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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세월호 가족들 적대시할 건가?"
[인터뷰] 예장통합 채영남 총회장…"한국교회, 예수님 정신으로 돌아가야"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6.04.21 18:47

   
▲ 사회문제에 침묵하는 다른 대형 교단과 달리 예장통합은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채영남 목사가 총회장에 취임하면서 교단 분위기가 달라졌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역대 총회장들과 다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을 출입하는 교계 기자들 사이에서, 언제부턴가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다. 지난해 9월, 채영남 목사가 총회장에 취임하면서 예장통합은 이전과 다른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특히 다른 대형 교단들이 사회문제에 침묵하는 것과 달리, 예장통합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정교과서 채택,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반대하고 규탄했다. 갈수록 보수화되는 교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예장통합 변화의 중심에는 총회장 채영남 목사(본향교회)가 있다.

채 목사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10월 1일 안산 합동 분향소를 찾아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예배했다. 채 목사는 설교에서 "'잊지 않겠다, 행동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세월호 참사는) 모두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나 자신부터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본 교단부터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채 목사의 약속대로 예장통합은 세월호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보에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게재하고, 귀환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공문을 전국 교회에 보냈다. 이어 미수습자 유가족들에게 긴급 생계비를 지원했다. 안산 분향소 앞 유가족 식당 재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세월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메시지도 선포했다.

3월 27일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 예배에서 채 목사는 "(한국교회는) 불의한 죽음을 당한 세월호 희생자들과 미수습자들의 유가족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목사는 4월 24일 자신이 시무하는 본향교회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주일예배도 할 예정이다.

대형 교단 총회장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적극 동참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뉴스앤조이>는 4월 21일 서울 종로5가 예장통합 총회 회관에서 채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채 목사에게 세월호 참사는 5·18 민주화 운동과 유사한 점이 많다. 희생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유가족들은 사회의 적대 세력으로 분류되고 소외됐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피해자들을 외면했다.

채 목사는 인터뷰 도중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일부 세력이 세월호 참사를 이념 논쟁으로 끌고 가며 사건을 왜곡한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나서서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며 아쉬운 감정도 드러냈다.

인터뷰는 <뉴스앤조이> 강도현 대표가 진행했다. 아래는 채영남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실천에 옮기는 교단과 총회장은 드문 것 같다.

나도 잘 모르겠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한국교회가) 동참하지 않으니 미안할 따름이다.

-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을 정치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부담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우리는 여당도 야당도,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하나님이 지시한 대로 따를 뿐이다. 성경에도 그렇게 나와 있는데, 이 문제에 왈가왈부할 이유가 있는가. 성경에 어떻게 쓰여 있는가? 가난한 자, 병든 자, 억눌린 자, 옥에 갇힌 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도우라고 한다.

또, 예수님은 권력자들과 자리를 함께했는가? 아니다. 오히려 계속 낮은 곳으로 임해서 그들의 친구가 됐다. 주님의 행보가 이러한데, 오늘날 교회 지도자들은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말씀에 따라 실천하면 될 일을, 정치화·이념화하고 있다. 가슴 아픈 일이다.

- 대형 교단 수장으로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이 부담이 될 법하다. '진보적'이라는 평가도 많이 받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장은 '진보 목사' 아니냐고 비판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나는 그런 평가 자체를 싫어한다. 진보냐 보수냐는 정치적 논리다. 하나님 말씀 안에서 진보가 어디 있고, 보수가 어디 있는가. 정치적 진영 논리는 공격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 최근 예장통합의 행보와 관련해 총회장의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 개교회들과 교감도 이뤄지고 있는 편인가.

우리 교단은 '화합'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진보·보수와도 가까이 할 수 있다. 신앙은 성경 중심적으로 보수에 가깝다. 그러나 대외 사업은 연합해야 한다고 공감한다. 과거 3·1 운동을 개교회나, 특정 종파 혼자 할 수 없었다. 이교도들과도 함께해서 성공했다. 선한 일은 얼마든지 연합할 수 있다.

   
▲ 채영남 목사는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는 세월호 참사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와 관련해 "가슴이 아프다", "안타깝다"는 말을 자주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눈에 띄는 사업 중 하나는, 미수습자 이름을 개교회 주보에 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지금 많이들 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 총회장 취임 직후, 첫 공식 일정으로 세월호 가족들을 만났다. 그네들이 아직도 삶의 현장으로 못 돌아가고, 광화문, 팽목항, 동거차도 섬에서 울부짖고 있다. 만일 예수님이 계셨으면 어떻게 하셨을까? 당연히 그들을 찾아가서 눈물을 닦아 주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 세월호 가족들을 위한 100개 교회 간담회도 진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안다.

맞다. 이번에 우리 교회에서 4월 24일 미수습자 가족들을 교회에 초청해 위로할 생각이다. 위로가 될까 싶지만…힘닿는 데까지 해 보려고 한다. 이번에 광주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 몇 사람도 초대했다. 유가족 중에 마음에 상처를 입고, 교회를 떠난 분도 있는 것으로 안다. 간담회 등을 통해 그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 국회의원 누가 오는가?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을 것 같다.

국민의당 권은희 당선자가 우리 교회 집사님이다. 천정배·김동철 당선자도 올 예정이다. 우리만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일이 잘 안 풀릴 수도 있다. 정치인들도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국민의당이 세월호 이슈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광주 지역 국회의원이 사회적 약자를 돌보지 않는다면 유권자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 지금은 여든 야든 독주를 못 하게 됐다. 국민의당 역할이 중요하다. 만약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광주 민심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 20대 총선에 기독교 정당들도 뛰어들었지만, 결국 1석도 얻지 못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기독교 정당 자체를 만드는 게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불교도 내고, 천주교 내고 하면, 결국에는 '종교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기독교계 내부에서 협의를 거쳐 진행했어야 하는데, 몇몇 사람이 주도하다 보니 우스운 꼴만 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말씀 속에서 '광주 정신'이 느껴진다.

광주 정신이 문제가 아니고 주님 정신이지. (웃음) 감사한 것은, 여기서 살면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게 되더라. 다른 지역에서는 안 보이니까 오판할 수 있다.

- 사실관계라 하면?

5·18 민주화 운동 말이다. 지금까지도 이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1980년 1월 본향교회에 부임했다. 원래 이런 이야기는 잘 안 한다. 광주 사람이 말하면 이념 문제로 치부해 버린다. 사실대로 보려 하지 않고, 왜곡하고 미화한다. 가슴이 아프다.

- 세월호 참사와 5·18 민주화 운동의 유사점 같은 것은 없는가.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예로 들면, 누군가 사람을 죽였다. 희생자가 생겼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했다,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는 그런 사람이 없지 않은가. 시민단체와 5.18 관련 단체들은 △책임 있는 분의 사과 △5·18 행사 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치유 센터 건립을 요구했다. 간단한 요구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답변이 없었다.

또, 피해자들을 적대시해 버린다. 위로해 주고 치유해 줘야 하는데 정치적이라고 매도한다. 그러니 피해자나 유가족들은 얼마나 미치겠는가. 그때(5·18)나 지금이나 똑같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도 그렇다. 피해자를 돌봐 줘야 하는데, 오히려 "당신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까 가슴 아픈 것이다. 한일 양국이 합의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는가? 2년이나 지났는데, 세월호가 덮였는가? 그렇지 않다.

-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수록 교회가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개입한다고 해서 역할을 쉽게 감당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교회밖에 없다. 5·18은 자녀들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아직도 상흔이 남아 있는데, 북한 공작에 의해 발생했다는 둥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나온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우리 대에서 끝내야 할 문제다. 교회가 아니면 해결 못 한다. 교회는 이익 단체와 달리, 추구하는 게 없지 않은가. 하나님의 뜻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지 않는가.

교회가 주님의 마음을 가지고 하면 될 텐데. 이것저것 너무 많이 눈치를 보는 게 아닌가 싶다. 아파하는 사람들을 마음껏 도와주면 된다. 예수님이 본을 보여 주시지 않았는가. 제자들 발도 씻겨 주고, 무릎 꿇고 섬겼다. 적대자로 구분했던 세리·창녀도 만났다. 그러다가 다른 제도권에 있는 제사장들이나 그런 사람들에게 미운 털이 박히고 배척당했다.

   
▲ 채영남 목사의 관심은 세월호다.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에 유사점이 있다고 봤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 사회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적대시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최근 예장통합의 행보는, 총회장의 철학과 맞물려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자기 철학이 분명히 있는 상태에서 조언을 받으니, 많은 도움이 된다. 총회 본부나 주변에서 조언을 많이 한다. 총회장은 방향만 정하지, 일일이 모든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 총회 본부 상임 직원이 60여 명 정도 되는데, 각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이분들을 통해 일을 하니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 이번 회기 총회 기조가 '화해'다. 남북 상황이 경색돼 있는데, 어떻게 화해를 이뤄가야 한다고 보는가.

성경에 다 나와 있다. 어려운 이웃, 우리 형제들이니까 그들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도와야 한다.

- 외교적으로 교착돼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국가정책에 반하는 일은 못 한다. 기도하면서 열릴 날을 기대해야 한다. 통일에 대한 준비는 우리 교단에서 착실하게 하고 있고, 민간단체 통해서 끊임없이 돕고 있다.

- 예장통합 교단의 평화와 화해 기조를 확 앞당긴 것 같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비전도 주셨고, 그렇게 준비를 해 놓으셨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 제일 큰 문제가 갈등이다. 갈등 비용으로 1년 국가 예산이 소요된다고 하지 않은가. 갈등은 교회나 사회, 국가 발전에 큰 걸림돌이다. 주제를 그냥 정한 게 아니고 하나님께서 시대에 필요한 것을 비전으로 주신 것 같다.

특별히 이 시대에 화해라는 아젠다를 주셨다. 그냥 하는 일도 없어도, 주변 환경을 통해 많은 선물을 주시더라. 연금재단 문제도 해결돼 가고 있고, 찬송가공의회 문제도 풀렸다. 따로 해 온 부활절 연합 예배도 이번에 함께 드리게 됐다.

- 예장통합 교단을 넘어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선 하나 돼야 한다. 장로교에서 다체제 한 교단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다름'으로 인정해야지 '틀림'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하나가 되면 제일 좋겠다.

또, 본래 예수님 정신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자기 욕심과 이기심은 버리고 예수님이 주인 되는 교회와 총회, 한국교회가 됐으면 한다. 사단의 문제가 어디에서 생기겠는가. 하나님을 떠나서, 각자 주인이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각자가 주인이 되려고 하니까 싸움이 생긴 거다.

   
▲ 채 목사는 '진보 목사'로 불리는 것이 싫다고 했다. 자신은 여당도 야당도,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성경에 나온 대로, 예수님을 본받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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