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광장신학이 3월 24일 광화문에서 열렸다. 세월호 참사 속 한국교회 모습을 돌아보는 첫 자리로, 문지성 양 어머니 안명미 집사와 유예은 양 어머니 박은희 전도사가 나왔다. 안 집사는 모태 신앙으로 안산광림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신앙인이고, 박은희 전도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 대학원을 나온 교회 사역자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인간은 종종 '사건'을 통해 신을 만난다.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성 어거스틴은 '집어 들고 읽으라'는 소리를 듣고, 존 웨슬리는 풍랑 속에서 기도하는 모라비안 교도들을 보며, 하나님을 체험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도 마찬가지다. 9명의 미수습자 가족과 304명의 희생자 가족. 세월호 가족들은 인간의 힘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비극 앞에 하나님께 '왜'라는 질문을 던졌고, 고통을 외면하는 한국교회에 역시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했다.

3월 2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장 신학'은 한국교회와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세월호 가족에게 직접 듣는 자리였다. 문지성 양 어머니 안명미 집사와 유예은 양 어머니 박은희 전도사가 나왔다. 가족들과의 대담 진행은 고성휘 집사(목민연구소 이사장)가 맡았다.

▲ 추운 날씨에도 두 엄마는 한국교회에 하고 싶었던 말들을 길게 쏟아 냈다. 엄마들이 믿는 사람들에게 바랐던 것과, 믿는 사람들이 엄마들에게 해 준 것은 너무나 달랐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해할 수 없었던 하나님 앞에 무너진 가족들

지성 엄마 안명미 씨는 안산광림교회 집사다. 모태 신앙으로 한 번도 교회를 떠나 본 적이 없다. 참사가 났을 때도 안 집사는 "감히 하나님을 원망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딸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야 하나님이 원망스럽기 시작했다. 교인들에게도 원망의 마음이 들었다.

하나님에게 너무 화가 나서, 왜 이 상황에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 물었다. 홍해를 가른 전능하신 하나님이, 분명히 우리 아이를 살려 줄 거라고, 분명히 내 아이는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한동안 하나님이 원망스러워서 왜 그랬냐고 많이 따졌다.

신학을 공부한 엄마 이야기다. 장례할 때 친정 엄마가 성경책을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갔다. 예은이가 읽다가 가름끈으로 표시한 부분을 폈더니 스데반 집사가 순교하는 구절이 나왔다. 너무 놀라 성경책을 던졌다. "하나님 뭐하시는 거냐. 스데반이야 스스로 죽음을 각오하고 사람들 앞에 선 사람인데 우리 딸은 뭐냐. 그럼 우리 아이도 세상을 위해 순교라도 해야 하는 거냐"고 외쳤다.

사고 이후, 두 사람은 '바다', '풍랑'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찬양을 부를 수 없었다. '지켜 주겠다', '살려 주겠다'는 가사에도 입이 열리지 않았다.

우리들의 하나님, 당신들의 하나님

한국교회는 가족들 가슴에 수차례 대못을 박았다. 이른바 '하나님의 뜻'이라는 명제로. 예은 엄마가 말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바치려고 할 때 멈추라고 하셨는데 그게 하나님 뜻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로 우리가 저지른 죄의 원인을 교묘히 하나님께 돌리고,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너희가 얼마나 악한지 봐라. 너희가 뉘우치지 않으면 또 다른 무고한 죽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알려 주신 거라 생각해요. 하나님 뜻을 올바로 깨닫는다면 뉘우쳐야죠. 목회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세상이 이렇게까지 막장으로 치달을 때까지 뭘 했나 하는 뉘우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족들은 최소한 목회자들이 가슴을 치고 옷을 찢으면서 회개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래서 예전에 평양에서 일어났던 회개 운동이 2014년 한국 땅에, 최소한 안산에서라도 일어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더 끔찍한 건, 저희들을 향해 돌을 던지고 가만히 있으라, 그리고 슬픔을 참으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걸 보면서 너무 놀랬어요."

▲ 지성이 엄마와 예은이 엄마는 딸 자랑을 했다. 엄마들은 의젓하고, 싹싹하고, 착했던 딸을 떠올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가족들이 받고 싶었던 위로는 교회가 준 위로와 너무 달랐다

지성 엄마는 "아이들이 뭍으로 나오게 해 달라고 기도해 준다는 소리가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내 뒤에 교회가 있다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하나님 백성이 있다는 생각에 정말 든든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골방에서 기도는 열심히 할지라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못하는구나.' 가족들은 절감했다. 아이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침몰당했는데, 교회도 가만히 앉아서 기도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 생각한 위로는 가족들이 원했던 위로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지성 엄마는 어떤 교회에서 "유가족을 앉혀 놓고 찬양을 들려주겠다"며 초청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즈음이었다. 가족들은 정부와 싸우며 진실 규명을 외치고 있었고, 사방팔방으로 세월호를 알리고 있을 때였다.

"우리 생각하고 우리를 위로한다고 해요. 우리는 우리의 소리를 들어주길 원했는데, 그 사람들이 자기 귀는 막더라고요."

교회는 자신들이 생각한 위로를 가족들에게 들려주기 원했다. 가족들은 불편해했지만, 교회는 '이렇게 유가족을 위로했다'고 떠들고 다녔다. 촛불을 켜 놓는다든지, 보여 주기 위한 퍼포먼스에 열중했다.

예은 엄마 경험도 비슷하다. 큰 교회에서 행사를 한다고 불러서 갔더니 가족들 발언 시간이 없었다. 하다 못해 입구에서 서명받는 것도 막았다. 안산에서 부활절연합예배 같은 행사를 할 때도 '세월호 아픔을 위해 기도한다'는 말을 내걸었지만 가족들을 배려한 순서는 없었다. 가족들은 불참했다.

그래도 신앙, "청문회 기억해 달라"

큰 상처 속에서도 두 사람은 하나님을 놓지 않았다. 지성 엄마는 교회에서 성가대를 하고 있다. 말은 직접적으로 하지 않지만, 가슴에 노란 리본을 붙이고 성가대에 선다. 그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걸 인격적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하나님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행사 말미에는 하늘에 있을 두 딸을 생각하며 엄마들이 영상 편지를 띄웠다. 빨리 만나 보고 싶다며 울먹이는 두 엄마 모습에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엄마들은 한목소리로 3월 28일~29일 열리는 세월호 2차 청문회에 관심을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공중파가 외면하고 주류 언론이 관심 두지 않는 청문회지만, 세월호가 그냥 묻히지 않도록 함께해 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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