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인들은 담임목사의 차량이 주차돼 있는 걸 보고는 목양실로 향했다. 주일예배 설교도 하지 않고 자취를 감춘 A 목사를 찾기 위해서였다. 일부 교인들이 출입을 막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A 목사는 목양실 안에 없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휘발유라도 다 뿌려 버릴까 보다!", "사례비 주지 마!", "교인들을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이러시면 안 되는 겁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교회 다 말아먹고 앉았네!", "이 정도면 그만두겠다, 어휴", "주일날마다 교회 와서 쌈박질만 할 거야?", "끝까지 교회 망하도록 기다리고 있어?", "장로님들이 책임지고 내보내세요!", "이러다가 이 교회 팔리게 생겼어요.", "나는 인근 교회에서 상처받고 이 교회로 온 사람이에요. 더 이상 이런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요!"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거룩한 주일은 거북한 주일이 됐다. 은혜로운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교회 안팎에서 막말과 고성이 난무했다. 담임목사 집무실 앞에 선 교인들, 그리고 이들을 막으며 못 들어가게 막는 교인들 사이에 험악한 기류가 흘렀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인천 C교회, '목사님 설교 잘한다'며 교인이 늘어나고 건강한 교회로 꼽히던 이곳이 아수라장이 되는 데는 한 달이면 충분했다. 2주 연속으로 경찰이 출동했다.

4월 17일은 인천 C교회 A 목사가 선포한 '회복과 회개를 위한 금식 주간'이 끝나는 날이었다. A 목사는 교회와 목사를 위해 기도해 달라며 3월 마지막 주부터 2주간 금식을 선포했다. 2주가 다 되자 1주일 더 금식을 연장했다.

<뉴스앤조이>가 여러 차례 보도한 대로, 이 교회는 A 목사와 교인들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받아 내홍을 앓고 있었다. 담임목사 사례비가 연 3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도 <뉴스앤조이> 보도를 접하고서 알게 된 교인들이 적지 않았다.

A 목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교인들은 설교를 거부하며 집단 퇴장했고, 지난주에는 설교가 시작되자 방송실에 들어가 조명과 마이크를 끄고 항의했다.

고백서 내지 않으면 '법적 조치'

▲ 일부 교인들은 로비에 새로 달린 CCTV를 "감시용 카메라"라며 분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A 목사는 교인들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회 곳곳에는 '안내문'이라는 종이가 붙었다. 형법 158조 "장례식, 제사, 예배 또는 설교를 방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가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아래에는 "현재 4월 10일 주일예배를 방해한 모든 사람들에 대해 법적 조치 중입니다"라는 글귀가 있었다.

구체적인 이유도 적혀 있었다. 감리교 교리와 장정에도 없는 조직을 만들어 '담임목사와 아무개 장로를 사임시키자'는 서명을 받았고, 예배 중 건물 전체 전원을 차단하고 소란을 피우며 예배를 방해했고, 담임목사 명예훼손을 행했다는 것이다. 교인들이 곧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서명을 권유받거나 'C사모'에서 가입해 달라는 요청이 오면 책임을 지고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했다.

또한 "서명의 정확한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서명한 사람들은 '고백서'에 이름과 함께 잘못 서명했음을 기록하시고 날인 혹은 서명하신 후 17일 4시까지 헌금함에 넣어 달라"고 했다.

교인들이 많이 모이는 로비 카페에는 CCTV가 새로 설치됐다.

목사님이 사라졌다

정작 A 목사는 17일 주일예배에 나타나지 않았다. C교회 교인들은 A 목사가 4월 10일 예배 이후 교회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새벽 기도에도, 수요 예배도, 금요 기도회에도 나오지 않았다.

이날 예배는 감리회 감독회장을 지낸 ㄱ 목사가 설교했다. 사회는 부목사가 맡았다. 교회 장로들도 주일예배 설교자가 바뀐 것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토요일 오후 교회 홈페이지에 주보가 올라오고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교회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주일예배가 끝난 후 C교회 부목사는 "목사님께서 지금 회복 중이시고, 금식을 마치시고 보식 중이다"라고 했다. 교회 장로들이 부목사에게 담임목사의 소재를 물었으나 답을 듣지는 못했다.

A 목사는 18일 새벽 기도에도 불참했다. A 목사를 반대하는 장로들은 "ㄱ 목사를 부른 건 수석장로와 담임목사 둘만의 결정이다. 우리도 몰랐다"고 했으나 당사자로 지목된 수석장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에게 "나는 노코멘트다. 내게서는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만 했다.

ㄱ 감독은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A 목사를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 다른 목사가 그에게 나를 소개해 준 것으로 안다"며 "주일예배 설교를 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온 것이다. C교회가 어떤 상황인지는 자세히 모른다"고 했다.

이날 교인들이 흥분한 건, 교회 지하 주차장에 A 목사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기 때문이다. "목사님이 해외 나간 것도 아닌데 왜 장로들과 상의도 없이 다른 목사님을 부르느냐"며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A 목사의 시원시원한 설교 덕에 교회는 3년간 성장 가도를 달렸다. 한 장로는 "설교와 목회만 잘하시면 다른 건 문제없지 않느냐는 생각에, 목회에만 집중하실 수 있도록 (연 3억 원의) 사례비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쌓아 온 것들이 무너지는 데는 한 달이면 충분했다.

▲ A 목사는 자신이 설교하지 못하도록 막은 교인들과 A 목사의 사임 요구 서명운동에 동참한 교인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고했다. 교인들에게 서명을 철회하는 '고백서'를 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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