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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
"힘든 청소년기 견딘 아이들에 고마워"…성 소수자 가족 불행하게 하는 주범은 한국교회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04.0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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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어느 날 내 아들이 사실 남자를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자녀의 고백에 "그래? 엄마는 괜찮아"라고 주저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부모가 몇 명이나 있을까. 종교를 가지고 있든 무신론자든 자녀가 동성애자라 할 때 "그래 난 너를 지지해"라고 단번에 얘기할 수 있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아직 서구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은 동성 결혼까지 인정하고 있고 혐오 및 차별 발언을 처벌하는 법도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성 소수자를 차별하면 처벌받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먼 나라 이야기인 것 같다. 개신교에서 이 차별금지법을 적극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성 소수자는 우리 곁에 존재한다. 성 소수자 자녀를 인정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부모도 있다. '성 소수자 부모 모임'은 동성애자·양성애자·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부모와 가족의 모임이다. 2014년 시작된 이후 매월 한 번씩 꾸준히 모임을 이어 오고 있다. 성 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와 그 가족들, 성 소수자 당사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뉴스앤조이> 기자는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어머니 세 명을 만났다. 세 명 모두 모임에서 활동하는 이름이 따로 있다. 라라 씨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이 되는 과정에 있는 트랜스젠더 딸의 어머니다. 하늘 씨와 지인 씨는 모두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다. 라라 씨는 기독교인, 하늘 씨는 가톨릭교인, 지인 씨는 무교다.

   
▲ 서울 마포구에서 성 소수자 자녀를 둔 어머니 세 명을 만났다. 엄마들은 모임에서 쓰는 활동명이 따로 있다. 라라 씨(맨 오른쪽)는 트랜스젠더 딸을 둔 엄마다. 지인 씨(맨 왼쪽)과 하늘 씨는 아들이 동성애자다. 이들은 울고 웃으며 성 소수자 부모로서 살아가며 느낀 점들을 나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 소수자 자녀를 둔 기독교인 어머니의 생각을 듣고 싶었는데, 인터뷰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 어머니들은 그동안 쌓인 말이 많은 듯했다. 1시간 반 정도로 예상했던 인터뷰 시간은 세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자녀들이 커밍아웃했을 때 어머니로서 느낀 감정, 죄책감, 극복하기까지 과정을 들었다. 성 소수자의 엄마로서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도 들었다.

내 아들이 성 소수자라니…

자녀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안 엄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엄마도 있다. 라라 씨 경우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여성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도가 지나친 것 같아 정신과 상담을 받았는데, 의사는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투로 이야기했다. 하늘 씨는 아들이 먼저 고백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알게 된 경우였다.

라라 / 우리 애는 어렸을 때부터 여성스러웠다. 초등학교 때도 주로 여자아이들과 놀고 여성스럽다고 놀림당하고 그랬다.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머리 깎고 교복 입는 것을 싫어했다. 애는 울면서 학교 못 다니겠다고, 홈스쿨링하고 싶다고 앞으로 공부 계획표를 만들어 왔다. 그때 선생님에게 학교에서 하루 종일 엎드려서 잠만 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로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봤다. 머리 기르고 화장하고 여성스럽게 다녔는데 미련하게 성 정체성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다. 16살부터 미용 일을 배워 꾸준하게 그 일을 했다.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살 시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애는 생과 사를 오가는데 내가 아이의 성 정체성을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받아들이기가 더 수월했던 것 같다.

하늘 / 8년 전 아들이 게이라는 걸 알았을 때 머릿속이 그냥 말 그대로 하얘졌다. 아들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전해 줘서 알게 됐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우선 미국에 살고 있는 동생한테 전화를 했다. 동생은 미국에서 중학교 선생님이다. 내가 너무 당황스러워 하니까 동생이 "언니, 한쪽 끝에는 동성애가 한쪽 끝에는 이성애가 있다. 그 사이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성애에는 사람이 많고 동성애에는 사람이 적을 뿐이야. 잘못된 게 아니고 다만 숫자가 적을 뿐"이라고 얘기해 주더라.

그 얘기를 듣고 난 후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들한테 얘기했다. "너 고민 있지, 엄마는 너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 받아 줄 수 있으니까 엄마한테 얘기해"라고.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는데도 말을 안 하더라. 계속 기다리다가는 속이 터질 것 같아 그냥 내가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엄마는 지구가 뒤집어져도 네 편이야. 네가 누구든 아무 문제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아들이 심한 우울증에 학교도 안 가고 자기 방에서 꿈쩍하지 않고 밖으로 나오지도 않을 떄였다. 밥도 안 먹고 정말 폐인처럼 그렇게 있었다. 그 편지를 주니까 정말 한참을 읽고 또 읽고 하더니 일어나서 밥을 달라고 하더라. 그렇게 털고 일어나서 무사히 대학까지 마쳤다.

   
▲ 2010년 미국 워싱턴 D.C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한 부모. '게이 아들의 자랑스러운 부모'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하나님 왜 하필 나예요?

내 아들이 남들과 다른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엄마들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꾸준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던 사람도 "하나님 왜요?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예요?"라는 물음이 절로 나왔다고 했다.

라라 / 우리 애는 2013년에 처음 자살 시도를 했는데 한 번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아이가 성 소수자인 것이 힘들어서라기보다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계속 낮아져서 그런 것 같다. 반복적으로 자해하고 심해지면 자살 시도로 갔다.

우리 아이는 외모에 정말 관심이 많다. 처음에는 남성을 좋아해서 동성애자인 줄 알았는데 외모에 관심이 많고 꾸미고 하는 걸 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 한창 연애에 관심이 많은 나이인데 아직 감정적으로 힘든 것을 못 받아들인다. 좋아하던 사람과 어렵게 사귀었는데 헤어지면 전 세계를 다 잃은 것처럼 힘들어한다.

트랜지션(성 전환)하려고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었는데 약 받아 온 것을 그때그때 먹지 않고 한번에 다 먹었다. 하루에 세 알씩 먹는 약이었는데 뜯어 놓은 봉지가 180개 정도 됐다. 애가 이틀 동안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지옥 같은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런 일 처음 겪었을 때는 하나님한테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40년을 교회 다녔다. 남편도 나도 정말 열심히 교회 생활을 했다. 교회 식당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교회학교 선생님, 성가대원으로 섬겼다. 새벽 기도, 철야 예배, 아파트 전도단 등 열심히 봉사했다. 시댁 식구들도 다 교회 다니고 가족 중에 신학교 나온 사람도 있을 정도로 독실한 가족이다.

교회를 위해, 하나님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마음을 쏟아 봉사했는데 내 아이가 이렇다고 하니 죽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하나님이 미운 마음도 들었다. 내 마음을 온전히 다 드렸는데 당신이 내게 주는 보상이 이거라면 난 차라리 안 믿고 안 받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럼에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신앙의 힘이었다. 아이 문제를 신앙 안에서 고민하려고 노력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남을 판단하지 말고 정죄하지 말라'고 배웠다. 말씀 중에 좋아하는 구절이 "항상 감사하라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다. 아이가 누워 있을 때도, 마음이 힘들 때도 의도적으로 항상 감사한 것을 생각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절망하는 것보다 희망을 가지려고 했다.

하늘 / 나는 성당을 다니는 가톨릭교인이다. 가톨릭에서도 아직 동성애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걸 알게 된 후 2년 동안 방황했다. 매일 미사 보러 가서 성당 뒤에 앉아 "하느님 정말 너무하십니다.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저는 어떻게 살라고 이러세요. 저희 부부 하루하루를 정말 성실하게 살아온 것 하느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라고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이런 기도를 수도 없이 올렸어요. 십자가를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 전환 치료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지인 씨(왼쪽)와 하늘 씨. 지인 씨는 아들이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안 후 상담소를 찾아 다녔다. 하지만 성 소수자에 대한 지침과 제대로 된 지식을 갖고 상담하는 곳은 없었다. 그는 직접 상담학 공부를 하고 활발하게 성 소수자 모임에 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쯧쯧, 애를 어떻게 키웠으면…"

엄마들은 아들이 성 소수자라는 소리를 듣고 제일 먼저 '내가 뭘 잘못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성 소수자 자녀를 둔 엄마들은 무지에서 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내가 잘못 키웠기 때문에 애가 동성애자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 소수자 부모 모임에 와 보니 동성애자는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늘 / 애한테는 "엄마는 널 지지해"라고 이야기했지만 2년 동안 정말 헛갈렸다. 내 아들이 동성애자인 건 알겠는데 '왜?'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잘 모르니까 정신과 의사, 온갖 상담사들한테 가서 물어봤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시간 낭비였다. 정신과 의사는 덜한데 상담사는 자기 편견대로 상담한다.

아들의 고백 이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혼 생활 시작부터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까지 온갖 기억을 다 끄집어내서 구석구석 돌아봤다. 한마디로 자아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찾아내려고 코피 터지게 생각했다.

내가 잘못한 거라고 생각나는 게 애가 태권도 가기 싫어했는데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은 거, 피아노 치기 싫다고 하는데 억지로 시키지 않은 거, 학원 보내다가 안 보내도 공부 잘해서 그만두게 한 거 이런 것밖에 생각 안 나더라. 내 몸이 힘들고 귀찮을 때 애들한테 잔소리하고 소리 지른 것도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나를 돌아본 귀한 시간이었다. 하나님 앞에서 반성했고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라라 / '어렸을 때부터 더 엄하게 가르쳤어야 하는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하긴 했다. 자살 시도한 걸 알게 됐을 때도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심지어 내가 대학 다닐 때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친구 영향으로 관련 영화도 보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아이가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성 소수자 부모 모임에 오고 나서 아이들이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러 부모님을 만나고 성 소수자 당사자들을 만나면서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렇게 키운 것이 아니라 성 소수자로 낳은 잘못이라는 걸 인지하게 됐다.

   
▲ 하늘 씨가 시아버지가 물려 주신 성경 필사본을 꺼냈다. 하늘 씨의 시아버지는 12년 동안 성경을 다섯 번 필사하셨다. 그는 성 소수자는 환경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자녀

한국교회는 동성애자를 항문 섹스에 중독된 사람으로만 묘사한다. 유독 남성 동성애자만 부각하는 경향도 있다. 여성을 좋아하는 레즈비언, 아예 자신을 반대 성으로 인식하는 트랜스젠더는 한국교회에서 논외다. 동성애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성 소수자는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동성애자가 '된' 것이라고 말한다. 남성과 여성을 놓고 쾌락을 좇아 남성을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엄마들은 이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하늘 /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오해를 풀고 싶어 이 책을 가져왔다. 여기 들고 온 성경은 우리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쓴 성경 필사본이다. 2000년에 영세(세례) 받으신 후 2013년 돌아가시기까지 성경 필사만 다섯 번을 하셨다. 마지막 2년은 누워 투병하시는 가운데서도 신약 성서만 한 번 더 필사하셨다.

내가 성당에서 돌아가시는 분들 마지막을 많이 지켰다. 시아버님은 그 누구보다 평안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늘나라에 가셨다. 그분이 쓰신 필사본은 우리집 가보다. 아들에게도 한 권, 딸에게도 한 권, 성당에도 한 권 기증했다. 신앙적으로 존경하는 시아버지다. 우리 남편은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성실한 남자다. 그의 아들이 내 아들이다.

기독교에서 환경적 요인 어쩌고 하는데 그러면 우리 가정에는 무슨 환경적 요인이 있는 건지 묻고 싶다. 우리는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다. 늘 변함없이 평범하게 살아왔다. 어디에서 좋은 거 있다고 해도 좇아가지 않았고, 나쁜 일에 막 빠져들지도 않았다. 매일매일 일상에서 남 잘난 거 쫓아가고 싶어 하지 않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왔다.

이 필사본을 가져온 것은 우리 가족이 함부로 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현재 오랫동안 함께한 파트너가 있다. 시아버님 살아 계실 때 두 번이나 와서 뵙고 인사드리고 갔다. 그 친구는 아버님 장례식 때도 와서 도와주고 빈소를 지켰다. 뭐가 문제인가. 기독교인들만 난리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 문제없다.

지인 / 기독교는 계속 환경적 요인을 얘기한다. 그래서 동성애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그 가정이 맞으려면 가족 사이에 뭔가 공통점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성 소수자 부모 모임에 와서 보면 부모들 사이에 전혀 공통점이 없다.

강한 엄마도 있고, 약한 엄마도 있다. 엄격한 아버지도 있고 자녀 일에 관심 많은 아버지도 있다. 한 부모 가정도 있고 화목한 가정도 있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 가정도 있다. 형제 관계도 다 다르다. 3남매 중에 둘째인 경우도 있고, 형제만 둘인 집도 있고, 1남 1녀인 집도 있다. 공통점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태권도 같은 남성적인 운동 시키면 애들이 변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성 소수자 중에 태권도·검도 유단자도 있다. 환경적인 요인이 동성애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 모임에 보니 동성애는 선천적이라는 확신이 더 들었다.

라라 / 얼마 전 애 아빠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6살 정도 됐을 때 친척들이랑 다 같이 남자 목욕탕에 갈 일이 있었는데 죽어도 안 들어가겠다고 버텨서 결국 둘은 목욕탕에 못 들어갔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애는 그냥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누가 만들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달랐다.

   
▲ 2015년 대구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한 성 소수자 부모 모임. 엄마들은 이때 만난 기독교인들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사진 제공 성 소수자 부모 모임)

청소년기를 버텨 준 고마운 아이들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청소년기에 자살을 시도한다. 2014년 'LGBT 사회적 욕구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 소수자 47%가 청소년기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 소수자 두 명 중 한 명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한국 사회 현실에서 부모들은 청소년기를 벗어나 성인이 된 자녀들이 고맙기만 하다.

라라 / 우리 애가 만나는 성 소수자 친구들 보면 손목에 다 자해 자국이 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아마 100이면 100명 다 해 봤을 거다.

지인 / 청소년 성 소수자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건 성 소수자라는 정체성 때문이 아니다. 사회의 혐오와 차별 때문이다. 부모에게 커밍아웃했다가 거절당한 아이들의 자살 시도율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8배가 더 높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거절당했을 때 아이들은 좌절하는 것이다. 우리 애도 학창 시절에 놀림받고, 따돌림당했는데 이렇게 살아남아서 견디고 있는 것이 너무 고맙다.

하늘 / 사춘기 때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몰라서 "엄마는 네 편이야"라는 말을 못 해 준 것이 너무 미안하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미안하다. 혐오받지 않는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 부모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

한국교회, 혐오를 가르치지 말아 달라

성 소수자 부모 모임은 2015년 퀴어 퍼레이드 때 행진에 참여했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함께 거리를 누볐다. 그들은 그 현장에서 만난 한국 기독교인들과 그들이 내뱉던 혐오 가득한 발언을 잊지 못한다.

라라 / 작년 퀴어 퍼레이드 갔을 때 반대 집회 참여하기 위해 모인 교인들을 본 후로 신앙에 회의감이 들었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뭘 반대하는 건지도 모르고 '항문 섹스',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이런 피켓 들고 서 있는데 기가 막히더라.

기독교는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의 아픈 부분을 만져 주는 종교라고 배웠는데 반대로 공격하고 있다. 동성애라는 것을 이해하든 반대하든 먼저 제대로 알아봐야 할 것 아닌가. 교단이나 목사님 지시에 따라 '이날 모입시다, 모여야 합니다' 이러면 우르르 몰려가서 피켓 드는 것이야말로 선동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생각도 안 하면서 남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 이후 교회에 가도 말씀이 귀에 잘 안 들어왔다.

사실 40년 교회 다니면서 동성애 반대하는 설교를 들어 본 적은 없었다. 우리 목사님은 외부 일에 크게 휘둘리거나 하는 분이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 시댁 교회에 갔더니 주보에 '이단 척결, 동성애 반대 집회' 안내가 써 있었다. 반대 운동이 점점 거세지는 것 같다.

내가 성 소수자 부모인데 나를 불쌍하게 봐 달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내 딸이 트랜스젠더인 것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알리고 싶다. 우리는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당신 주변에도 있을 수 있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질문을 던져 보고 싶다.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놓고 다양한 종교적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성애를 싫어할 수도 있다. 종교인이 아닌 젊은 사람도 혐오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소수인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보호하는 법이 만들어지는 데 반대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하늘 / 신앙을 갖는 것,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결국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서 아닌가. 자신들의 영혼이 썩어 가는 것은 보지 못하고 남을 향해 혐오만 외치고 있다. 자기들 눈에 들보는 모른 척하고 남의 눈에 있는 티를 끄집어내려고 기를 쓰고 있는데, 눈 속에 티는 그들이나 나나 다 가지고 있다. 우리 다 하느님 앞에 죄인 아닌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사람이니까 신앙을 갖는 것 아닌가. 하느님 도우심 없이는 완전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늘 남 이야기 듣고 경청하고, 겸손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건데 개신교인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인 / 개신교에서 혐오 발언을 할 때 우리 자녀들이 이런 글 읽고 자괴감에 빠지고 괴로워할 거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 나도 읽고 기분이 나쁜데 성 소수자들이 그런 글 읽고 어떤 마음이 들지 생각 안 해 보는가. 자신들의 신념이라고 남을 그렇게까지 매도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개신교가 자꾸 성 소수자 향한 혐오 발언을 퍼뜨리는데 청소년이 듣고 배울까 겁난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 성 소수자들이 너무 걱정된다. 그 아이들이 받을 상처가 너무 클 것 같다. 우리 애들은 쉬쉬하던 때를 지나왔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나.

하늘 / 생명은 죽음이 아니라 사는 것을 지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청소년 성 소수자가 날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건 그 청소년을 둘러싼 세상이 제대로 된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지인 / 성 소수자 가족들은 개신교인들만 그렇게 조직적으로 반대하지 않으면 혐오와 편견 없는 세상에서 잘 살 수 있다. 개신교인들은 그렇게 조직적으로 반대하지 않으면 좋다. "동성애는 불효고 너희 때문에 부모가 얼마나 힘들겠냐"는 피켓 들고 시위하는데 그 사람들만 없어지면 우리는 불행하지 않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성 소수자 자녀를 두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 성 소수자 부모 모임은 매월 한 차례씩 진행하고 있다. 전국에서 각지에서 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부모들이 온다. 모임은 꼭 성 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임은 성 소수자 당사자에게도 열려 있다. 부모와 자녀들이 만나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같은 상황에 있는 부모들끼리도 의지하는 시간이 된다. (사진 제공 성 소수자 부모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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