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청아는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공개강좌를 3월 24일 성균관대 학생회관에서 열었다. 기독법률가회 박종운 변호사(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최철호 원장이 함께 대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 제공 기독청년아카데미)

"졸업 이후 홀로가 아니라 동지들을 만나 같이 사회에 진출하세요. '공동체 사회 진출' 전략입니다. 직장이나 주거 문제를 함께 풀라는 얘기입니다. 홀로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함께 풀어갈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졸업장·스펙·영어보다 더 중요한 건 서로 신앙을 지키며 살아갈 동지 관계입니다."

기독청년아카데미(기청아·오세택 원장) 공개강좌에서 성균관대 학생의 질문에 최철호 원장(공동체지도력훈련원)이 응답한 말이다. 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나갈 것을 생각하니 '선교단체에서 훈련받은 대로 잘 살 수 있을까', '맘몬의 힘에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같은 걱정이 앞선다. 전공인 사회복지 공부도 성실히 하고, 선교 단체 활동도 열심히 했지만, 졸업 이후는 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 학생은 현장에서 대안을 일구는 이들에게 희망을 찾고 싶었다.
 
기청아는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공개강좌를 3월 24일 성균관대 학생회관에서 열었다. 기독법률가회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소명·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목회멘토링사역원), 최철호 원장이 함께 대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공개강좌는 기청아, 고려대 기독인연합, JOY서울북지부, 서울YMCA, 성서한국, <복음과 상황>, 한국기독학생총연맹(KSCF)이 주최했다.

▲ 최철호 원장(오른쪽)은 서울 인수와 강원 홍천에서 일구는 농도 상생 마을 공동체를 소개하며, 자본의 힘에 불안해하지 않고 살려면 마을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기독청년아카데미)

적게 벌어도 풍성한 마을 공동체 생활

최철호 원장은 신학생 시절 배우고 고백한 대로 일관되게 살려고 공동체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일관된 삶은 옆에서 서로 지켜 주는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현재 최 원장은 서울 인수와 강원 홍천에서 마을 공동체를 함께 일구며 기독 청년들, 신학생·목회자들의 공동체 지도력을 양성하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청년들은 '88만 원 세대'를 구조적으로 양산하는 힘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함께 저항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편 적게 벌어도 부족하지 않게 살아가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저항하다가 지치지 않고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후자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청년들이 결혼·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무기력해지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면하는 자본의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결혼하면서 소위 갖춰야 하는 혼수에 허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에 있는 청년들이 결혼하면서 양문형 냉장고나 김치 냉장고를 마련하지 않습니다. 적은 용량이더라도 일반 냉장고 하나면 충분합니다. 마을 밥상을 이용하다 보니 부엌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듭니다. 책들도 개별 집에 쌓아 두지 않고, 한데 모아 마을 도서관을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책장을 늘릴 필요가 없습니다. 자본의 힘에 불안해하지 않고 살려면 마을을 회복해야 합니다." (최철호 원장)

▲ 박종운 변호사는 기독 법조인 동지들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도우며 그리스도인답게 살고자 분투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 제공 기독청년아카데미)

"강북에 살고, 자녀 사교육 하지 말라"

박종운 변호사는 1990년대 중반 사법 고시생 시절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변호사를 꿈꿨다. 다른 변호사보다 돈은 적게 벌더라도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호사가 되기를 원했다. 법무법인 소명에서 일하면서 기독법률가회 활동가로 뛰어다녔다. '자비량 사회 선교사'로 활발히 활동했다. 박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지금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과 안전 대책을 연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사법연수원을 다닐 때 동역할 동지를 찾아다녔습니다. 기윤실 법률가모임에 함께하게 되었고, 예수사랑변호사모임에 이어 기독법률가회를 꾸리게 됐습니다. 기독 변호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했는데, 동역자들이 있어 그 뜻을 실천해 올 수 있었습니다.
 
법조인 후배들도 세우고 있습니다. 강남 아파트에 살고, 소위 잘 나가는 변호사들을 볼 때면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고, 흔들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두 가지를 강조해서 얘기합니다. '강북에 살고, 자녀 사교육 하지 말아라.' 떳떳하게 뜻한 바대로 활동하려면 새로운 모델로 사는 실천이 중요합니다." (박종운 변호사) 

▲ 김종희 대표(가운데)는 교권이나 금권에 흔들리지 않는 기독 언론 <뉴스앤조이>가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기독청년아카데미)

예언자 정신으로 한국교회 깨운다

김종희 대표는 교권이나 금권에 흔들리지 않는 언론인이 되고자 했다. 교단이나 대형 교회의 큰손에 휘둘리지 말고 정직하게 글을 쓰자는 일념으로 2000년 기독 인터넷 언론 <뉴스앤조이>를 시작했다. 진실을 보도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어느새 교회 개혁의 길로 나아가게 됐다. 목회자 세습과 권력화, 교회의 불투명한 재정 운용 등을 고발하며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렸다. 지금은 목회멘토링사역원 활동을 병행하며 작은 교회 운동을 지원하고 목회자·신학생들을 훈련하는 등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성서에서 예언자 전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교회는 제사장 기능은 강조하지만, 예언자 정신을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기독교 언론이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며 예언자 정신을 회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권과 금권에 눌려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기독 언론들이 많습니다. 교단에 속한 매체들은 교단 총회장이 발행인으로 있어서 총회장이나 교단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기 어렵습니다. 영세한 언론사들은 큰 교회의 금권에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앤조이>가 독립 언론으로 지금까지 걸어왔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김종희 대표)

▲ 수강생들은 '선교단체에서 훈련받은 대로 잘 살 수 있을까', '맘몬의 힘에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나눴다. 이들은 현장에서 희망을 일구는 선배들에게 희망을 찾고자 했다. (사진 제공 기독청년아카데미)

4일간 진행한 공개강좌는 대담으로 마무리 지었다. 역사·경제·과학 주제와, '세월호 참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 '청년 실업 문제' 같은 이슈를 다루며 수강생들과 소통했다.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 희망을 일구는 이들의 증언을 들은 청년들은 이제 자신이 가진 고민을 일상에서 풀어가는 과제가 남았다.

"대담자들이 동지를 찾으며 꿈을 현실로 이뤄 왔듯이, 기독 청년들이 서로 동지가 되어 체념하지 않고 희망을 찾기를 바랍니다."

기청아 정인곤 사무국장이 건넨 말이다.
 
기청아 봄 학기 강좌는 '누가복음을 읽는 네 가지 시선(오세택 두레교회 목사)' 강의를 시작으로 3월 28일 문을 연다. '예수의 비유와 인문학(김성민 도서출판 짓다 대표)', '리부팅 바울: 권리 없는 자들의 신학을 위하여(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하나님나라를 증언하는 마을 공동체 운동', '신구약성서의 맥(최철호 원장)' 등 다양한 강의와 임진각 평화누리 일대를 순례하는 '평화와 화해의 순례'도 진행한다.
 
문의: 02-764-4116, cafe.daum.net/lordyear(기독청년아카데미) 

▲ 기청아 봄 학기 강좌는 '누가복음을 읽는 네 가지 시선(오세택 두레교회 목사)' 강의를 시작으로 3월 28일 문을 연다. '예수의 비유와 인문학(김성민 도서출판 짓다 대표)', '하나님나라를 증언하는 마을 공동체 운동', '신구약 성서의 맥(최철호 원장)' 등 다양한 강의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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