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청년아카데미 '하나님나라를 증언하는 마을 공동체 운동' 마지막 강의가 5월 3일 있었다. 최철호 목사가 '농촌과 도시가 서로 살리는 농도 상생(相生) 마을 공동체'를 주제로 강의했다. (사진 제공 기독청년아카데미)

"초대교회는 2000년 전 잠깐 있다가 실패한 공동체가 아닙니다. 교회사 속에서 끊어지지 않고 계승되고 있습니다. 과거 전쟁과 폭력이 난무한 때에 그리스도의 평화를 지켰던 믿음의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초대교회의 신앙과 삶은 지금도 다양한 공동체의 생성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독청년아카데미(기청아·오세택 원장) 강의 '하나님나라를 증언하는 마을 공동체 운동' 마지막 시간에 최철호 목사(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한 말이다. 최 목사는 '농촌과 도시가 서로 살리는 농도 상생(相生) 마을 공동체'를 주제로 5월 3일 서울 동숭교회에서 강의했다. 

최철호 목사는 동역자들과 함께 강원 홍천과 서울 인수 등지에서 마을 공동체를 일구어 가고 있다. 앞선 강의에서 농촌과 도시에서 일구는 마을 공동체를 다루며 홍천과 인수 마을을 소개했다. 최 목사는 공동체로 살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성서에서는 공동체 생활양식을 어떻게 증언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문명의 희망을 세워 나갈 수 있을지를 이야기했다. 최 목사의 강의를 요약하여 그대로 옮긴다.

분명한 떠남·변화로 공동체 시작해야

▲ 최철호 목사는 공동체를 하려면 처음부터 분명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잘 떠나서 새로운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기독청년아카데미)

"교회를 제도나 틀로 접하기에 앞서 생명으로 경험해야 합니다. 생명의 사귐이 살아있는 교회인 것이죠. 관료화된 국가 교회 질서 속에서는 교인의 일차적 정체성을 교회 출석 교인으로 등록되어 있는지에 둡니다. 이게 본질이 아닙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맺는 관계와 사귐이 중요한 것이죠.

공동체 교회를 시작하려 할 때 문제의식을 철저히 지키고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결혼해서 집을 구하고, 차를 살 때 소비하는 방식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상관없는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히 교회에 등록만 하면 되고, 적정하게 아껴 쓰고 과소비만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뭔가에 중독된 것처럼 소비하는 삶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면, 이것에 따라 자신이 그리스도인인지 아닌지가 결정됩니다.

하나님께서 출애굽 백성을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새롭게 살게 하실 때 거룩함과 구별됨을 말씀하셨습니다. 노예로 살던 과거를 끊어 버리라는 얘기입니다. 서로 종을 만들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으로부터 처음 받은 말씀도 '떠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 익숙한 것에서 떠나는 것은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일관된 가르침입니다.

느슨하게 적당히 시작하면 공동체를 제대로 해 가기 어렵습니다. 교회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기를 기대하면서 적당한 수준으로 공동체성을 키워 가고자 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공동체로 나아가기 힘든 상황을 직면합니다. 적은 인원으로도 공동의 신념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더 늘어나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분명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전환을 시도해야 합니다."

'지파 공동체', '초대교회'를 따라

"하나님께서 애굽에서 나온 이들을 향해 하나님 백성으로 살아가라고 두 가지를 주셨습니다. 하나는 '시내산 언약'입니다. 하나님 백성으로서 따라야 할 가치가 담긴 언약입니다. 또 하나는 '지파 공동체'입니다. 당시 고대 근동에는 군주제 국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출애굽 백성에게 지파 간 연합 공동체라는 독특한 관계 양식을 제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나라 복음을 말씀하시면서 복음의 가치를 구현하여 살기 위한 새로운 관계 양식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이것은 사도행전의 성령 강림 사건 이후 생겨난 공동체로 나타납니다. 초대교회 공동체입니다.

예수께서 하나님나라가 왔다고 선포하면서 회개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돌이켜 새롭게 살라는 말씀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려 하지 말고, 너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는 식으로 가면 안 됩니다. 공동체를 시작할 때 인간적으로 계산하려 하고 염려하고 걱정하면, 새로운 전환을 이룰 수 없습니다."

마을 공동체로 '생명 감수성' 회복해

▲ 서울 인수나 강원 홍천 마을 공동체에서 깨닫고 경험한 것은 생명 순환의 원리에 맞게 사는 것이었다. (사진 제공 기독청년아카데미)

"공동체는 생명입니다. 생명 순환 원리를 깨닫고 몸에 들이는 게 공동체입니다. 나는 집이 여러 채가 있는데, 다른 지체는 집이 없을 때 이것이 과연 생명 순환 원리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피가 몸에서 골고루 흘러야 하는데, 한쪽에 쏠리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느끼지 못하면, 생명으로서 공동체를 구현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서울 도시에서 공동체를 하면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의 원리에 따라 사는 삶을 배웠습니다. 생명 원리에 맞게 살려다 보니까 '마을'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육아 품앗이를 하는데, 함께 마을에 살면 품앗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겪었습니다. 육아 품앗이를 하다 보니까 남자도 육아와 살림에 참여하는 게 점점 자연스러워집니다. 가부장적인 질서를 극복하고 생명과 교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장이 됩니다.

강원 홍천으로 귀촌할 때 명확한 뜻을 가지고 갔습니다. 홍천에 간 지 6년이 지났습니다. 토박이 씨앗(토종 종자)을 심고 채종하고 나누면서 농사짓습니다. 비닐 멀칭을 안 하고, 기계를 쓰지 않고 농작물을 기릅니다. 판매 목적으로 농사하지 않고, 똥오줌 거름을 쓰며 토박이 씨앗을 보존하고자 했습니다. (관련 기사: '농(農) 영성'으로 농사하고, 집 짓고, 가르치고)

유기 농사를 지키고 확장하려 한 사람 중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나 정농회가 비슷하게 강조한 것이 똥오줌입니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안 쓰는 것도 중요한데, 근원적으로 생명 순환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생명이 생명의 존재 방식대로 살아가느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이름도 빛도 없이 유기 농사를 짓고 토박이 씨앗을 채종해 온 할머니들처럼 생명 순환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자 했습니다."

 '농도 상생(相生) 마을공동체 삶'에 미래 문명 희망 있어

▲ 최철호 목사는 농촌과 도시가 더불어 사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래 문명의 희망인 농도 상생(相生)과 생산, 생명 살림에 있다고 말했다.(사진 제공 기독청년아카데미)

"도시 문명이 왜 문제가 있을까요. 생명 순환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문명입니다. 서울은 송전탑 건설을 위해 밀양 할머니를 착취하지 않으면 살 수 없습니다. 또한 경기도에 쓰레기 매립지를 만들지 않으면, 서울은 쓰레기 더미 처치 곤란으로 살기 힘든 곳이 됩니다. 서울 강남에 송전탑이나 쓰레기 매립지를 만들 수 있을까요. 농촌과 시골은 도시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과거 농촌에서 도시로 온 이들이 산업예비군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도시 대학생들과 청년들이 산업예비군이 되고 있습니다. 저임금 노동정책이 과거와 똑같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대상이 도시 청년들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무수한 청년들이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농촌과 도시가 더불어 사는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생명 순환의 삶을 구현하는 도시 공동체를 세우고, 공동체 생활을 토대로 농촌과 연대하거나 농촌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우리 시대 미래 문명의 희망인 농도 상생(相生)과 생산, 생명 살림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기청아는 5월 21일 임진각과 평화누리길 일대를 순례하는 '평화와 화해의 순례'를 진행한다. 분단된 나라, 분열된 사회에서 일치와 화해, 그리스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순례다. 함께 걸으면서 이 땅의 아픔을 돌아보며 평화의 기도를 드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문의: 02-764-4116, 기청아 누리집기청아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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