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교회는 분쟁 중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는 계속 분쟁 중이다. 교회 쪽에서는 부정하겠지만, 아직도 수백 명이 강남 예배당에서 매주 따로 기도회를 하고 있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는 매 주일 오후 서초 예배당 건너편에서 오정현 목사를 규탄하는 피켓을 펼친다. 금요일 밤에는 서초 예배당 마당 앞에서 기도회를 한다. 오 목사 측 교인들과 심심찮게 실랑이가 벌어진다. 2년 5개월째다.

밖에서 사랑의교회를 보는 사람들은 이제 교회가 정상화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오정현 목사와 사랑의교회는 대외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활동한다. 오 목사는 여러 집회에 강사로 초빙되고, 사랑의교회는 나름의 사역을 펼쳐 나간다. 그러나 교회 안쪽으로 발을 들이면 양쪽은 여전히 치열한 공방 중이다. 오히려 전보다 더 서슬 퍼런 적대감이 흐른다. 이제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 <와이, 그 이후> / 옥성호 지음 / 도서출판 은보 펴냄 / 250쪽 / 1만 3,000원

"사랑의교회는 이제 더 이상 사랑의교회가 아니다"고 했던, 고 옥한흠 목사의 아들 옥성호 대표(도서출판 은보)가 사랑의교회와 관련한 책을 또 한 권 냈다. 지난 3월 28일 출간한 <와이(WHY), 그 이후>(도서출판 은보)다. 옥한흠 목사가 왜 오정현 목사를 후임으로 삼았는지를 주제로 쓴 <와이(WHY)>의 후속작이다.

옥성호 대표는 서문에서 "역사의 보존을 위해" <와이, 그 이후>를 썼다고 했다. 잊혀진 역사는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옥 대표는 이번 책에서 오정현 목사의 박사 학위논문 표절이 드러난 사건을 주제로 삼았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썼다.

"지금부터 내가 쓰려는 <와이, 그 이후>와 관련한 기록은 내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실이다. 다시 말해 아버지의 장례부터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에 이르는 상황에 대해서만은 이 글이 삼국사기(正史 - 기자 주)다. 나 이상 더 자세히 그 당시 상황의 핵심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7쪽)

"아무도 믿지 마라"

옥성호 대표는 아버지 옥한흠 목사가 암으로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던 상황부터 기술해 나간다. 당시 오정현 목사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그의 측근들이 그를 어떻게 대했는지 꼼꼼하게 기술하고 있다. 모두 실명으로 기록되어 있고, 그들 대부분이 지금도 사랑의교회와 관련한 여러 문제에 얽혀 있다.

옥한흠 목사가 세상을 떠난 후, 당시 미국에 거주하던 옥성호 대표는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버지의 콘텐츠를 잘 지켜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덩달아 평소 한국 기독교 출판계에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출판 생태계를 조금이나마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일하게 된 옥성호 대표는, 당시 대표이자 옥한흠 목사의 제자 김명호 목사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성호야, 이제 네가 여기 훈련원에 와서 일하게 됐으니까… 내가 너한테 딱 하나만 얘기를 하마.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서 일해라. 내가 이 바닥에서 30년간 있으면서 확실히 하나 배운 거니까."

나는 분명 엄청난 지혜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올 것을 기대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 무… 도… 믿… 지… 마… 라…."

옥성호 대표는 처음에 이 말을 흘려들었다. 교회 안에서, 예수 믿는 형제자매들이 같이 일하는데 아무도 믿지 말라는 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 말을 듣지 않은 걸 후회했다고 고백했다.

사랑의교회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일련의 사태를 죽 지켜본 사람들은 알고 있다.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것은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따위가 아니다. 본질은 여러 사건을 거치며 드러난 오 목사의 반복되는 거짓말이다. 논문 표절,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학력, 강도사 인허, 목사 안수 등 모든 이슈에서 오정현 목사는 명확하지 않았다. 논문 표절이 드러나는 과정에서의 숱한 말 바꾸기는 사랑의교회 당회도 인정한 바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어찌 오정현 목사 한 사람의 거짓말로 가능했겠는가. 옥성호 대표는 책에서, 주변 사람들의 돌변한 모습을 담담히 기술한다. 옥한흠 목사를 존경하며 바로 옆에서 보필했던 박 아무개 비서. 옥한흠 목사의 충실한 제자로 제자 훈련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던 강 아무개 전도사. 의사로서 진정한 제자의 삶을 구현했던 한 아무개 장로. 뛰어난 설교와 찬양, 영어 실력을 갖추었던 고성삼 목사. 이들은 모두 오정현 목사의 충신으로 거듭났고, 진실을 말해야 할 때 침묵하거나 거짓을 말했다.

▲ <와이, 그 이후>는 오정현 목사의 박사 학위논문 표절 사건이 드러나기 전후를 다루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그들의 변절

옥성호 대표는 책에서 자신이 주고받은 여러 이메일과 대화를 공개했다. 지금은 오정현 목사의 심복인 이들이 원래 얼마나 오 목사를 비판했는지 알 수 있다. 아래는 고성삼 목사가 오 목사를 비판하며 2008년 옥 대표에게 보낸 메일 중 일부이다.

"너무 정치계의 파도를 타려고 하고 (대운하 소통 발언 / 광우병 이야기 등) 이런 말을 함으로써 반대가 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1) MB의 마음을 사고
2) 순교자와 같은 피해자 의식을 불러일으켜 군중의 불쌍함을 얻고 (제가 듣기로는 아버님의 12월 설교를 통해 사랑의교회 성도님들 중의 많은 분들이 오히려 오 목사를 불쌍하게 여기는 여론이 생겨 득을 보았다고 들었습니다)
3) 명실공히 BIG 3(조용기, 김삼환, 오정현)가 아니라 차제에 제왕으로 군림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이미 이영훈 목사의 취임식 때 축사를 함으로써 그런 일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회상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슈의 찬반 논리를 떠나서 최소한 교회는 기득권층의 견해가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서 있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회는 오히려 기득권층의 손을 들어주고 있으니 가슴이 너무 답답하군요. 저는 절대로 좌익이 아닙니다." (152쪽)

이랬던 고성삼 목사는 2012년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이 세간에 드러나기 전, 오 목사 대신 사태 수습을 위해 남아공 포체프스트룸까지 날아갔다. 또 옥한흠 목사의 아내에게 전화해, "옥 목사의 논문도 내가 번역했는데 그러면 옥 목사도 표절한 것이 아니냐"며 반협박조로 이야기했다(옥한흠 목사의 명예박사 논문에 관해서는 <와이, 그 이후>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는 현재 사랑의교회 부목사 중에서도 특별한 'DP목사'다.

한 아무개 장로 이야기도 있다. 2013년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이 드러나고, 교계 원로인 홍정길 목사도 오 목사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갈 때, 한 장로는 옥성호 대표에게 전화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호야, 지금까지 나는 그래도 정말로 일말의 기대를 갖고 오정현이를 대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에게 갖은 오해를 하고 그렇게 내 욕을 해도 나는 참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홍 목사님께서 그렇게 결론 내리셨다면 나는 더 이상 오정현이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 (158쪽)

그러나 한 장로는 지금 사랑의교회에서 은보기념사업회, 북한사랑의선교부, 할렐루야찬양대를 맡고 있다.

2013년 2월, 옥성호 대표는 옥한흠 목사가 오정현 목사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사랑의교회 채성태 집사는 이 편지를 옥 대표가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옥 대표는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었고 승소했다.

옥성호 대표는 이 편지가 오정현 목사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비서 박 씨에게 들었다. 옥 대표는 이 소송에서 박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박 씨는 증언대에 서서 편지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다. 강 아무개 전도사도 그것이 옥한흠 목사가 쓴 편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강 전도사도 증언해 주지 않았다. 모두 진실을 말해야 할 때 침묵했다.

▲ 그들은 한때 모두 옥한흠 목사 아래서 제자 훈련을 한 사람들이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그 사람들 너무 악해"

이들은 모두 옥성호 대표가 한때 믿고 의지하던 사람들이었다. 옥 대표 입장에서 보면 배신의 쓴맛을 경험한 것이다. 그는 책에서 몇 번이나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 "내가 너무 순진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옥 대표는 갖은 유언비어에 시달렸다. "옥한흠 목사의 편지는 가짜이고 그 편지는 옥성호가 작성한 것이다", "아버지에게 교회를 물려받지 못해 질투하는 것이다", "원로목사의 아들이 후임 목사를 공격한다" 등등.

2014년 10월, 한 카페에서 옥성호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그의 손에는 채성태 집사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판결문이 들려 있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전혀 밝지 않았다. 사람이, 그것도 한때 옥한흠 목사 아래서 제자 훈련하던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는 표정이었다. 그는 당시 옥한흠 목사의 노트북을 가져갔다는 이유로 사랑의교회 총무장로로부터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였다. 그는 말했다. "그 사람들 너무 악해." 밖에서 사태를 보는 사람들은 사랑의교회가 이 정도일 줄은 모를 것이다.

"사랑의교회의 경우는 그 책임의 정도가 거의 절대적으로 오정현 목사에게 있다." (198쪽) 옥성호 대표는 말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의 옆에 있는 수많은 오정현'들'이다. 진실을 똑바로 얘기하지 못하고 그에 동조함으로, 침묵함으로 거짓을 더 크게 만든 사람들. 인간적인 약함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계속 그렇게 간다면 그들은 결코 '그리스도의 제자'라고 불릴 수는 없을 것이다.

옥성호 대표는 <와이, 그 이후>에서 사랑의교회 사태가 한국교회 변화의 시금석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개혁은 오정현 목사 한 사람의 회개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정현'들'의 회개가 필요하다. 그럴 수 있을까? "사랑의교회 앞에는 그리고 갱신의 길 앞에는 과연 어떤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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