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가 총장 선출 결과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학생들은 민주적 절차를 따라 총장을 다시 뽑으라고 요구하고 있고, 학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폭력을 일삼고 고령의 목사와 장로들을 감금했다며 사법 처리 절차를 거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신대학교(한신대·강성영 총장서리) 신임 총장 선출 문제로 학생과 학교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강성영 교수가 이사회 투표로 총장으로 선출됐지만, 학생들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연일 저항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월 31일에는 학생들과 이사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고, 이사들이 18시간 동안 회의실에 갇혀 있는 등, 물리적인 충돌도 빚어졌다.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4월 25일 한신대 김상욱 학생처장은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 부모에게 A4 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를 보냈다. 신임 총장 선출과 관련해 일부 학생들이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었다며, 이에 관한 학부형들의 이해와 도움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서신에는 학생들이 △2016년 3월 28일 학교법인 사무국장을 감금하고 업무방해를 일삼았으며,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이사를 감금하고 폭행했고, △4월 4일부터 총장실과 법인사무국을 봉쇄해 업무방해 행위를 했다며, 해당 학생도 이에 연루돼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사법 처리에 들어갔으며, 다른 학생들도 사법 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치하고 비겁한 겁박으로 심기를 어지럽히지 말라" 답신 보낸 학부모

한국기독교장로회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 '한신대 민주적 총장 선출을 원하는 학생 모임' 등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 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대학생이면 이미 성인인데, 부모님에게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는 게 온당하냐는 것이다. "학교가 가족까지 협박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유신 시절에나 발송하던 협박문"이라며 어느 시대 이야기냐고 되물었다.

한 학부모는 4월 28일 한신대 앞으로 보내는 답장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편지를 받은 아무개 학생 아버지라고 자신을 밝힌 이 사람은, 학교에게 "자녀가 정당하고 소신 있는 행동을 했고 그 행동으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라고 하겠다. 그러나 다시는 이런 유치하고 비겁한 겁박으로 심기를 어지럽히지 말라"고 했다.

또한 "이런 졸렬한 글을 부모들에게 보내 애끓는 부모의 마음을 들볶고, 화들짝 놀라 처벌받지 않게 아이들의 허리춤이라도 강제로 끌어내라고 하는 것이냐"고 학교에 되물었다. 시위에 나섰던 딸에게는 "겁박에 굴하면 앞으로 삶이 비겁함으로 채워질 것이니, 한신 초기 창설자들처럼 진리에 복종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배우라"고 당부했다.

한신대 신학과에 재학 중인 김진모 학생은 2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편지를 본 다른 학부모님들도 학교 앞으로 답신을 쓰고 있다. 내일부터 또 다른 편지들이 공개될 예정이다"며 반발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학교 측 서신을 받은 학부모 중 대부분은 평신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갈등 장기화? 25명 경찰 조사 코앞

학생들과 학교의 갈등이 오늘내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강성영 총장서리는 취임 후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고령의 목사와 장로들을 18시간 동안 감금한 것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밝힌 바 있다. 그는 학교 밖에는 이사회의 독선과 전횡으로만 비춰지고 있지만, 학생들이야말로 '무조건 1번' 후보를 요구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적 폭력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한신대 학생들에 따르면, 시위에 참가한 학생 25명이 특수 감금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또한 학생처장의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추가 고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교 측이 문제 삼은 특수 감금과 업무방해 등은 형법상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경우, 정식재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양측 간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해 학내 갈등의 정점을 찍었다가 지금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감리교신학대학교 사태의 경우도 졸업생들이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

OOO 학생 학부형님께

안녕하십니까? 평소 우리 대학을 사랑하시고, 또 귀한 자녀를 믿고 맡겨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리며, 학부형님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렇게 서신을 드리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우리 대학교 제7대 총장 선출과 관련하여 일부 학생들에 의해 발생한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의 처리와 관련하여 학부형님의 이해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함입니다.

우리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학교법인 한신학원 이사회는 지난 3월 31일 학교법인 정관 등에 명시된 권한을 바탕으로 제7대 총장을 선임하였습니다. 이후 이사회의 총장 선임 과정 및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일부 학생들이 다음 등과 같은 유감스러운 일들을 저지르고 있는데 불행히도 OOO 학생이 이와 연루되어 있습니다.

1. 학교법인 사무국장의 감금 및 업무방해 (2016. 3. 28.)
2. 총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 참석 이사들에 대한 감금 및 폭행 (3. 31~4. 1)
3. 총장실 및 법인사무국 출입 통제 및 업무방해 (4. 4~현재)

위의 일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현재 일부 학생들의 경우에는 경찰에 의한 사법 처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또한 학내적으로도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사항입니다.

우리 대학은 그동안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기 위해 인내하며 학생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러한 학교의 노력에 성숙되지 못한 방법으로 대응해 오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대학은 대학만의 노력으로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는 것은 어렵다고 결론짓게 되었고, 부득이하게 학부형님께 OOO 학생과 관련된 사항을 소상히 알려 드리고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학부형님께서 OOO 학생과 충분히 대화하시고 설득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젊은 혈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대학은 절대다수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유지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디 OOO 학생이 위와 관련된 일체의 활동을 멈추고 공부하는 학생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학교는 학생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는 학생에 대해서는 최대한 선처할 것이며, 믿고 맡겨 주신 자녀가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무거운 말씀을 드리는 서신을 드리게 되어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일이 원만하게 잘 처리되어 모두에게 유익하고 밝은 시간들이 오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2016. 04. 25
한신대학교 학생처장 드림

존경하고 사랑하는 한신대학교 귀중.

저는 귀하(학생처장)가 보내신 서신을 받은 안XX 학생의 애비인 안OO라고 합니다.

우선 저는 한신대로부터 이런 글을 받는다는 게 참으로 우습고 서글픕니다.

한때 어두운 세상을 비추던 빛으로서 한신의 전통과 역할에 대해 깊이 존경과 애정을 가졌고,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지성과 사랑의 전당으로서 기대를 가진 사람으로서 당혹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우선 우리 아이는 귀하께서 걱정하는 것처럼 부모가 나서서 '충분한 대화로 설득'할 어린 애가 아닙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세상을 바로 보고 스스로 바르게 서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함께 성장해왔는데, 이제 와 새삼 아이를 어린애 취급하며 성인이 된 내 아이의 판단을 의심하고 그 행동하는 바를 훼방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물론 내 아이가 완전한 성인이라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을 줄 아오나 그 아이가 있는 곳에서 자기의 삶을 걸고 최선을 다해 하는 행동이, 멀리 떨어져 간접적이고 간헐적으로 듣고 있는 내가, 더구나 이렇게 편견이 실린 글로서 아이를 한번에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귀하께서는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아이를 잘 모르는 교직자가 보낸 밑도 끝도 없어 보이는 글 하나로 아이에게 '일체의 활동을 멈추고'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고 이런 글을 보내셨습니까? 그리고 그 돌아가야 할 곳이 공부하는 자리여야 한다니, 대학이라는 곳이 아직도 '공부만 배우는 곳'이란 말입니까?

저도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 한신대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접하고 있고, 더구나 그 당사자인 아이의 아비로서 애면글면 속이 타들어 가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가 성장하고, 이 사회가 바로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견디며 비록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길게 목을 빼고 그쪽을 바라보고 있으므로 귀하가 보내신 경고와 협박을 적절히 버무린 글이 낯설지는 않습니다.

저는 아이가 설사 사법 처리를 받고 '학내적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귀하의 말씀처럼 우리 아이가 불행하지는 않다고 여깁니다. 

귀하가 제시한 어마 무시한 사법 처리 요건을 보면 우리 아이는 당연히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되겠지요. 그래서 사법 처리가 된다면 저는 아이가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사법 처리를 받고 '학내적으로도 필요한 징계'를 받으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한신이 겨우 그런 학교였습니까? 아이들은 당시 찍은 동영상으로 보아도, 목사라고 하는 이사에게 머리채를 잡혀 휘둘리고,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고도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으로 자기들의 의견을 주장하고 있는데, 한신대학교라는 이 시대 최고의 빛과 지성의 전당을 이끌어가는 교단의 어른인 이사회와 총장이라는 분의 대응이 이렇게 졸렬하고 유치해도 되는 것인지요.

귀하께서 제시하는 법적 문제는 귀하가 좋아하는 경찰과 법이 해결하겠지요. 문제가 있다면 응당 처벌을 받겠지요. 그런데 지금 귀하는 그 아이들이 처벌받을까 우려가 되어서 이런 글을 보내셨나요?

이런 졸렬한 글을 부모들에게 보내 애끓는 부모의 마음을 들볶고, 그래서 화들짝 놀라 처벌을 받지 않게 아이들의 허리춤이라도 강제로 끌어내어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것인가요?

존경하는 한신대학교님,
이제라도 다시 보십시오. 이 문제의 처음은 무엇이었습니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진실과 정의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정의롭게 선발된 총장을 모시고 싶고,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 달라는 아이들의 진실에 대한 요구를, 이렇듯 어른답지 못하게 설명 하나 제대로 못 하고 설득을 하지 못하면서 우리에게는 아이들에게 부당한 일에 침묵하라고 설득하라고 하는 건가요?

존경하고 싶은 한신대학교님,
저는 그렇게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우리 아이가 자신의 정당하고 소신 있는 행동을 하고 그 행동으로 인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이런 유치하고 비겁한 겁박으로 우리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 부모들이 지금까지 지켜보고 가만히 견디는 이유는 아이들 스스로 정의와 진실을 위해 몸을 바쳐 노력해 보고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른들이 어떻게 대처하며, 이 사회는 무슨 힘으로 돌아가는지 알아보고 배우라고 분노를 참고 견디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어른으로서 창피하고 유치한 짓거리로 우리가 참고 견디는 분노가 터지게 하지 마시고, 이 일의 본질에 대하여 바르고 진실하게 해결에 임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딸 안XX야,
애비로서 참고 견디는 것은 네가 이 일을 통해 사회를 바르게 알고,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배우고, 그래서 이 사회의 정의와 평화에 작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나서서 너를 돕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애비는 그저 견딘다. 이제 너도 성인이니 스스로의 몸의 힘과 정신의 노력을 바쳐 배워 나가야 하는 것이기에, 안타깝고 애틋한 마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견디고 있으니 너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너의 소신과 믿음을 실천하기를 바란다. 받아라, 학교의 징계를 받게 되면 달게 받아라. 너의 삶이 네가 경험하는 것으로 채워질 터, 후회 없이 풍요롭고 기껍기를 바란다.

벌써 세상을 두려워하고 겁박에 꿀리면 앞으로 네 삶이 비겁함으로 채워질 것이니, 한신의 초기 창설자들처럼 진리에 복종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그곳에서 배우길 바란다.

마음 깊이 사랑한다. 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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