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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가득한 기도, 김조광수 강연 중단시켰다
신변 안전 우려해 장소 바꿔 비공개 진행…눈치챈 반대 세력 중간 난입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04.2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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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행사 전부터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 인권센터가 준비한 간담회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 마당 – 김조광수 감독과 함께 차이를 듣다'는 중간에 난입한 반동성애 지지자들의 난동으로 결국 절반만 진행되고 끝났다.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교회협 홈페이지에는 매일 150여 건이 넘는 항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김조광수 강연 중단하라. 교회협 회개하고 해체하라'였다. 이들은 교회협이 동성애를 옹호·조장하고 배교 행위에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회협은 애초 공개 강연으로 행사를 기획했지만 초청장을 소지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김조광수 감독의 안전을 우려해서다. 교회협 관계자는 "2013년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의 공개 결혼식 당시에도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사람이 오물을 투척했다. 초대한 단체 입장에서 이런 부분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고 했다.

교회협은 경찰에 김조광수 감독의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행사 당일 오후 5시부터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로 연결되는 외부 출입문을 전부 통제하고 한 곳만 열어 뒀다. 들어오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1층에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준비했다. 기동대도 출동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 '동성애 반대' 기독교인들은 한국기독교회관 건너편에 자리 잡았다. 이들은 애국가와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부르며 구호를 외쳤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행사 장소 선점한 반동성애 목사

예고대로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기독교인들은 4월 28일 행사 당일 한국기독교회관을 찾아 왔다. 이야기 마당은 7시 시작 예정이었지만 이들은 5시부터 강연이 열리는 한국기독교회관 앞과 길 건너편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연령대도 다양했고 남녀 성비도 골고루 섞여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도 있었다. (영상 바로 가기)

홀리라이프·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오직예수사랑선교회 등은 성명서에서 "교회협이 김조광수 씨를 초청해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려는 것은 이미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한국교회 전체에 대한 도전이자 폭거"라고 했다.

행사가 시작하는 7시 전부터 조에홀로 향하는 길은 강연에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강연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동성애 반대' 기독교인들이었다. 중년 여성도 많았다. 한 여성은 "부모니까 걱정되서 무슨 이야기하는지 들어 보려고 온 것"이라고 했다. 교회 친구끼리 온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평소에 관심이 많아 지나가다 들려 본 것"이라고 했다. "교인은 아닌데 동성애 강연한다고 해서 와 봤다"는 청년도 있었다.

행사는 7시가 지나서도 시작하지 않았다. 서울시청에서 반동성애 운동을 하는 임요한 목사(예수재단)를 비롯해 반동성애·탈동성애자들의 입장을 대변해 온 교계 인터넷 방송사와 기독교인 다수가 조에홀에 미리 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초청장을 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며 이들에게 나가 줄 것을 요구했지만, 막무가내였다.

   
▲ 김조광수 강연회가 예정돼 있던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예장통합동성애비상대책위원회와 홀리라이프 이요나 대표 등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비밀리에 진행된 김조광수 감독 간담회

결국 7층에서 관계자들과 일부 기자만 참석하는 걸로 방침을 바꿔 간담회를 시작했다. 비밀리에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간담회를 방해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교회협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진행하게 됐다. 우리에게는 김조광수 감독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2층 조에홀에 자리 잡은 동성애 반대 기독인들은 7층에서 간담회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몰랐다. 7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전부 봉쇄됐고 엘리베이터 두 대도 경찰 통제에 들어갔다. 확인된 사람 외에는 아무도 올라갈 수 없었다.

조에홀에서는 행사 주최 측과 동성애를 반대하는 쪽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임요한 목사(예수재단)에게 떠나시든지 조용히 해 달라고 계속 부탁했다. 현장에는 기독교인 동성애자들도 있었지만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반대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같은 시각 7층에서 김조광수 감독은 어렵게 불러 줘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기독교회관에 자신을 불러 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기독교회관은 독재 정권에 항거했던 사람들을 품어 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다.

교회협 인권센터 정진우 소장은 "반독재 민주화 운동 속에서 인권을 배우고 싸워 온 우리에게 동성애는 정말 낯선 주제다. 누군가 이 문제로 아파하고 있고 사회와 교회가 갈등을 드러내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무지했고 무심했는지 새삼 깨닫는다. 이제라도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한다. 차별과 혐오가 아닌 사랑과 평화의 길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간담회 취지를 밝혔다.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신분이 확인된 사람만 입장할 수 있었다. 조에홀에 비하면 턱없이 좁은 장소였지만 교회협 관계자들은 김조 감독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일부러 이야기를 들으러 온 성 소수자의 부모도 있었다.

   
▲ 김조광수 감독은 "한국기독교회관이라는 장소에 불러 주신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김조 감독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지만 4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야기가 중단되고 말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중간 난입해 통성기도 시작한 반대파

40분 정도가 흘렀을까.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2층에서 강연을 기다리던 기독교인들이 7층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항의하기 위해 뛰어 올라온 것이다. 누군가 계속해서 문을 탕탕 치는 소리도 들렸다. 한 사람, 두 사람 들어오더니 문이 활짝 열리고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교회협 관계자는 "이 분들은 더 이상 통제가 불가능하다.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니 참고해 달라"며 동성애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이 왔음을 알렸다.

처음에는 가만히 지켜보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왜 2층에서 안 하고 여기서 하느냐", "왜 숨어서 하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느냐"며 소리 질렀다. 김조광수 감독은 "지금은 질의응답 시간이 아니니 하던 이야기 마저 하겠다"며 말을 이어 갔다.

이때 어디선가 "주여~" 하고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저기서 '주여', '주여' 외쳤다. 어느새 사무실을 가득 메운 기독교인들은 큰 소리로 통성기도를 시작했다. 동시에 방언으로 하는 기도 소리도 들렸다.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교회협 관계자들은 간담회를 중단했다. (영상 바로 가기)

   
▲ 간담회는 김조광수 감독의 안전을 우려해 비밀리에 진행됐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기독교인들 현장에 난입한 뒤 방언 기도를 시작해 김조 감독은 간담회를 중단하고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김조광수 감독이 교회협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으려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조광수 감독은 간담회 장소를 빠져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길을 막고 열어 주지 않았다. 어떤 중년 여성은 "마귀"라고 소리치며 어떻게든 김조광수 감독을 잡아 보려 했다. 아수라장이었다. 귀가 멍멍할 정도의 방언 기도 소리를 뒤로 하고 교회협 관계자들과 김조광수 감독은 간담회장을 떠났다.

2층도 이미 아수라장이 된 지 오래였다. 김조광수 감독을 기다리던 동성애 반대파 기독교인들은 '강연회가 없다'는 말에 흥분했다. 교회협 인권센터 박정범 목사가 김조광수 감독의 안전이 걱정돼 7층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는 중에도 "어디 신성한 교회에 동성애자를 들이냐"고 고함쳤다.

행사 전에 만난, 동성애에 관심 있어 와 봤다는 청년들은 팔짱을 끼고 교회협 관계자들을 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어떤 여성은 박정범 목사를 향해 "저것도 목사래. 당신이 목사야?", "뒤에 십자가 걸려 있으니 말 똑바로 해", "당신도 동성애자지!"라고 외쳤다. 항의하던 사람들은 기독교회관 관리인이 조에홀 정리를 시작하고 나서야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 김조광수 감독 강연회가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층 조에홀에서 기다리던 기독교인들이 흥분했다. 이들은 비밀리에 간담회를 진행하고 동성애자를 교회에 불렀다며 소리 질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김조광수 "기독교인 동성애자의 아픔 헤아려 달라"

한편, 간담회에서 김조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전했다. 그는 어린 시절 겪었던 동네 게이 커플 이야기부터 운동권 학생으로 살았던 대학 시절, 자신을 동성애자로 인정하고 그 사실을 긍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전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소개했다. 어렸을 때 교회에 다녔던 경험도 들려 줬다. 지금은 성공회 신자로 산 지 4년 정도 되었다며, 교회가 동성애자들의 고충을 헤아려 주면 좋겠다고 했다.

"동성애자 중에서도 신앙생활 잘하고 싶어 교회 찾는 사람이 많다. 동성애자를 혐오하지 않는 교회를 찾은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대다수 동성애자 기독교인은 교회에 가도 강단에서 선포되는 혐오 발언을 들어야 한다. 교회가 굉장히 중요하다. 신앙은 우리가 괴로움의 끝에서 붙드는 마지막 희망이다. 기독교인 동성애자에게 교회는 마지막 희망 같은 거다. 그런데 교회마저 자신들을 밀쳐 낸다고 하면 정말 갈 곳이 없어지는 거다. 동성애자 기독교인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 원래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던 2층 조에홀에는 김조광수 감독의 강연에 반대하던 기독교인들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뒤섞여 고성이 오갔다. 김조광수 감독은 준비된 좌석에 앉지도 못하고 자리를 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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