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 화해통일위원회 대표단이 북한 조선그리스도교련맹(조그련) 관계자를 만났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일에 대해, WCC가 2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처벌을 철회해 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픽세 올라프 트베이트 총무 명의로 발송한 서한에서, WCC는 정부의 조치가 지난 30년간 형성해 온 남북한 교회의 관계를 방해하고 악화하는 것이라면서, 남북 기독교인의 만남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박근혜 정부가 벼랑 끝 상황으로 내몰린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북한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회협 대표단 5명은 지난 2월 28일~29일 중국 심양에서 조그련 실무단을 만났다는 이유로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받았다. 교회협이 북한 주민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회협은 정부 방침에 불복종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아래는 WCC 서한 전문.

박근혜 대통령께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지난 30년간 한반도 평화, 화해와 통일의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WCC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련맹(KCF)을 통해 남북 기독교인들이 대화하고 만나는 것을 권장하고 촉진해 왔으며, 이는 기독교적 일치를 이루고 상호 이해를 조성하며 갈등을 야기하는 적대적 이미지를 제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WCC 회원 교회들은 남북 교계의 만남과 대화에 동행하고 이를 지지하였으며, 지난 2013년 10월 30일~11월 8일 부산에서 개최되었던 WCC 제10차 총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헌신을 재차 확언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적, 지역적, 국제적인 에큐메니칼 헌신과 협력을 통해 에큐메니칼 운동은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를 증언하며, 분열하고 갈등하는 세계 속에서 교회의 일치를 가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WCC는 국제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마찬가지로 최근 한반도의 긴장 고조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도로 군사화된, 특히 핵무장된 한반도의 갈등 상황을 고려할 때, 현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것은 동북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실로 전 세계 사람들의 실존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 상황에서 남북 간 대화와 만남은 특별히 더욱 긴급하게 요구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지난 2월 28일~29일 중국 심양에서 조선그리스도교련맹 관계자와 실무 회담을 가진 NCCK 화해통일위원회 대표단(노정선 박사, 전용호 목사, 조헌정 목사, 한기양 목사, 신승민 목사)에 한국 정부가 과태료 및 제재 조치를 가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깊이 우려하고 실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남한과 북한 기독교인들이 만나고 대화하는 것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남북 간 긴장을 줄이고 평화를 증진시키는 데 필요하거나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러한 조치는 WCC가 지난 30년 이상 격려해 왔던 남북한 교회의 오랜 관계를 방해하고 약화시키고 맙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WCC의 회원 교회를 대표하여, 저는 귀 정부가 지난 2월 조그련 관계자와 만남을 가진 NCCK 대표단에 가한 처벌을 재고하고 철회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더 나아가, 오랜 분단을 겪으며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현 한반도 상황에서 대화와 만남의 채널을 닫지 않고 모든 단계에서의 대화를 촉진하는 노력을 강화해 줄 것을 호소 드립니다.

대재앙을 초래할 군사적 충돌이 한계점에 이르기 전에 위협과 대응의 악순환이 끊어지기를 소망하고 기도합니다. 귀하의 지도력하에 귀 정부가 이 벼랑 끝 상황을 극복하고 평화적인 공존을 향해 나아가고, 정전 상태를 종료시켜 주기를 요청합니다.

귀하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한반도 평화를 공동으로 모색해 온 WCC의 경험과 입장, 계획에 대해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2016년 4월 21일

WCC 총무 올라프 픽세 트베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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