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후보를 <뉴스앤조이>가 3년 만에 다시 만났다. 가톨릭 교인이기도 한 그는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가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3년 만에 다시 만난 더불어민주당 용인 정 표창원 후보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눈빛은 살아 있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어렵다", "힘들다"는 말이 수시로 튀어나왔다. 한숨도 새어 나왔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표창원 후보는 2012년 12월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이 몸담고 있던 경찰대를 박차고 나왔다. <뉴스앤조이>는 이듬해 1월 자유인이 된 표 후보와 공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그는 한국교회를 향해 "장로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기도하거나, 더 큰 '성전'을 짓겠다며 교인을 선동하는 것은 신앙을 이용한 정치적인 행태다. 교회가 이런 허위와 거짓의 탈을 벗어던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러나 표 후보의 바람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최근 일주일간 표 후보는 보수 기독 세력의 '표적'이 됐다. 2012년 4월 레이디 가가 공연을 반대하며 시위한 일부 보수 기독교인을 향해 던진 비판이 화살이 돼 돌아왔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포르노 합법화'를 지지한 것도 덩달아 논란이 됐다.

그의 표현처럼 "신앙을 이용한 정치적인 행태"가 일어난 것이다. 선민네트워크(김규호 대표)는 4월 7일 용인에 있는 표 후보 사무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무책임한 망언을 내뱉은 인물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언론회도 표 후보를 겨냥한 성명을 발표했다. 보수 교계가 행동에 나서자 언론들도 관련 기사를 쏟아 냈다. 결국 표 후보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8일 용인 선거 사무실에서 만난 표창원 후보는 최근 논란으로 일주일째 아무 일도 못 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표 후보는 "다른 매체였다면 (인터뷰를) 안 했을 것이다. 그 (포르노, 동성애) 부분은 빼고, 신앙과 정치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정치를 안 했으면 이런 문제가 안 생겼을 텐데, 정치라는 게 참 힘들다"고 말했다.

아래는 표창원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

-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것이다.

새누리당으로부터 전혀 요청이 없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그(국정원) 문제와 연관해 내가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고, 그러다 보니 새누리당이 적이라고 간주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하는 비판 속에 애정이 담긴 것도 있는데, 다른 편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나 싶다. 다른 야당도 요청이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이 원래 있었다면 달라졌겠지만, 정치를 안 하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에서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도와 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래서 고민했다. 그 상태에서는 정치를 하냐 마냐의 선택이었지, 어디서 누구와 하느냐는 식의 문제는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다. (더민주가) 유일한 선택지였다.

- 자연인으로 있다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보고 느낀 점이 많을 것 같다.

실제로 겪으니 느낌이 다르다. 정치는 경찰 조직이나 스포츠와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게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내게 어떻게 다가올지, 깊이 알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정치 시작과 함께 당은 사분오열 위기 상태였고,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또 초년병인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까지 맡아야 했다.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지역 선거를 위해 용인으로 내려왔다. 이 지역도 만만치 않더라. 온갖 역학 관계와 다양한 집단과 세력, 사람들…어느 것 하나 훼손되면 안 될 정도로 민감했다. 아주 얇고 깨지기 쉬운 유리 그릇을 든 채로, 외줄을 타고 뒤뚱거리며 건너는 상황과 같다. 정치는 참 어렵더라. 나를 통해 뭔가를 실현하고자 하는 수많은 지지자 분들의 기대도 충족시켜 드려야 한다. 진짜 정치는 너무 어려운 것이라고 절감하고 있다.

▲ 표창원 후보는 법을 만들고, 제도를 고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다. 어느 조직에 속해 있든 정치 활동을 하게 마련이다. 경찰 내부나 경찰대 재직 당시, 정치 활동은 하지 않았는가.

(정치 활동은) 당연히 있었다. 정치인들이 공천에 목을 매듯, 경찰대 안에도 그런 게 있다. 승진, 보직을 위해 세력을 형성하거나 줄서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나는 경찰 내 정치에 연루되지 않은 채,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일했다고 자부한다. 국민만 보고 일했다. 경찰 내 힘 센 분들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법과 규칙이 있었다. 그래서 내 신분이 보장될 수 있었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교수들, 제자들, 동문들의 세력이 쫙 형성돼 있다. 때로는 웃지 못할 일, 자기 소신과 반대되는 일을 정치 때문에 하는 모습도 봤다. 고도의 지성과 학식을 가진 학자들이 정치 세력 싸움에서는 아주 치졸한 말과 행동을 하는 모습을 봤다.

이와 달리 정당 정치는 복잡하고, 깊고, 강하다. 정치 기간은 짧지만 그나마 경찰관과 학자로 생활하며 정치를 목격하고 극복해 낸 경험이 있어 버티고 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당히 힘들게 나아가고 있지만, 분명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왜 용인을 선택했는가.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고, 유년기는 동두천에서 청소년기는 서울에서 보냈다. 경찰대에 입학하면서부터 용인과 함께했다. 외국 유학 기간을 빼면 모든 삶을 용인에서 보냈다. 두 아이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용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정치하겠다고 고민해 본 적 없다.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나는 정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경찰이 됐다. 나쁜 놈들은 혼내고 처벌 받게 하고, 억울하고 불쌍한 분들은 보호하고, 특히 피해자와 약자들. 그런데 그 꿈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부족함과 한계를 느껴 유학을 떠났다. 미해결 사건들을 접하며 내가 배우고 익힌 게 작고 짧다고 느꼈다. 그래서 아예 공부의 길로 들어섰다. 학문으로 꿈을 실현하려 했지만 역시 한계를 느꼈다. 아무리 말하고 글 쓰고, 방송에 출연해도 늘 한계가 있었다.

- 한계라는 게 무엇인가.

가장 대표적인 게 '그것이 알고 싶다'다. 각종 미제 사건을 분석하고 드러내지만, 딱 거기까지다. 가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문제를 드러내거나, 악인을 심판대로 끌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계속 느꼈다. 물론 이 작업도 효과가 크다. 평생 해도 좋다. 하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방송을 중단했고, 자유인으로 지내 왔다. 그러다 힘의 한계를 느꼈다.

이런 상태에서 정치 제안을 받았다. 정치를 통해 그동안 경찰, 학자, 방송인, 저자로서 이루려고 했던 꿈 그리고 간접적으로 이뤄지길 바랐던 꿈을 직접 이뤄 보자, 마음먹었다. '법을 만들고, 제도를 고쳐 보자.' 이것이 정치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 당선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뭔가. 발의하고 싶은 법안이 있다면.

만일 허락만 해 주시면, 당선되자마자 세월호 유가족, 백남기 농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잘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울러 경찰·소방 특수 직역에 있는 분들을 위한 법안을 만들고 싶다. 이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한다. 근무 조건, 처우를 개선하는 법을 만들고 싶다.

-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해 활동할 생각이 있는가.

국민의 대표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피해 당사자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선 우리 모두에게 이런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상처다. 치유돼야 한다. 유가족뿐 아니라 같은 시대를 겪은 모두.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험담을 내뱉고, 세월호 자체가 연상되지 못하게 하려는 사람들도 같은 상처를 입었다. 그 상처는 자기가 이겨 내지 못한 불안감에서 시작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러다 나라가 위험에 빠지는 것 아니야?', '대통령이 힘들 게 되는 것 아니야?'는 식의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자신의 인간성·양심·공감·정서라고 부르는 부분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억압이라는 방어기제가 발동하면 사람에게 상처와 트라우마가 생긴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모두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치유하는 방법은, 물론 다른 여러 가지 정치학적 접근이 있을 수 있지만, 피해자 관점에서 봤을 때 점진적인 노출밖에 없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게 "이런 일이 없었어, 생각도 하지 마"라고 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병이 더 깊어지고, 심각해진다.

충격적으로 한 번에 "네가 당한 일은 큰 일이야"는 방식이 아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나한테 발생한 일이 이것이구나. 나는 잘못이 없어. 하지만 이러이러한 상황 때문에 내게 문제가 발생했어. 그것은 지워 버릴 수 없는 현실이야. 내가 안고 살아야겠구나'라고 순응·수용·수긍하게 되면서부터 치유가 시작된다. 상처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마치 교통사고 피해자가 교통사고 상처에 대한 치료를 받고 나서, 얻은 상처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과정과 똑같다. 일단 세월호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상을 규명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우리 모두의 치료와 치유를 위한 과정이다. 그것이 충격적으로 한 번에 드러날 경우 모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점진적으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치유해 나가야 한다.

- 세월호를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상처를 받았다는 분석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일각에서는 누군가 고의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한다.

음모론은 반대한다. 하지만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있고, 조사해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해운, 항만, 구조 공학, 전문가들이 판단할 일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봤을 때 고의적인 사고로 인정할 여지는 없다고 본다.

▲ 세월호 참사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 후보는 "세월호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상을 규명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우리 모두의 치료와 치유를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 가톨릭 신자로 알고 있다. 후보께서 생각하는 예수는 어떤 분인가.

기독교인 신앙의 핵심은 예수님이다. 예수님은 참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 오셔서, 강한 권력자가 아니라 약하고 핍박받고 상처 입고 오해받고 배척받는 서민들이 있는 낮은 곳에서 복음을 전파했다. 기독교인이라면 예수님 사랑이 현실이 되는 것을 꿈꿔야 한다. 물론 인간 세상이 천국이 될 수 없겠지만, 가능하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성경에 정의라는 말이 나온다. 하나님 뜻이 인간 세상에 구현될 수 있도록 불의가 자행되고 원칙이 꺾이고 가해 행위가 이뤄지는 것들이 최대한 예방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기독교인이 꿈꾸는 세상 아니겠는가. 기독 신앙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은 예수님을 최대한 닮아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국민들 시선에서 봤을 때 예수님 모습을 닮은 정치인이 얼마나 많을까? 오히려 그 반대로 이집트의 왕들과 바리새인, 권력자, 세리를 닮은 정치인이 더 많지 않나 생각한다.

단순히 "나는 열렬한 신자다", "어느 교회 다닌다"는 식으로 표를 얻으려는 모습은 이제 그만 보였으면 한다. 종교를 이용하려 하지 말고, 예수님처럼 약자를 보호하고 그들 앞에 서 주는 정치를 해야 참 기독교인다운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 기독 정당들도 총선에 뛰어들었다.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 반대 등의 모토를 내세웠는데…

그 부분 언급하고 싶지 않다. 말하지 않겠다.

- <뉴스앤조이> 독자들이 하는 질문이다. 신앙인으로서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부분도 일단은 나중에…워낙, 내가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 있지 않은가. 그 부분을 참조하면 좋겠다. 지금 언급할 계제는 아닌 것 같다. (동성애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그렇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성경과 교리를 따른다.

그 안에 두 가지가 충돌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동성애라는 것에 대한 죄악성, 그들을 약자로 봤을 때 권익을 지켜 줘야 하는 측면. 이 두 부분이 충돌하고 있다. 해석도 분분하다. 나는 성경과 교리 전문가가 아니다. 그것은 신학·철학·교회학이 다뤄야 한다. 다만, 내가 속한 가톨릭교회의 판단에 따른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지만, 약자에 대한 인권 보호는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도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현행법에 위반되는 혐오나 범죄행위는 반대한다. 소수자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소수자 보호와 종교 내에서 성경의 교리적인 부분은 철저히 분리하고 싶다. 교회 내에서 완성되지 않은 논쟁에 뛰어들고 싶지 않다. 현재로서는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다만 사회적으로 봤을 때 소수자로서 혐오나 공격의 대상이 된다면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

▲ 동성애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신앙적으로는 가톨릭교회의 판단에 따른다고 했다. 다만, 현행법에 위반되는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범죄행위는 반대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 <뉴스앤조이>는 앞서 다른 예비후보들을 만나 성 소수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것은 그분들 입장인 것이고, 나는 내 입장이 있다.

- 평소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한데, 오늘 하신 말씀은 기운 빠진 사이다 느낌이 든다.

처음에 말했지 않은가. 그런 식으로 유도하면 안 된다.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그런 논란을 일으켜서 기독교와 나를 싸움 붙이려는가. 기사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질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 사회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과연 그게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것인가. 이 부분은 고려해 달라.

<딴지일보>와 똑같은 상황이 되는 거다. 그렇지 않은가. 오늘 (이 문제로) 용기총(용인시기독교총연합회)에서 와 달라고 했다. 한기총에서 나에 대해 낙선 운동하라고 교회에다 (공문을) 내려 보내고 있다. 다른 의원이 결국 그 문제 때문에 공천에서 떨어졌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까. 이 사안 때문에 (총선을) 포기할까?

- 민감한 문제인 것은 잘 안다. 후보님 소신을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 안 보셨나. 내가 얼마나 어렵고 힘들게 일을 극복해 나가는지? 그런데 다시 불을 지펴서 이 문제에만 붙잡히게 할 것인가. 이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이 누군지 짐작이 안 가는가?

- 19대 총선에서 김용민 후보가 겪었던 양상과 비슷하다.

똑같은 일을 만들겠다는 건가? 서두에 말했지 않는가. 나를 이용물로 한 번 써먹고 버리겠다는 건가? 수많은 사람이 내게 기대하고 있다. 개인이라면 그냥 사이다니 뭐니 쏴 버리고 그만둔다. 소신 있게, 멋지고 깡다구 있게. 내가 그거 하려고 정치하는가.

진보 진영이건 야권이건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조그만 거 가지고 드러내서, 사람을 망치고 그렇게 해야겠는가. <딴지일보> 인터뷰 하나 때문에 얼마나 큰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일주일째 이 프레임에 갇혀서. 하….

물론 내가 이 문제와 관련해 성명서도 내고 하면 멋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얻어 낼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지금 우리 당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성명 내면 와, 하고 난리 날 것이다. 그런 환호만 받고 만날 선거 참패하고, 대선 고꾸라지고. 그렇게 해서 (국민에게) 주는 실망감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치를 안 했으면 모르겠지만, 일단 한다고 한 이상 책임져야 한다. 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없다.

- 이런 프레임을 보수 쪽에서 계속 밀고 있는데, 아예 이야기조차 안 하겠다는 건가.

일단 잘 이끌어 가야 한다. 일반 대중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상황을 가져가야 한다. 정치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기본적인 태도와 입장 차이가 있다. 나는 지금 링 위에 올라가 있다. 펀치 한 번 잘못 맞으면 쓰러질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해 주길 바란다.

선거 기간 새벽부터 밤까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살고 있다. 전략적인 판단을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하루 종일 고민하고 걱정하고 회의하고 분석하는 상황이다. 다른 정치인의 삶과 이미지, 상황은 나와 전혀 다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왜 그렇지 않냐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 포르노 합법화 발언과 관련해, 어떤 맥락에서 한 것인지 설명해 달라.

기본적으로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삶의 대부분은 범죄에 대한 예방, 피해자 보호와 관련돼 있다. 여기에는 성폭력도 해당된다. 성폭력을 막는 방법은 가해자 처벌과 성에 대한 인지 및 문화 개선이다. 그런 맥락에서 특히 성폭력 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도 문제가 있다. 겉으로는 지나친 엄숙주의지만 뒤로는 문란한 성을 타개해야 한다. 소라넷에 변태적 불법적 자극적 성 일탈 문화가 창궐해 있다. 이런 점을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한다. 청소년의 음란물 접근을 차단해서 걱정 안 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 음란물 포르노 반대 의사를 갖고 있는 종교인들의 승인 동의가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지나치게 음성화되고 터부시되는 성문화를 개방하자는 것이다.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인권이 보호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합법화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동성애, 포르노 합법화 문제로 한국교회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다. 한국교회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종교와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 교회가 포용적이었으면 좋겠다. 이 부분이 한국 기독교에 대한 가장 큰 비판, 사람들이 꺼리게 만드는 요소다. 예를 들어 하나님의 사랑, 예수님의 사랑, 은총을 받고 싶지만 교회는 가기 싫다는 분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커다란 거리낌은 배타성이다. 오직 우리 교인, 우리 교회만 챙기는 것이다. 조금만 달라도 배척한다. 그러한 부분은 좀 바꿨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물론 종교가 지나치게 포용적일 경우 이단 등으로부터 종교 자체에 대한 도전과 공격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능하면 포용적이었으면 좋겠다. 정치에 대해서도 포용적인 태도를 두되, 어느 정도 거리를 뒀으면 한다.

- 정치인으로서 최종 목표는?

우리 사회를 약자가 보호받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아름다운 사회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개인적으로 몇 선 의원이 되거나, 직위에 오르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맡고 싶다.

▲ 표 후보는 정치는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로 인기에 영합하지도, 나를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결코 넘어지거나, 쓰러지거나, 좌절하지 않으며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서 달려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는 정말 어렵다. 어렵다는 말 속에는 쉽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쉽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한쪽을 택해 달려가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세상이 뭐라 하든 나는 내 길을 가는 것이다. 반대로 나를 다 버리고, 세상에 맡기는 소위 인기영합주의도 있다.

하지만 자기를 지키면서 세상과 화합·타협하고, 정치적인 힘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변화를 이루는 것은 정말 어렵다. 당 내에서도 그렇고, 다른 정파들과의 관계, 정치인, 대중 언론과 소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유인, 교수 시절 자유롭던 그런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실망하실 분도 계실 것이다. 그래서 미리 말씀드리는 것이다. 나는 절대로 인기에 영합하지도, 나를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해서 결코 넘어지거나, 쓰러지거나, 좌절하지 않으며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서 달려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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