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위기 강해> / 데렉 티드볼 지음 / 안종희 옮김 / 428쪽 / 1만 9,000원

"레위기는 어려운 책이다. 내가 레위기를 읽는다고 해도 '레위기를 읽었다는 것' 이외의 어떤 유익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성도가 많다. 성경을 통독하면서 읽기가 가장 어려웠던 본문이나, 읽고 난 후 그 내용을 정리해 적용하기가 어려웠던 책으로 레위기를 꼽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레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성도 몇몇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말씀을 가르치고 전하는 목회자들 가운데도 레위기를 본문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구약의 제사법, 제사장 위임식, 정결 규례와 부정 규례 등….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는 그 어느 것 하나 익숙하지 않고, 몸으로 다가오지 않는 개념들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묵상 본문으로 연속해서 설교를 전하는 지역 교회 목사로서 새롭게 시작되는 본문이 레위기인 것을 알았을 때 느낀 답답함도 앞서 이야기한 일반적인 이해 이상을 갖추지 못한 탓이었으리라. 그때 BST 시리즈 <레위기 강해>(IVP)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구약 전체 책임 편집자 데렉 티드볼이 직접 <레위기 강해>를 저술했던 터라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레위기의 주제, '거룩'

먼저 최근에 나온 여러 레위기 주석, 해석서와 <레위기 강해>의 차이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용 면에서 보면 저자는 레위기 전체를 '거룩'이라는 주제로 묶고 있다. 레위기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거룩' 개념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 준다. '거룩'을 "하나님은 거룩하시다"는 진술과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는 명령과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이니라"는 약속으로 풀어낸다.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레위기가 '거룩한 삶을 위해 해방된 백성'들에게 준 하나님의 책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은 BST 시리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해석서나 주석이 아니라 '강해서'다. BST 시리즈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기본적으로 본문을 탄탄하게 해석한다.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고 신학적 논쟁점도 약술한다. 그렇다고 여느 해석서가 멈추는 자리에서 멈추지는 않는다.

저자는 강해서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서술했기 때문에 각 장을 다루면서 기승전결이 있는 한 편의 메시지를 전한다. 구약학자로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 목회적 적용으로 풍성하다. 저자는 본문을 살피면서 레위기의 성취에 해당하는 신약의 그리스도를 연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때로는 레위기에서 곧바로 신약을 살고 있는 성도들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많은 대목에서 예표적 해석을 활용한다. 단순한 해석자 역할을 넘어, 창의적 설교자로 레위기 본문을 어떻게 풀어서 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레위기는 어떻게 설교해야 할까

이런 저자의 수고와 관련해 책에 있는 두 부분만 살펴보고 싶다. 하나는 4장 속죄제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9장 성막에 임한 하나님의 임재와 관련된 부분이다. 먼저 저자는 4장을 히브리서 13장, 속죄제와 그리스도의 사역을 연결한다. 영문 밖으로 끌려 나가는 짐승과 성문 밖으로 끌려 나가신 예수님을 연결하면서, 동시에 초대교회 때 실제적인 핍박으로 끌려 나가는 성도들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구약과 예수 그리스도, 핍박받는 초대교회 성도들 삶을 연결하는 것은 18세기에 작곡된 찬송가 가사로 이어진다. 이는 오늘날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 가사가 되어 예배당에서 울려 퍼지는 것으로 고백되어진다. "그가 우리를 속량하시며 병을 고치시고 회복시키고 용서하셨으니 우리가 그를 송축함이 마땅하지 않은가"('내 영혼아 찬양하라', 새 찬송가 65장).

다른 하나는 9장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 충만 사건이다. 새롭게 세운 제사장과 함께 첫 예배를 했을 때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가득히 임했다. 저자는 이것을 출애굽했을 때 시내산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영광' 재현 사건이라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영광의 부재가 현대 교회의 심각한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본문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현대 교회의 병폐들은 부분적으로는 우리가 하나님의 영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데이비드 웰즈는 타당한 이유를 들어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견지하는 하나님 이해에 대해 예언자적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그것이 '가벼움'이라고 말한다.

초월적인 하나님은 우리가 복종하고 '그 앞에서 우리의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하나님이 아니라, 이에 우리를 섬기고 우리의 모든 필요를 채워 주고 모든 변덕을 맞춰 주는 하나님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나님에게서 영광이 없어지고, 위엄이 박탈되고, 권위도 사라졌다." (153쪽)  

<레위기 강해>를 읽으면서 저자와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딱딱한 해석서가 아니라 저자가 자신과 함께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느꼈다. 레위기를 이렇게 풍성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과 레위기에서 이렇게 따뜻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한 권의 해설서를 읽은 느낌이 아니라 본문을 깊이 이해하는 대가 앞에 앉아, 그와 친밀한 관계 속에서 레위기 설교를 듣는 느낌이었다. 이 <레위기 강해>라면 누구라도 읽을 수 있고, 누구라도 유익을 누릴 거라 생각한다.

조영민 / 나눔교회 담임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