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교회연구소가 '여성은 어떻게 교회에서 배제되는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최순양 교수(이화여대) 가 '좋은 어머니'를 강요하는 교회의 현실을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여자가 어디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오느냐"고 설교한 목사가 있다. 여성 안수를 허용해 달라고 기도했다가 시간강사 자리에서 쫓겨난 사람도 있다. 여성 목사 안수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다.

교회에 가 보면 주방에서 땀 흘리며 식사 준비하는 여성 교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꽃꽂이도, 청소도 대부분 여성 몫이다. 날마다 교회에 기도하러 오는 이들도, 누가 아프다고 했을 때 목회자를 따라 심방 나서는 이들도 여성이다. '여성'을 빼고는 한국교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

그런데도 여성이 교회에서 배제되고 있다. 교회 공동체에서 척추와 같은 역할을 맡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교회에도 유리 천장이 있는 셈이다. 여성 목사, 여성 장로, 모두 찾아보기 어렵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의 2014년 목회자 현황을 보면, 1만 7,468명의 전체 목회자 중 여성 목사는 1,477명(8.5%)이었다. 그중 여성 위임목사는 23명으로 전체의 0.1%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부목사(494명), 전도목사(353명)였다. 교세 1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는 여성 목사와 장로가 아예 없다.

밥 잘하고 애만 잘 기르면…

4월 26일 평화교회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세미나 '여성은 교회에서 어떻게 배제되는가?'에서 최순양 교수는 한국교회의 여성 인식 실태를 진단했다. 최 교수는 여성이 교회 안 중요한 위치에서 밀려나고 배제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짚었다.

여성 교인을 대상으로 한 통계에 따르면, 이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은 사회봉사 활동(17%), 성가대(16.4%), 전도(16.4), 성경 연구(13.3%), 환경 보존 운동(8.3%)순이었다. 그런데 실제 하고 있는 일은 청소와 음식 준비(17%), 성가대(10.1%), 속회/구역예배(9.9%), 심방(8.9%), 행사 준비(7.3%)다.

최 교수가 문제 삼은 것은 '가족 강화 이데올로기'다. 훌륭한 어머니, 행복한 가정, 내조 잘하는 아내 등으로 여성의 이미지를 국한해 교회 여성의 능동적인 활동을 막는다는 것이다. 최순양 교수는 계몽주의와 청교도 사상에서부터 '남성은 밖에서 공적인 일을, 여성은 집에서 사적인 일을 담당해야 한다'는 의식화가 이뤄졌다고 봤다.

"소녀들을 논증가가 아니라 여신도로 키워 주십시오. 여성들의 약한 두뇌, 사회질서 속에서 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운명, 영구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체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종교, 즉 자비롭고 온유한 종교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 나폴레옹이 에쿠앙 학교장에게 부탁한 말, <만들어진 모성>(엘리자베스 바뎅테르)

"여인이 학문이 없으면 자식을 낳아 기를 때 자식이 아파 울든지 주려 울든지 덮어놓고 젖이나 밥이나 틀어넣어 주고 위생이 무엇인지 사람 됨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 <대한그리스도인회보>(1899)

최순양 교수는 두 문장을 사례로 들며, 교회가 여성을 '좋은 어머니'로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주체적 삶이 아닌, 남편을 돕고 아이들을 길러야 하는 삶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중요한 위치에서 배제된다. 최 교수는 말한다.

"애초에 교회의 신앙 교육에 여신도들을 적절한 '어머니'로 형성해 가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볼 때, 여성들이 교회 내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이행해 가면서 자아실현을 한다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여성들을 또 다른 '역할'로 묶어 놓는 것이지 여성들의 주체적인 '젠더 협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최순양 교수는 교회가 교인을 '어머니'가 아닌 여성으로 대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밥하고 청소하는 건 여성 권사들의 몫이고, 회의하고 의사결정하는 건 남성 장로들의 몫이다.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시대상에 맞지 않는 '현숙한 아내' 거부해야

이런 현상 기저에는 성서에 대한 잘못된 이해, 남성 목회자들의 성 의식 부재가 깔려 있다. 밧세바가 "야외에서 목욕을 함으로써" 다윗을 유혹했다는 뉘앙스, 춤을 추다 바지가 흘러내린 다윗을 비방한 죄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저주'를 받은 미갈, 예수님을 '남성'으로만 이해하려는 시도 등은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을 심어 준다.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하라"는 에베소서 5장의 언급도 이와 무관치 않다.

평화교회연구소장 전병남 목사는 "그간 고생한 여성들을 위해 한 주를 '어머니의 날'로 정해서 교회에서 밥도 하지 않고 그들을 위해 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교회 안 남녀 역할에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1년 중 하루를 '여성 교인들의 날'로 지정한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거니와 오히려 그것이 불합리한 구조를 고착화한다는 것이다.

최순양 교수는 양성평등 교육, 성교육이 신학교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 회사도 법령에 따라 성교육을 필수적으로 하고 있는데 유독 신학교는 그런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자는 내조해야 한다", "남편이 목회하는 데 여자도 목회하면 피곤해진다"는 통념을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해 교회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다음소프트가 2011년부터 올해 4월 20일까지 소셜미디어상 빅데이터를 추려 본 결과,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비혼' 검색량이 폭증했다. 2011~2014년 2,000~4,000여 건에 불과하던 검색 수치는 지난해 1만 3,000여 건, 4달밖에 지나지 않은 올해는 1만 9,000여 건으로 늘어났다.

최순양 교수는 '가족 강화 이데올로기'로는 결혼하지 않으려 하는 20~30대 여성을 교회가 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을 좋은 어머니로만 만들려는 시도를 멈추고, 교회 안에서 배제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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