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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에 선 농촌 목회, 전환 모색하는 목사들
5월 2일 '제6차 마을을 섬기는 시골 교회 워크숍' 현장 스케치
  • 김재광 (today@newsnjoy.or.kr)
  • 승인 2016.05.0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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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일 대전 늘사랑교회에서 '제6차 마을을 섬기는 시골 교회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110명이 참석했고, 마을 사역을 주제로 4명의 농촌 목회자가 발제와 심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목회멘토링사역원(원장 유기성·김영봉 목사)은 5월 2일(월) 대전 늘사랑교회(정승룡 목사)에서 '제6차 마을을 섬기는 시골 교회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110명의 목회자가 모였습니다.

30~40대 젊은 목회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남 순천에서 부교역자 사역을 하고 있는 최영복(42) 목사는 "2005년에 목사 안수를 받고 11년째 부교역자 사역을 하고 있다. 중소 도시 부교역자를 어떤 교회가 청빙할까? 주변 분들은 개척하면 여지없이 실패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그래도 바라는 것이 있다.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싶다. 지역에 뿌리내리는 목회를 꿈꾼다. 먼저 이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데 기대가 크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사연을 가진 참석자들이 모였습니다. 이의효 목사는 은퇴 후 수원신학교 산하 농어촌교회사역연구소에서 후배 목회자들을 돕는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3차에 이어 이번 6차 워크숍에도 참석해서 후배 목회자들을 만났습니다. 강원도 강릉·삼척 지역에서도 참석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워크숍 참석을 위해 하루 전날 대전에 들러서 묶었습니다. 박종배 목사는 "매번 올 때마다 부흥회에 참석하는 심정이다. 올해도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단체 참석도 있었습니다. 침례교 농선회에서는 11명이 단체로 워크숍에 참석했습니다.

   
   
   
▲ 오전에는 네 개 사례를 브리핑 형식의 발제를 통해 미리 살펴봤습니다. 마을 사역의 범주를 네 개로 나눴습니다. 지역성, 자립 모델, 문화/교육, 이웃 섬김.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워크숍은 '마을 사역'에 관한 네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시온교회 김영진 목사는 '지역성', 광시송림교회 이상진 목사는 '자립 모델', 쌍샘자연교회 백영기 목사는 '문화 사역', 해남새롬교회 이호군 목사는 '이웃 섬김'을 주제로 오전 발제와 오후 심화 워크숍을 맡아서 인도했습니다.

3,000명 목회하는 시골 목사

김영진 목사는 교인 수가 얼마나 되느냐고 누가 물으면 이렇게 답합니다. "3,000명 정도 됩니다." 묻는 사람이 당황합니다. 분명히 시골 교회인 줄 알았는데, 요즘 그렇게 큰 시골 교회도 있냐는 반응입니다. 김 목사가 그렇게 말한 것은 시온교회의 지역인 천북면의 인구 수가 그쯤 되기 때문입니다.

천북면 모든 면민들이 시온교회 교인이고, 김 목사가 목회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교회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지역 주민들을 빼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교회에서 마을 축제를 열면, 부녀회에서 누가 도울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청년회에는 주차 안내를 맡깁니다. 20년 넘게 두루 관계를 쌓아 왔기 때문에 부탁하는 것도 어렵지 않고 듣는 이들도 선뜻 응합니다. 이제는 교회 일과 지역 일의 경계가 점점 사라졌습니다.

시온교회는 1년에 한 번씩 1,500여 명이 모이는 지역 축제를 엽니다. 교인은 50명 남짓인데 교회 자체로는 어림없습니다. 교회 인근 4개 마을 이장단을 중심으로 교인, 비교인 할 것 없이 손을 보탭니다. 천북면 신죽리에 있는 하나밖에 없는 낙동초등학교 살리기에도 앞장섭니다. 아이들 스쿨버스 운행을 10년째 김 목사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힘들 법도 한데, 김 목사는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행복한 거짓말(?)을 합니다. 농촌 마을에 애들이 아직 뛰놀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냐면서 말이죠.

농촌 교회가 마을을 위해 뭘 해 보려는데, 늘 두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하나는 일할 사람, 하나는 돈. 김영진 목사는 "먼저 교우들이 있고, 더 넓게는 마을 전체 이웃들이 일손이고 함께할 동역자들입니다. 결코 적지 않습니다. 각자의 재능과 은사를 발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돈은 우선 하나님이 준비하셨고, 다음으로 지자체 예산이 있습니다. 찾아보면 길은 많습니다"라고 했습니다.

   
   
▲ 시온교회 김영진 목사는 자신을 '3,000명 교인을 목회하는 시골 교회 목사'라고 소개합니다. 면민 모두가 시온교회 교우들이고 자신이 목회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삶의 자리'를 살피는 목회

이상진 목사는 신학생 시절 미꾸라지 양식을 배웠습니다. 신학생이 성경은 안 보고 미꾸라지 양식이라니요? 이 목사는 목회 초창기부터 밭농사를 지었습니다. 몇 차례의 실패를 겪었지만, 여전히 이 목사에게 밭농사와 목회는 떼려야 뗄 수가 없습니다. "목사냐 사업가냐"는 말도 듣습니다. 이 목사는 말합니다. "삶의 자리로 들어가야 참된 목회다. 농부들과 뒤엉켜 흙을 만져 가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하나님께서는 농부들의 삶의 자리로 나를 부르신 것이다. 그 부르심에 충실하고 싶다."

이상진 목사는 유기농 친환경으로 밭농사를 짓고 수확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연구했습니다. 결국 양파 농사를 직접 지어 양파즙 내는 특기를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마을 이웃들이 지은 양파도 수매합니다. 절대 가격을 안 깎습니다. 양파즙은 없어서 못 파는 상품이 됐습니다. 이익은 마을로 돌아갑니다. 내년부터는 마을에서 나온 쌀을 서울시 소재 학교 식당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서울 시장과 얼마 전 면담도 했습니다. 이 목사는 '이장은 따논 당상' 아니겠느냐며 농을 던집니다. 다음은 이상진 목사가 참석자들과 나눈 말입니다.

"여러분과 제가 살고 있는 자리가 어느 자리이든지, 그곳이 농촌이든 도시든, 내게 맡겨진 그들의 영혼을 불쌍하게 여기고, 그들을 정말 하나님 대하듯이 소중하게 여긴다면, 그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예수님의 마음이 저와 여러분의 마음에 똑같이 일어난다면, 한 몸에 지체가 여러 가지이듯 그곳이 어디이든지 각기 모습은 다를지라도 역사는 똑같이 나타나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우리 모두 힘냅시다."

   
   
▲ 광시송림교회 이상진 목사는 '삶의 자리'를 돌보는 목회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농부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을 돕기 위해서 직접 흙을 만지면서 공감대를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하나씩'

"마을에 차 마실 공간, 아이들이 책 읽을 수 있는 도서관, 지역 농산물로 먹거리 차리는 식당, 마을에 온 손님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갤러리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농촌에 농부들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게 쌍샘자연교회의 생각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길을 찾다 보니 상상력이 커졌습니다. 백영기 목사는 그 과정이 '하나씩' 이어져 왔다고 돌아봤습니다.

젊은 사람이 마을에 몰라 보게 많아졌습니다. 원래 살던 분들이 부담스러워할 정도입니다. 문화를 싹틔우려는 교회의 노력이 젊은 사람들을 농촌에 붙들어 놓았습니다.

"돈은 다 어디에서 났느냐"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백 목사는 "돈이 있어야 하는 일이지만, 또 돈이 없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했습니다. 뜻을 세우면 어떻게든 재정은 구해진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쌍샘자연교회는 100구좌 운동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우리만의 교회도 우리만의 사역도 아닌데, 손 빌리는 게 뭐 어렵냐는 뜻에서 시작한 운동입니다. 인근에 있는 교회, 같은 교단의 교우들이 힘을 모아 주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뒤로도 마을에 필요한 무언가를 생각할 때,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쌍샘자연교회의 이런 마을 사역은 공동체적 영성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교우들을 중심으로 세 개의 위원회가 있는데, 신앙/영성, 생태/자연, 문화/사회를 기본 축으로 합니다. 백영기 목사는 신앙/영성이 근간을 이루는 바탕이라고 말합니다.

"교우들과 자주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뜨겁고 간절히 기도하고, 정말 진지하게 예배 잘 드려야 한다고. 우리의 예배가 형식이 되지 않고, 습관처럼 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산 예배가 될 것인가. 이제 그 고백이 어떻게 삶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 저희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입니다. 우리는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찾아가고 함께하는 사역을 해 나갈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합니다. 그 길은 다양할 수 있겠죠. 여러 가지일 수 있겠죠. 우리는 그 고민을 안고 끊임없이 배우고 있습니다."

   
   
▲ 쌍샘자연교회 백영기 목사는 '하나씩 하나씩' 마을에 필요한 사역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에게 이해나 공감을 얻기 힘들지 모르나, 오랜 시간 꾸준히 지속하면서 주민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그 한 명' 때문에 한 사역

이호군 목사는 해남새롬교회에 부임한 뒤로 폐지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예배를 마치고 폐지를 모아서 정리합니다. 교회 인근 공원에 매일 나오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급식 재정을 모으기 위해서였습니다. 소식을 듣고 읍에 있는 학원, 사무실 등지에서 폐지를 잔뜩 모아다 줬습니다. 12년 동안 폐지를 정리해 모은 돈이 1억 8,000만 원입니다.

폐지를 모으다 보면 별의별 것이 다 나옵니다. 생쥐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뜻밖에 나온 사과를 한 입 베어 먹은 적도 있습니다. 12년 동안 모아 정리한 폐지는 동산 하나쯤은 될 것입니다. 겨울철에는 폐지 정리한 손이 딱딱하게 굳고 갈라져서 누구 몸에 대든 따갑습니다. 내 몸에 닿아도 아픈 손을 허공에 띄워 놓고 선잠을 청했습니다.

해남새롬교회의 이웃 돌봄 사역은, 한 명 때문에 시작한 사역이 많습니다. 독서 지도를 하는 한 아이가 오후 5시에 여는 공부방에 1시부터 와서 저녁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 돌보려다 보니 지역아동센터까지 열게 됐습니다. 무료 급식을 하다가 만난 한 할머니께서 밥 좀 싸 달라 하시길래 왜 그러시냐 했더니 영감이 집에서 못 나온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시작한 사역이 사회봉사단이었습니다.

이호군 목사는 "평생 목회하는 동안 고민을 놓지 말자고 다짐한다. 복음 들고 성도들과 지역사회에게 다가설 때, 그들을 향한 고민을 놓지 말자고 다짐한다. 이 고민이 끝나는 순간 목사로서의 가치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은퇴할 때까지 적어도 그 고민을, 성도와 지역사회를 향한 고민을 멈춰서는 안 되겠다고 늘 다짐한다"고 했습니다.

   
   
▲ 해남새롬교회 이호군 목사는 '한 사람' 때문에 시작한 마을 섬김 사역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거창한 계획 때문이 아니라 곁에 있는 '한 사람'의 상황에 반응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전환의 기로에 선 농촌 목회

참석자들은 다양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동역 관계를 어떻게 맺어가는가', '지자체의 마을 공동체 사역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은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하는가', '교회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목회 본질과 어떻게 맞닿을 수 있을까' 등 마을 사역에 관한 실제적인 질문에서부터 목회 본질에 관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이 나왔고 강사 목회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나눴습니다.

대전에서 목회하는 전병길 목사는 "교회에서 무료 급식 사역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은 마을 사역에 대해서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 해남새롬교회 이호군 목사님 워크숍에 참여했는데, 구체적으로 적용할 만한 점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노하우뿐 아니라 어떤 태도를 가지고 이웃을 대하고 마을 사역을 펼쳐 가야 하는지 많은 도전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 참석자들의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교회와 목회의 본질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마을 사역의 실제적인 노하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워크숍 마지막 순서로 강사 전체 좌담을 열었습니다. '농촌 목회,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가'를 주제로 질의응답을 진행했습니다. 주된 화두는 '시골 교회와 도시 교회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강사들은 도시 교회도 시골 교회도 상호 의식을 전환하고, 터 놓고 만나는 다양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 목회자-목회자 간 연결을 넘어, 교우들간의 확대된 교류, 도시 교회-농촌 지역을 묶는 교류를 시도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좌담에 참여한 '생명의망잇기운동' 사무총장 김문선 목사는 "함께하고자 하는 순환 의식, 서로에 대한 자비의 마음과 용서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워크숍을 마치며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종희 대표는 "시골 교회 워크숍이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는 아니다. 지역 곳곳에서 이름 없이 빛 없이 사역하는 분들을 계속 발굴하고, 서로 연대하고 자꾸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 워크숍 이후로는 지역별로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그러면서 교회와 목회의 본질을 생각하고, 각각 지역에 맞는 구체적인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고 하나님나라에 한걸음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은 계속 기획하고 노력하겠다. 여러분도 힘을 모아 주시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 워크숍 마지막 순서로 강사 전체 좌담을 진행했습니다. 시골 교회와 도시 교회의 협력 방안이 주된 화두였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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