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통합·합동·합신, 감리회, 기하성여의도 등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참여한 2016년 부활절 연합 예배가 서울 광림교회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그리고 우리는 그 무엇보다도 '수난의 여왕', 이 땅 한반도에서 터져 나오는,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생명과 빛에 대한 갈망과 외침에 마음 문을 열고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분단으로 고통당하는 7,000만 동포의 갈구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미수습자 304명과 그 유가족들의 처절한 절규도 있습니다. 일본군 성 노예로, 인간성을 처참히 유린당한 채 생존해 온 할머니들의 정의를 위한 한 맺힌 외침이 우리의 귓전을 울립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채영남 총회장의 설교에 참석자들이 '아멘'으로 답했다. 3월 27일 서울 광림교회(김정석 목사)에서 2016년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 예배가 열렸다. 박무용(예장합동)·전용재(감리회)·이영훈(기하성여의도)·안만길(예장합신) 목사 등 주요 교단장을 포함해 8,000여 명의 교인이 참석했다.

채영남 총회장은 '부활의 생명을 온 누리에-내 양을 먹이라(겔 37:9-10 / 요 21:15-17)'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세상은 여전히 사망과 어둠의 권세에 사로잡힌 채 예수님의 부활의 생명과 빛을 갈망하고 있다고 했다. 채 총회장은 생명과 빛을 갈망하는 이들과 함께 수난당하며 아파하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교인들이 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시대의 가난한 자, 포로 된 자, 눈먼 자, 눌린 자 등 '작은 자'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 이 시대의 하나님의 양인 가난한 자, 포로 된 자, 눈먼 자, 눌린 자는 누구입니까? 지금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병들고 옥에 갇히고 나그네 된 자들이 아닙니까. 일제 식민주의 치하에서 일본군 성 노예로 고통당한 우리의 할머니들, 분단 체제 희생자들과 이산가족들, 미래를 포기하고 절망하는 청년들, 전쟁으로 고향을 버리고 떠도는 난민들, 경제 양극화로 인한 절대 빈곤자들,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고통당하는 노동자들, 불의한 죽음을 당한 세월호 희생자들과 미수습자들의 유가족들. 이들이 바로 우리가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부활의 생명과 빛으로 목양하여, 풍성한 생명을 얻고 누리게 해야 할 이 시대 하나님의 양들이 아닙니까. 한국교회가 바로 이들에게서 예수님의 현존을 발견해야, 행한 나눔과 돌봄의 사역이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부활의 생명과 빛을 온 누리에 전하는 은총의 통로가 될 것입니다."

채영남 총회장은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봤다. 안으로는 마을·가정 공동체가 해체되고, 경제 양극화, 청년 실업, 동성애·이슬람 문제 등 위기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밖으로는 남북 갈등 고조와 함께 한반도가 강대국들이 이권 다툼을 하는 '노름판'이 됐다고 했다. 채 총회장은 이런 상황일수록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하나님나라와 의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오직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실천할 때, 평화를 만드는 참된 정치와 외교의 길이 열립니다. 핵폭탄, 사드 미사일, 강대국과의 군사동맹으로는 항구적 평화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생기가 불어와야 생명이 소생하며, 참된 평화가 임합니다."

▲ 이번 부활절 연합 예배 설교는 예장통합 채영남 총회장이 전했다. 채 총회장은 "한국교회가 이 시대의 가난한 자, 포로 된 자, 눈먼 자, 눌린 자 등 '작은 자'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채 총회장은 모두가 절감하는 것처럼 한국교회가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위기지만,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기회로 삼자고 권면했다.

"(겨울은)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회복의 기회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과 빛이 베드로와 제자들을 회복한 것처럼, 오늘 한국교회를 새로운 성만찬의 친교의 자리로, 하나 됨의 자리로, 치유와 화해의 자리로 부르십니다."

이날 부활절 연합 예배에서는 남북 평화와 한국교회의 일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회사를 맡은 감리회 전용재 감독회장은 "경색된 남북 관계로 인한 안보 문제와 동북아 평화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하며 해결해야 할 기도 제목"이라고 말했다.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창수 목사(예장합동 총무)는 "한국교회 전체 교단이 하나로 연합해 한곳에서 예배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순수 복음으로 모든 교단의 참여와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부활절 축사를 전달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대독했다.

"예수님의 부활을 함께 기뻐하며 부활절 연합 예배를 축하드립니다. 항상 나라와 국민을 위해 기도하며 헌신해 주고 계시는 한국교회 지도자와 성도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한국교회는 민족의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며 우리 사회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 왔습니다. 한국교회 부활 신앙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이끈 횃불이었고, 전쟁의 절망 속에서도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이정표를 제시하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성도 여러분께서 변함없이 기도의 반석을 쌓아 주시고, 우리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노력하면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많은 어려움도 반드시 이겨 내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한마음으로 참여하여 열리는 오늘 부활절 연합 예배가 대한민국을 하나 되게 만들고, 더 나아가 부활의 생명이 북녘땅에 퍼져 나가고 기아와 폭정으로부터 고통받는 동포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어둠을 빛으로 절망을 소망으로 변화시키는 풍부한 부활의 기운이 이 땅에 넘치도록 성도 여러분께서 기도해 주시고,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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