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눈 깜박할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기독교인들이 간담회장에 들어온 후 통성기도를 시작하고 김조광수 감독이 그들을 피해 건물을 떠나기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김조광수 감독이 말하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았다. 들어 보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원천 봉쇄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4월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가 주최한 김조광수 감독 강연 때 일어난 일이다.

행사 시작 전부터 교회협은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홈페이지 자유게시판도 항의 글로 도배됐다. 무조건 행사를 취소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김조 감독은 행사장에 나타났다. 위협 속에서도 장소를 바꾸면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김조 감독의 강연은 40분 정도로 마무리됐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신앙 관련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할 무렵 강연은 갑작스레 중단됐다. 그에게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이자 기독교인으로서 못 다한 이야기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5월 2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많이 피곤한 듯 입술이 부르터 있었다. 그는 "그날 사건이 아무래도 좀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와의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5월 2일 만난 김조광수 감독은 조금 피곤한 듯했다. 오른쪽 입술은 부르터 있었다. 그는 혐오 세력을 마주하는 것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예수님이 면전에서 저주하라고 가르치셨나

- 간담회 때 난리가 났었다. 비슷한 경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예상했나.

2013년 공개 결혼식 진행할 때도 누가 와서 똥물을 끼얹는 사건도 발생하고 해서 심한 반대가 있을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 이전에도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한 적은 없지만 옷을 잡아당기거나 강연장에 못 들어가게 한 경우는 있었다.

한번은 광주에서 강연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기독교인 100명 정도가 왔다. 단순히 피켓 들고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정문을 막고 서 있었다. 광주는 그래도 인권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동성애 문제에 관해서는 너무 다르게 반응하니까 강연회를 주최하는 단체가 놀랄 정도였다.

이번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 관련 단체에서 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극렬하게 반대할 것이라 예상했다. 강연장에 아예 못 들어가거나 혹 들어가더라도 단상을 점거하거나 마이크를 빼앗아 버리거나, 나를 밖으로 내쫓거나, 아수라장으로 만들어서 발언을 못 하게 할 것 같았다. 그분들이 나중에 옮긴 장소에까지 와서 그렇게 한 걸로 봐서는 원래 장소에서는 아예 강연을 시작도 못 했을 것 같다.

- 간담회에서 신앙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이 들어왔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혐오 표현하는 사람들을 직접 맞닥뜨렸는데 기분이 어땠나.

행사 며칠 전부터 잠을 잘 못 잤다. 나는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벽 두 시, 세 시쯤 깨서 잠에 들지 못하고 그랬다. 간담회 다음 날 입술이 부르텄다. 그러고 나서는 오히려 잠을 잘 잤다. '그 사람들을 맞닥뜨리는 상황 자체를 내 몸이 거부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괜찮아, 나는 자신 있어"라고 말해 왔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내가 그분들 보는 것 자체를 힘든 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에는 젊은 사람 몇 명이 먼저 간담회 장소에 들어왔다. '아 그냥 들으러 온 사람들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다수가 되니까 갑자기 말을 꺼내기 시작하더라. 자기들이 소수일 때는 별말 없이 그냥 듣고 있었다. 소수일 때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봤을 때는 뭔가 확신에 차 있다고 하기보다 그 상황이 두려운 것처럼 보였다.

내가 그 건물을 빠져나갈 때까지 관계자들과 경찰이 보호해 줬다. 계속 쫓아와서 옷과 가방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나가는 과정에서 안 보고 싶어도 그들의 얼굴을 볼 수밖에 없었는데, 증오에 찬 얼굴이었다.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 밖으로 나갈 때까지 계속 혐오하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직접 듣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큰길로 나가 택시를 잡아탄 후 정말 깊은 한숨이 나오더라.

▲ 김조광수 감독은 약 5분 동안 혐오 세력과 마주했다. 그들은 김조 감독을 앞에 세워 두고 간절하게 방언으로 기도했다. 김조 감독은 "예수님이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신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그날 간담회에서 자신을 성공회 교회에 다니는 기독교인으로 소개했다. 그들 또한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이다.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보기에 어떤가.

안타깝다. 기독교는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지 않나. 각 교단마다 교리가 다르다 할지라도 다 떠나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기독교인인데. 예수님이 지금 이 나라에 오신다면 과연 성 소수자나 이슬람교인들을 혐오하실까. 예수님이 행했던 여러 이적을 우리는 성경을 통해 배우지 않았나. 예수님의 본질적인 가르침을 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적어도 혐오와 저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식 한다고 했을 때 어떤 기독교인은 자기가 다니는 교회 목사 설교 영상을 이메일로 보내 왔다. 김조광수는 지옥 불구덩이에 떨어질 것이라고 한 설교를 직접 녹화해서 나에게 보냈다. 우리 목사님이 이렇게 얘기했으니까 당신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내가 동성애자기 때문에 지옥 불구덩이에 빠질 것이라 생각한다 치자. 그렇다고 "너 성경에 써 있으니까 지옥 갈 거야"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과연 기독교인이 할 일인지 의문이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예전에 단편영화 찍을 때 어떤 신인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더니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그 친구 매니저랑 나랑 셋이 만났는데 다짜고짜 나한테 회개하라고 하더라. "나도 기독교인인데 회개하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어 나온 거다. 살인자는 연기할 수 있어도 동성애자는 연기할 수 없다. 살인자는 회개하지만 동성애자는 회개하지 않는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그 친구는 너무 확신에 차서 동성애자가 회개하지 않기 때문에 기독교인은 동성애자를 사랑할 수 없는 거라고 했다. 감독님 지옥에 갈 거라며 너무 안타까워서 그 이야기를 꼭 해 주고 싶었단다. 회개하고 주님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이미 교회 다닌다고 했더니 그런 마음으로 교회 나오면 안 된다고 교회를 모독하는 거라고 화를 냈다.

성 소수자 밀어내는 교회, 힘들다

-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하는 기독교인들은 구약 율법에 "동성애는 분명히 죄라고 기록됐다. 다시는 죄를 지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감독님도 신앙생활하는 사람인데 갈등되는 지점이 없었나.

왜 없었겠나. 살면서 종교, 신앙과 나, 기독교와 동성애 이 부분이 제일 어려웠다. 지금은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말씀드린 것처럼 예수님은 성 소수자를 외면하지 않으셨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사실 나도 로마서에 쓰여 있는 그 구절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성경에 써 있는 것 중에 현대 사회에서 따르지 않는 것도 많다. 성경에 분명 노예제를 언급하고 있고 쓰일 당시에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경에 써 있는 동성애 관련 구절이 지금 시대의 동성애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신학자의 해석을 보면서 극복하고 있다.

▲ 김조광수 감독은 성 소수자 기독교인은 일반 성 소수자보다 훨씬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교회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없어 혐오 발언을 있는 그대로 들으며 아닌 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럼에도 힘들었던 것은 교회라는 공동체가 나에게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혼자 기도하는 것과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특별한 예식 속에서 내 신앙을 고백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교회 공동체가 나를 밀어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참 힘들다. 힘들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주님을 따르지, 목사와 교인을 따르는 것은 아니잖아'라고 생각했다.

예전처럼 힘들지는 않지만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다. '성찬례 할 때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싫어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기도 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 행동이 위축될 때가 있다. '편한 마음으로 교회 오고 싶었는데 교회마저 편한 마음으로 못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힘들다.

- 반대 세력은 '교회는 한 번도 동성애자를 내친 적이 없다.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신앙생활하면 된다'는 논지도 펼친다.

그렇게 혐오 가득한 말을 하면서 내치는 게 아니라고 하면 안 된다. 당신은 지옥에 갈 거라고 말하는데 그게 내치는 게 아니면 뭔가.

- 성공회 교회에 다닌다고 들었다. 교인들 반응은 어떤가.

대한성공회가 공식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결정한 건 아니다. 하지만 교인들 중에 인사하고 안부 물어 주시는 분들이 있다. 꽤 많은 분들과 인사 나눈다. 나를 알아보고 인사 건네는 분들은 그래도 우호적인 분들이다. 싫어하시는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 직접 다가와서 티를 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 김조광수 감독은 "지금 한국 사회에 예수님이 오신다면 성 소수자들을 혐오하실까"라고 물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여자 사귀고 별짓 다해도 못 바꾼 성 정체성

- 간담회 때 본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긍정하기까지 15년 걸렸다고 했다. 또 어린 동성애자 친구들은 그 시간이 짧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젊은 친구들 고민 들어주는 일도 하는가.

SNS나 관련 단체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이다. 결혼식 이후에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동안 결혼은 성 소수자에게 해당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본 이후로는 정말 좋은 사람 만나면 법적으로 인정하든 안 하든 결혼할 수 있다는 꿈을 꾼다는 말을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힘이 된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꿈꿀 수 있게 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후배들은 적어도 나만큼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게 조금씩 짧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사실 제일 힘든 시기를 보내는 건 성 소수자 청소년이다. 성 소수자 청소년들이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정신과에 치료받으러 갔어요, 기도원에 갔어요" 이런 이메일을 여전히 보낸다.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는지 뻔히 아는데 도와줄 수가 없으니 좀 안타깝다.

청소년 때에 아웃팅(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동성애자임이 외부에 드러난 경우)되거나 스스로 커밍아웃했다가 그런 상황에 놓이는 친구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보수적인 기독교인이다. 자녀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동성애는 병이고 고칠 수 있는 거라고 들은 거다. 그래서 병원이나 기도원 같은 곳에 보낸다.

과거 미국 보수 교단에서도 탈동성애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했는데 지금은 거의 다 중단했다. 제일 규모가 큰 곳도 자신들의 잘못을 사죄하고 사역을 그만뒀다. 그런데 왜 그걸 우리나라에 똑같이 들여와서 답습하고 있는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한다.

- 대다수 기독교인은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로 바뀔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확신한다. 정말 바뀔 수 없는 거냐고 물어보는 기독교인도 많다.

바뀔 수 있는 거면 왜 안 바꾸고 그렇게 살겠나. 누가 그렇게 억압받고 혐오받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나. 나도 15년을 고민하면서 여자도 사귀어 보고 생각 안 해 보려고 노력도 하고 별짓 다 했는데 안 바뀌더라.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면 된다. 자신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머 나 동성애자구나'라고 편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자신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 스스로도 부자연스럽게 느낀다. '내가 왜 동성을 좋아하지? 나 동성애자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부정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노력했는데 안 되니까 동성애자로 사는 거다. 처음부터 동성애자인 것이 너무 편하고 좋아서 동성애자로 사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없을 거다. 외국의 경우와는 다를 것 같다.

▲ 김조광수 감독이 자신이 동성애자인가 하는 의문이 든 건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남학생을 좋아하면서부터다. 그는 동성애 하면 무조건 '섹스'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반동성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교회가 왜곡한 동성애자 이미지

- 요즘 교계에서는 '동성애=항문 섹스=에이즈 확산 주범' 논리로 반동성애 운동을 펼친다. 지난주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도 교회에서 이 내용으로 설교했다. 기독교인 부모들은 '동성애는 학습된다.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자는 동성과 섹스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관점이 있다. 이성애자라고 해서 이성과 섹스'만' 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이성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성애자인데, 동성은 동성을 사랑한다는 정신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동성과 섹스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라고 묘사한다. 반동성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동성애=섹스'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는 공식을 만들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부터 하게 만든다.

동성애자 중에도 평생 섹스 한 번도 못 해 본 사람이나 연애도 못 해 본 '모태 솔로'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못 만나서 그렇기도 하고 두려워서 못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번 동성과 섹스하면 에이즈 걸리거나 계속 섹스에 탐닉할 것 같은 두려움을 갖는 사람도 있다.

'섹스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너무 그 위주로만 본다. 그러니까 계속 왜곡한다. 사람 사고가 섹스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건 이성애자도 마찬가지 아닌가. 일부가 그런 성향을 보일 수 있겠지만 다수는 그렇지 않다. 사랑은 정신적인 것을 기반으로 시작하는 것이지 육체적인 것을 기반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동성과 섹스해 봤더니 좋더라고 해서 동성애자라고 느끼는 게 아니다. 내가 '나 동성애자인가'라고 의문을 가진 것은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남학생을 좋아하는 데서 시작된 거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에서 출발하는 거지 섹스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다.

반동성애 주장하시는 분들이 동성애자들의 여러 일탈 행동을 크게 부풀려 모든 동성애자가 그런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럼 이성애자는 그런 일탈 행동이 아예 없나. 그들에게도 수많은 일탈 행동이 있지 않나. 성매매만 하더라도 대부분 이성애 중심의 성매매다. 특정한 사안을 일반화하는 건 큰 오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동성애의 실체', '본질' 이런 단어를 써 가면서 여론을 호도한다.

나는 그래도 커밍아웃하고 대중에 알려진 사람이라 이 정도인데, 그렇지 못한 성 소수자 기독교인의 경우에는 훨씬 힘들다.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닌 척할 수밖에 없으니, 혐오에 그대로 노출된 채로 그 발언을 다 들어야 한다. 대형 교회를 다니고 있으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까. 교회가 그 사람들을 품어 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

▲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긍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동성애자들은 그 기간이 조금 더 짧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동성애자로서 또 기독교인으로서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바라는 부분을 말해 준다면.

성 소수자 기독교인이 갖는 고민에 귀 기울여 달라고 부탁한다. 동성애자 기독교인은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보다 고민이 백만 배는 더 많을 거다. 그 고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주면 좋겠다. 성 소수자 기독교인이 갖고 있는 고민, 그렇게 교회에서 혐오 발언을 들으면서도 신앙을 놓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한 번쯤 생각해 주면 좋겠다.

프란치스코 교종이 내비친 입장까지만 해 주면 좋겠다. 우리를 교인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교리를 바꿔 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치지만 않으면 된다. 성 소수자가 분명 존재하는데 존재 자체를 계속 부정하면서 혐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교회가 그것으로 출발해, 동성애 관련 논의를 증오의 방법이 아닌 사랑의 방법으로 이끌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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