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 1,000여 명과 함께 방문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이영훈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이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다. 보수 교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의 수장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교회 돈 횡령과 배임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조용기 원로목사가 여전히 설교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다. 한기총은 대표회장 금권 선거 논란 이후 한국교회 타락의 대명사로 불린다. 몇 년 전부터는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사람들까지 받아들이면서 더 이상 희망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영훈 목사 개인에게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두 단체와 함께 그도 덩달아 구설에 오른다.

하지만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이영훈 목사의 행보가 다른 목사와 조금 다르다. 참사 이후 몇몇 대형 교회 목사와 한기총 임원이었던 목사는 '막말'을 뱉어 피해자 가족들에게 두 번 세 번 상처를 주었다. 오죽했으면 작년 8월, 3일 동안 열린 안산시기독교연합회 부흥회에 오정현·김삼환 목사가 설교하러 왔을 때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이 피켓을 들었을까.

하지만 마지막 날 설교자였던 이 목사는 두 목사와는 달리 예배 전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도해 주었다. 설교 때도 세월호 얘기를 꺼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정말 억울하고 원통하며, 그들을 만난 것이 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겪던 2014년 9월에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특별법에 유가족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돼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겨냥해 "힘 있는 사람들이 힘없는 사람들을 돕고 의견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정치적인 이슈로 가면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다. (힘 있는 사람이) 양보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했다.

▲ 이영훈 목사는 취재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또 세월호 참사 700일째였던 지난 3월 16일, 이영훈 목사는 미수습자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 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이금희 씨도 예상치 못한 방문이었다. 기자를 대동하기는 했지만, 이금희 씨는 그래도 이 목사가 잊지 않고 찾아와 기도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3월 23일에는 1,000여 명의 교인과 함께 안산 보성재래시장을 방문했다. 안산시 경기 부양 차원에서 이곳에 방문한 게 벌써 8번째다.

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영훈 목사는 취재진과 교인들, 장로들, 부목사들에게 둘러싸여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마치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하는 느낌이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안산의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이 목사를 찾아와 머리를 숙였다. 안산시기독교연합회 임원 목사들도 이 목사를 찾아와 사진을 찍었다.

기자는 이영훈 목사와 함께 시장을 돌며 그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이 목사와의 일문일답.

▲ 시장 입구 곳곳에 여의도순복음교회를 환영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안산 재래시장 방문이 8번째다. 꾸준히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월호 문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말로만 위로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해야 한다고 했고, 그 약속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다.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말로만 사랑한다고 100번 해도 소용없다. 교인들에게 와서 물건 값 깎지 말고 사고 전도도 하지 말고 그냥 덕담만 하고 오라고 한다. 오는 7월, 배가 인양될 때까지는 정기적으로 방문할 계획이다.

- 참사 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경기 부양 차원에서 재래시장 방문 행사를 한다고 했을 때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에 난항을 겪고 있어 교회가 그쪽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는 이유다.

교회가 할 몫이 있고 정부가 할 몫이 있는 거다. 정확히 역할 분담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여기 있는 분(상인)들도 다 세월호 가족들과 연결돼 있는 분들이다. 이분들 도와드리는 게 결국 그분(세월호 가족)들 도와드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안산 경제를 살리는 기회도 된다.

▲ 이영훈 목사의 재래시장 방문은 벌써 8번째다. 이 목사는 7월, 세월호가 인양될 때까지 정기적으로 방문할 예정이라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세월호와 관련해서 보수 교계 목사들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주변에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 많을 텐데 항의를 받은 적은 없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데에는 보수·진보가 있을 수가 없다. 다만, 다 좋은 일을 하려고는 하는데 방법적인 면에서 의견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 얼마 전 입원 중인 미수습자 가족을 찾아가 만났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 중에서도 소외된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아프다. 국민들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정말 무관심한 것 같다. 우리 기독교는 가장 소외된 사람, 아무도 돌보지 않는 사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살펴야 하는 게 원칙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찾아간 것이다.

- 세월호 가족들이 교회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일부 목사들이 섣불리 세월호 참사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거나 교인들이 '이제 그만하라'고 하기 때문이다. 진정 세월호 가족들을 위로하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몇몇 목사나 교인들이 말을 너무 쉽게 한 거다. 나는 그런 사람은 소수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세월호 가족들과 마음을 같이한다.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성경에 우는 자들과 같이 울라고 했으니까, 교회는 그분들 붙잡고 우는 거밖에는 답이 없다. 그분들이 너무 삶이 힘들다고 하니까 그들 곁으로 가서 같이 있어 줘야 한다. 삶이 고달플 때 누가 와서 '얼마나 힘드냐' 한마디 해 주는 것과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것은 차이가 크다.

- 교회에 상처받은 세월호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간이 진실을 말해 줄 것이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너무 과격하게 하지도 말고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좋을 것 같다. 안타깝지만 이미 사건은 일어난 것이고, 이제 진상을 규명하고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게 중요하니까. 조금 기다리면서 상처를 가라앉히고 때를 기다리는 게 어떨까. 그 과정 중에 그리스도인들이 관심을 잃지 않고 계속 기도하고 사랑을 표현할 것이다.

우리가 이로 인해서 나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끼리 다투지 말고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면 좋겠다. 부활절의 메시지가 사랑과 용서, 화해, 일치 아닌가. 그리스도의 정신은 절대 싸움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도 견해 차이일 뿐이지, 서로 대화하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

- 세월호 가족들에게 기다리라는 말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말이다.

무조건 손 놓고 기다리라는 말이 아니다. 빨리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되고 끝나는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라는 거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다가오는 것처럼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좋은 일이 있지 않겠나. 교회도 계속 사랑을 실천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신경 써 주라고 얘기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영훈 목사는 시장을 빠져나온 후 한 카페에서 여야 후보들 및 교회 인사들과 20여 분간 대화했다. 이 목사는 두 총선 후보에게 세월호 미수습자들을 돌봐 달라는 이야기를 길게 했다.

"시신이 나와서 사망이 확정돼야 보상 절차도 진행할 수 있을 텐데 미수습자 9명 가족들은 아직 수습을 못했기 때문에 어떠한 보상도 없다. 이분들은 거의 2년 동안 직장이고 뭐고 다 손 놓고 아이를 찾기 위해서 팽목항에 가 있는데, 이에 대한 어떠한 보상이나 대책이 없다. 앞으로 국가에 재난이 일어났을 때, 재난에 대처하는 시스템은 물론 재난당한 가족을 돌보는 시스템도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시간이 오래 흘렀는데 뭔가 눈에 보이게 나타나는 게 없으니 국민의 마음도 많이 지친 것 같다. 희생자부터 미수습자 여덟 가족도 그렇고, 이럴 때일수록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관심을 조금 더 쏟아야 한다. 교계뿐 아니라 정치계도, 힘이 있는 자가 아니라 힘이 없는 자 쪽에 서 있어야 한다. 힘이 있는 사람은 소수이고 힘이 없는 사람은 다수다. 우리가 소수 때문에 다수를 무시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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