미션스쿨이 곳곳에 있다. 아무리 기독교 학교라도 해도 '비신자'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줄 수 없는 만큼,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신대 졸업생 윤영균 씨는 "미션스쿨에서 약자의 위치인 비신자들의 입장이 어떤지, 그들의 위치에서 생각해 주고 배려해 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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