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 단체와 활동가들을 '종북 세력', '간첩'으로 규정했다가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사람이 있다. 영화 '회복' 조감독을 맡았던 박성업 씨다. 그는 '선교사'라는 직함을 내걸고 보수 성향 교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 씨는 2013년 4월, '기독교 내에 침투해 있는 간첩 세력의 실체'라는 동영상에서 복음주의권 단체와 활동가를 종북·간첩 세력으로 지목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교회개혁실천연대·성서한국·아름다운마을공동체·기독청년아카데미·평화누리·청어람ARMC 등의 단체 이름과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실명과 사진을 내걸었다. 박 씨는 이들을 가리켜 "하나님의 심판 위에 한국이 서 있게 만든 원흉들", "기독교계에 뿌리내린 간첩 세력들"이라 지칭했다.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성서한국 대회가 홍정길 목사를 필두로 기독교의 탈을 쓴 주사파가 주관하는 집회라고 주장했다. 2011년과 2009년 강사로 나선 자리에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김일성의 개', '김정일의 애견'으로 지칭했다.

결국 성서한국과 교회개혁실천연대 관계자에게 형사 고소를 당해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박 씨는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신청했다. 그러나 2014년 11월,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박 씨는 "이 단체들이 기독교 본래 정신을 따르지 않고 이단 내지 반기독 활동을 하는 세력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종교적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기독교 간첩 세력'이라고 했다"고 주장했고, "단체 구성원이나 교육 내용이 주체사상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잘못 없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박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성업 씨는 이 외에도 꾸준히 문제성 발언을 했다. 이른바 '박성업 현상'이라는 말로 그에게 매카시즘이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생겼다.

2010년 강연에서는 노래를 거꾸로 재생하는 '백워드 매스킹' 이야기로 주목을 끌었다. 소녀시대와 손담비 등 유명 가수 곡을 '백워드 매스킹' 하면 음란한 메시지로 점철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가 위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음란의 영이 활개 치게 만든다"고 비난했다.

메르스가 전국에 퍼졌던 지난해 6월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할랄 사업권 체결 같은 저주받을 짓을 하니 (하나님이) 메르스 같은 걸로 경고해 주시는 것 아니냐. 빨리 할랄 사업 같은 것 접자"고 글을 올렸다.

▲ 박성업 씨는 일부 단체가 한국 주요 교회들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과 단체들에 대해서는 '종북'이라고 하기도 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희호 여사 항공기 폭파 협박…1심 이어 2심에서도 유죄

박성업 씨는 지난해 한 번 더 사고를 쳤다. 2015년 8월 4일, '북진멸공자유인민해방군'이라는 단체 이름으로 "이희호 여사가 탑승할 비행기 출국편 혹은 귀국편 중 하나를 반드시 폭파할 것"이라는 이메일이 여러 언론사에 날아왔다. 이 이메일은 새로 개설된 계정이었다. 메일은 일본 오사카에서 발송됐다. 이희호 여사가 대북 지원 물자를 싣고 방북하기 하루 전이었다.

경찰은 보름 동안의 수사 끝 33살 박 아무개 씨를 수원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바로 박성업 씨다. 검찰은 박 씨를 항공보안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재판은 일사천리로 이뤄져 10월 28일 박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1년, 사회봉사 명령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폭파 협박으로 공항과 경찰의 업무에 지장이 있었고 일반 시민도 불안감에 시달리는 등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판결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박성업 씨의 유죄를 다시 한 번 인정했다. 3월 17일 자로 내려진 2심 판결은 박성업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박 씨는 공무집행방해죄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성업 씨는 자신의 행위로 경찰공무원들이 범죄 예방과 공공의 안녕 유지라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결과가 발생하였을 뿐, 공무집행을 방해한 건 아니라고 항변했다. 1심 판결도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사는 오히려 박 씨에 대한 원심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박 씨가 위계로 경찰공무원들을 출동시켰고, 다수의 인원이 공항 폭발물 검색과 수색, 안전 점검 등의 조치를 취하느라 정상적인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며 박성업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항공기를 폭파하겠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한 점 △일본으로 출국해 새로 개설한 이메일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르는 등 비교적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범행한 점 △벌금형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했다. 다만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가정이 있는 점 등을 들어 1심보다 무거운 벌은 내리지 않았다.

박 씨가 2심 판결에도 불복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박 씨는 이사 불명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판결문을 송달받지 않은 상태다.

박성업 씨는 삭제했지만, 그의 강연 동영상은 수백 개로 재생산돼 퍼지고 있다.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이 모여 박 씨를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탄원서도 냈다. 박 씨의 '종북' 발언에 대한 2심 선고는 4월 15일 열린다.

▲ 박성업 씨의 강연 내용은 여러 군데 재생산돼 퍼져 있다. (구글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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