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번! (김승제!) 기호 1번! (김승제!) 기호 1번! (김승제!)"
"종북! (안 돼!) 친북! (안 돼!) 할랄! (안 돼!) 동성애! (안 돼!)”
“기호 1번 김승제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총선을 코앞에 둔 4월 7일, 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이 지나가는 온수역. 출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밑에서 왁자한 소리가 들린다. 내려가 보니 출구 한쪽에 여자 네 명이 나란히 서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 사람이 "종북!" 하면 다른 사람들이 "안 돼!" 하는 식이다. 구로구 갑 김승제 새누리당 후보를 홍보하는 선거운동이다.

여느 당 후보의 선거운동과는 사뭇 달랐다. 출구 다른 한편에서 기호 2번을 홍보하는 사람들은 더불어민주당의 파란 옷을 입고 모자를 썼다. 피켓을 들고 명함을 나눠 주고 있었다. 그러나 네 청년은 새누리당 점퍼를 입거나 피켓을 들고 있지 않았다. 평범한 사복 차림이다.

다른 출구로 가 보니 남자 세 명이 나란히 서서 똑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또 다른 출구에는 여자 청년 한 명과 남자 청년 두 명이 똑같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다들 평범한 옷차림이다.

▲ 구로구 갑 김승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며 고개 숙이는 청년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상한 건 옷차림뿐이 아니다. 구호도 어디선가 많이 듣던 내용이다. 할랄과 동성애 반대에 앞장서는 건 새누리당이 아니라 교회다.

- 혹시 어디에서 나오셨어요?
- 구로구 시민이에요.
- 어디 단체에서 나오신 건 아니고요?
- 그냥 일반 회사원들이에요.
- 어떻게 이런 선거운동을 하게 되신 거예요?
-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바른 소리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시 즈음까지 외치던 청년들은 선거운동을 마치고 승용차를 나눠 탔다. 그중 한 차가 도착한 곳은 온수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대형 교회,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였다. 연세중앙교회는 3월 27일부터 5월 15일까지 매일 저녁 7시 30분 전 교인이 모여 기도회를 열고 있다.

▲ 그 차가 들어간 곳은 연세중앙교회였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기도회 장소에 들어갔다. 기도 제목과 청년들이 외친 구호가 겹쳤다. △친북·종북·주사파가 와해되고 애국자가 되게 하옵소서 △동성애 및 13세 이상 성매매 합법화, 차별금지법, 성 소수자 차별금지법 등 악법을 발의하는 자들이 입법 기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 주옵소서 △우리나라를 향한 무슬림의 선교 전략이 무산되게 하시고 할랄 식품 단지 조성 계획이 백지화되게 하옵소서.

공직선거법상 5명 이하의 시민이 모여 특정 정당을 지지하며 외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위의 경우처럼 한 단체에서 나온 사람들이 서너 명씩 다른 출구에서 외치는 것에 대해서는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런 경우는 일단 조사를 해 봐야겠다고 답했다.

연세중앙교회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한 교회 직원은 기자에게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그게 문제가 됐으면 선관위에서 교회로 전화를 하든지 조치가 있었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구로구 '성도들'에게 도는 괴문자

한편, 사전 투표가 시작된 4월 8일, 구로구 갑 선거구에 사는 시민 사이에서 괴문자가 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는 이유로 기호 2번 이인영 후보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동성애·이슬람을 막는 데에 새누리당을 선택해야 한다며 기호 1번 김승제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구로 갑에서는 정치 신인 김승제가 야당의 최고위원까지 지냈던 이인영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전멸해 가는 수도권에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문자메시지는 유언비어로 가득하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동성애를 나쁘다고 가르치면 처벌을 받고, 군대에서 동성애 선임이 후임을 괴롭혀도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테러를 일삼는 IS를 나쁘다고 말하면 종교를 차별한다고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과반수가 깨지고 운동권 세력이 국회의 다수가 되면 국회가 마비되고 정부가 마비되고, 식물 국회, 식물 정부, 식물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동성애와 이슬람으로부터 지켜 주십시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지켜 주십시오."

이 메시지는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메시지 맨 위에는 "동성애·이슬람을 대한민국에 퍼트리려는 세력이 국회의 과반을 차지할 위기입니다. (이 문자를 주변 성도님께 전달해 주세요.)"라고 나와 있다.

▲ 구로구 갑 지역구에 도는 괴문자.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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