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언론을 바로 잡아라"

'한국교회언론위원회'가 내세우는 모토는 "바르지 못한 언론이 한국교회를 왜곡보도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언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대형교회 세습과 불투명한 재정운용 등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한 MBC 'PD 수첩' 보도와 관련, MBC를 상대로 거세게 반발했던 '한국교회언론대책위원회'가 단체이름에서 '대책'을 삭제하고, 집행부를 대폭 개편해 새로 출범한 단체다.  

과거 언론대책위 기조를 그대로 계승한 언론위는 대책위 위원장이었던 김준곤 목사(CCC 총재)가 대표고문으로 일선에서 후퇴한 대신, 장광영 목사(기감 감독회장, 금호제일교회)와 이승영 목사(바른목회자협의회 회장, 새벽교회)가 대표회장과 상임위원장을 맡으면서 새로운 실세로 등장했다.

비록 언론위가 새 얼굴로 단장했지만 대형교회 방탄조끼 혹은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들었던 대책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7월 23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선포한 언론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언론은 가해자이며 교회는 피해자"라고 부르짖고 있다.

▲이승영 목사는 "언론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지 냉정히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승범
이날 상임위원장에 취임한 이승영 목사는 "언론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지 냉정히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언론이야말로 예수님의 말씀처럼 '남의 눈의 티는 보지만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언론은 개신교의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데도 인색한 평가를 내리는가하면 교회를 과장해서 비판하는 경향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의 주장은 이날 축사를 담당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김동완 목사에 이르러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 총무는 "MBC가 KNCC 회장을 모함해 힘겨운 싸움을 했다"고 말하고 "잘못된 언론을 바르게 끌어가려는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전 KNCC 회장 박종순 목사(충신교회)의 축사도 같은 맥락이다. 박 목사는 "교회는 자신을 성찰하고 회개하면서 느헤미야가 한 손엔 연장을, 한 손엔 칼을 잡고 예루살렘 성을 재건했던 것처럼 타락한 언론, 공격적인 언론의 파상 공세를 막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언론위 사무총장 박영률 목사(한기총 총무)는 "교회 폄하하고 예수님을 능멸하고 선교 막을 때는 결사적으로 언론과 맞설 것이다"고 언론위 탄생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언론위는 과거 언론대책위가 MBC 'PD수첩' 보도 내용에 반발해 교인들에게 'MBC 시청거부 스티커'를 나눠주고 교회 주변에 대형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 MBC 활동을 매우 집요하게 전개한 것과 같은 행태를 반복할 수 있는 분위기에 충만해 있다.  

당시 언론대책위는 소위 한국교회 간판급에 해당하는 초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중심이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대신 국민일보 핵심인사가 관련했고, 김삼환(명성교회) 김홍도(금란교회) 박종순(충신교회) 김장환(극동방송 사장) 길자연(왕성교회) 정진경(신촌성결교회 원로) 목사 등이 포진했다.

또 비록 대책위에 이름이 올라 있지는 않지만 'PD 수첩'의 주요 비판대상이 됐던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도 매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당시 광림교회는 'MBC 시청거부' 스티커와 현수막을 교회 안팎 곳곳에 내걸은바 있다.    

이런 대책위의 반응은 PD수첩이 다뤘던 보도의 본질 즉 교회세습의 부당성과 편법적 재정운용에 대한 자성과 갱신을 도외시한 채 단지 언론이 교회를 건드렸다는 피상적 이유만으로 MBC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는 면에서 교회의 본질적인 존재 역할이 아닌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손봉호 교수(서울대 사회교육)는 이런 언론대책위를 가리켜 "언론사가 분명한 잘못을 지적했다고 해서 교회가 힘으로 내리누르는 것은 오히려 집단이기주의적인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하고 "언론대책위가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정작 소속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지극히 일부 대형교회를 대표하는데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뉴스앤조이 김승범

사실 대형교회 일그러진 현주소를 그대로 보도한 'PD수첩'의 내용은 이미 교계에 알려질 대로 알려진 한국교회의 가장 부끄러운 치부였다. 세습과 일부 대형교회의 편법적 재정운용 문제 등은 교계 내부에서 회자되던 상태를 넘어서 일간지에까지 대서특필됐으며, 'PD 수첩'은 이런 문제점들을 한데 모은 종합판인 셈이었다.  

따라서 언론대책위의 후신인 언론위가 과거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것인지 여부가 최대의 관건이지만 창립식에서 드러난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선 전혀 그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특히 KNCC 총무 김동완 목사가 "전 KNCC 회장이 MBC의 모함을 받았다"는 발언은 언론위 관계자들의 왜곡된 언론관 및 스스로의 치부를 한사코 부인하려는 낯뜨거운 모습을 또다시 반복한 대표적인 발언이다.
  
김 총무가 지적한 문제는 바로 MBC '시사매거진2580'에서 보도한 김홍도 목사(금란교회)의 성스캔들. 당시 MBC 보도는 한국교회 대표적 지도자의 반열에 올라 있던 김 목사의 성스캔들과 재산축적 문제 등으로 교계에 커다란 충격파를 몰고 왔다. 이 사건으로 MBC와 김 목사는 오랜 기간 법정 소송을 벌였으며, 금란교회 교인들 수천명이 MBC를 포위하고 집단 시위를 벌이는 등 큰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김 목사는 결국 법정에서 공무상 배임 불륜관련 위증 등의 혐의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아 MBC 보도가 결코 모함으로 보기 힘든 것으로 결론 난 사건이다.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을 김 총무의 공식 석상에서의 발언은 어쩌면 한국교회가 "남의 눈의 티는 보지만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도 별다르게 대꾸하기 힘든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또 이승영 상임위원장이나 박영률 사무총장 등의 발언도 결국 언론들이 한국교회를 두둘기는 원인을 찾기보다는 더 이상 가만히 맞고 있지 않겠다는 '대언론 선전포고'자세로 무장돼 있다. 한국교회언론위원회 출범은 결국 언론과의 전쟁 선포나 다름없다.

언론위 출범과 관련 한 일간지 기자는 "언론위는 종교와 언론이 힘과 힘으로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거대한 힘을 갖고 있는 양대 세력의 충돌은 오히려 기독교계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데 왜 이런 기관을 창립하는지 잘 납득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사실 지난해 태동한 언론대책위원회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김준곤 목사나 박종순 목사 등이 이선으로 후퇴한 것은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김준곤 목사가 위원장을 맡자 김 목사를 향한 비판이 제기됐고, 박종순 목사 역시 상임위원장으로 내정돼 있다가 교회 내부 반대로 뜻을 굽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후 적당한 대표자를 찾지 못했던 대책위가 이승영 목사라는 새 인물의 출현으로 전열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회의적 시각은 존재한다. 한국교회가 언론의 비판적 시각에 대한 대책기구가 필요할 때라는 인식은 어쩌면 교권 최상층부의 한정된 의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교인들과 일반 사회의 시각은 교회가 바깥으로 드러난 문제점을 반성하고 정말 성스러운 교회와 고결한 성직자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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