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여자도 목사 안수를 받아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신학자는 총신대학교 강단에 설 수 없는 걸까. 여성 목사의 길이 열리게 해 달라고 기도해 총신대에서 강의가 취소된 사건이 벌어진 후, 당사자인 강호숙 박사와 수강 폐지로 혼선을 겪은 신학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건 당사자 중 한 명인 강호숙 박사는 총신대에서 신학 박사 학위까지 받은 사람이다. 이번 학기에 학부에서 '현대 사회와 여성'을, 평생교육원에서 '한국 사회와 여성 문제'를 강의할 예정이었다. 학교로부터 강의를 요청받아 이미 강사 이력서와 수업 계획서 등을 모두 인터넷에 올린 상태였다. 그러다 갑자기 2월 중순 강의가 폐지되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것이다.

▲ 여성 목사 안수를 기도했다가 강의가 폐지된 사건에, 당사자인 강호숙 박사뿐 아니라 신학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영우 총장, 정말 관여 안 했나

학교 차원에서 시간강사를 줄여 가는 중이고 3년 이상 된 강사들은 교체하기로 했다는 게 학교 측의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이미 강의 계획서까지 올라가고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하는 상황에서 일언반구도 없이 과목을 폐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강호숙 박사는 학교 측에 연락해 자초지종을 물었고, 황당한 말을 듣게 되었다. 학교 관계자들은 김영우 총장의 지시였다고 답했다. 여동문회에서 여성 안수를 언급해 김 총장이 강경하게 강의를 취소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신대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총신대와 총회의 관계가 경색된 상태인데, 교단 결의와 다르게 여성 안수를 찬성하는 사람을 강사로 세운다는 식으로 총회 쪽에서 김영우 총장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김 총장 입장에서는 괜한 트집이 잡히지 않게 여강사들을 처리했다고 했다.

▲ 강호숙 박사는 총신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고 수년간 총신에서 강의해 왔다. 강 박사는 총신 내에 성차별이 만연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강호숙 박사를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김영우 총장의 태도였다. 강 박사는 김 총장과 직접 통화할 수 없었다. 비서실을 통해 "전임 교원 확보 때문이다"는 말을 들은 게 전부다. 게다가 김 총장은 지난 2월 24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총장은 강사 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영우 총장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총신대 정관을 보면, 총장을 제외한 학교의 모든 교원은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총장의 제청으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면한다. 비전임 교원 인사 규정에도 총장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나와 있다. <뉴스앤조이>는 이 부분에 대해 묻기 위해 김 총장에게 수차례 전화했으나 그는 받지 않았다.

강호숙 박사는 2월 26일과 3월 2일 김영우 총장에게 두 차례 내용증명을 보냈다.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강의를 폐지한 갑질 횡포와 강사 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청했다. 또 총신 내에 편만한 성차별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했다.

강 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성으로서 여성 목사 안수를 원하는 게 잘못된 것인가. 남자들과 똑같이 공부하는데 목사는 되지 못한다. 이럴 거면 애초에 여성들을 왜 받는 것인가"라고 분개했다. 그는 "나도 예장합동에서 40여 년 신앙생활했고 총신에서 남성과 동일하게 신학박사 학위 과정을 이수했다. 하지만 여자는 신학 과목을 강의하지 못하는 학교 방침에 따라 교양 과목으로 강의해 왔다"고 했다.

강호숙 박사는 김영우 총장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나는 더 이상 총신에서 강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총신대, 신학대학원, 평생교육원, 산업교육학부 등에서 학사 및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수많은 후배 여학생들의 처우와 정체성, 진로, 리더십과 관련해 학교는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또 "양성평등은 대한민국 헌법과 교육법의 정신이고, 개혁신학은 종교개혁의 모토인 '만인제사장설'과 '오직 성경'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3월 10일까지 답변을 보내 달라고 했지만 김영우 총장은 응답하지 않았다.

▲ 김영우 총장은 강호숙 박사의 내용증명에 답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신학과 학생회, 공개 사과와 해명 요청 결의

학생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총신대 학부 신학과 학생회는 3월 17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학교 측이 강호숙 박사가 보낸 내용증명에 성실하게 답변하고, 갑작스럽게 폐지 통보를 받은 교수들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기타 토의 시간에 나온 이 안건은 찬성 101명, 반대 0명, 기권 12명으로 통과됐다.

총신대에서는 여성 목사 안수를 이유로 강의가 폐지된 두 교수 외에도 총 8번 수강 편람이 바뀌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어떠한 공지나 해명도 없었다. 학생들은 여강사들의 강의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언론 기사를 통해 확인하는 처지였다. 학생회 총회에서는 학생들도 불이익을 당한 것이고, 이에 대한 해명을 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 총신대 신학과 학생회는 학교 측에 공개 사과와 해명을 요청하기로 결의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정기총회에서는 신학과 여학우회가 특별 발언을 하는 시간도 있었다. 여학우회 대표 ㅅ 씨는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발언을 통해, 이번 사건이 무엇이 문제인지 조목조목 짚었다. 강호숙 박사의 생각대로 총신 내 여성들의 성차별은 만연해 있었다. 여학우회 대표는 발언 중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회의장은 숙연해졌고, 발언이 끝나자 많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래 여학우회의 입장을 그대로 싣는다.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불응이나 성차를 이유로 학업 평가, 고용,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
'성차에 기반한 위협적·적대적·공격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상대방의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 

언급한 두 가지의 조항은 총신대학교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 제1장 총칙 제2조 정의 2호와 3호에 명시된 성범죄 행위들입니다.

2016년 금학기가 시작되기 4개월 전인 2015년 12월 14일 있었던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여동문회 송년 예배에서 학부와 신학대학원에서 구약학 관련 강의를 맡고 있던 시간 강사 박OO 강사는 대표 기도 중 "총신에서 여성 안수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는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당일 예배에서 설교를 맡은 김영우 총장은 대표 기도 이후 "방금 전 기도를 듣고 나니, 준비해 온 설교 대신 다른 걸 해야 되겠다"고 말하며 설교 도중 "여자는 잠잠하라", "남자를 가르치거나 다스리지 말라" 등의 발언을 하여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이후 금학기가 시작되기 1개월 전인 2016년 2월, 기도를 한 박OO 박사와 본교에서 7년간 '현대 사회와 여성'을 강의한 바 있는 강호숙 박사는 학교 측으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명령을 전달받아 강사직을 박탈당했습니다. 학부 강의뿐만 아니라 이외의 여성 강사들이 맡기로 예정되어 있던 평생교육원 및 신학대학원의 강의 또한 대부분 강사가 변경된 상태입니다. 현재 총신대학교 신학과 과목과 교양과목 중 신학과 관련이 있는 강의에서 강사를 맡고 있는 여성 강사는 전무합니다. 또한 여성학 관련 강의인 '현대 사회와 여성'은 평생교육원과 신학대학원, 그리고 총신대학교 학부에서 개설 자체가 전면 유보되어 사실상 폐지에 가까워진 상태입니다.

학부의 경우, 강호숙 강사와 박OO 강사는 수강 편람에서 각각 '현대 사회와 여성' 및 '칼빈주의와 신앙'과 '시편' 과목의 강사로 이름이 기입되어 학생들에게 공지되었을뿐더러, 이미 수업 계획서까지 제출하여 강의 개설이 확정된 상태였음에도, 학교 측은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통해 긴급하게 강사를 교체하거나 해당 과목을 폐지하였습니다.

강호숙 박사는 총신대학교 내부 관계자로부터 "총장이 강 박사와 박 교수의 이름을 지명하면서 강의하지 말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확인했고, 이러한 내용은 교계 언론인 <베리타스>, <국민일보> 그리고 일반 언론인 <한국일보>를 통해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인사 교체가 여동문회 송년 예배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과 무관하며, 학내의 사정으로 시간강사를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언론을 통해 거짓 정보를 유포한 바 있습니다. 또한 김영우 총장은 "총장은 강사 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학내 인사 복무 규정 중 비전임 교원 인사 규정을 통해 "비전임 교원의 처우는 총장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강사에 대한 일방적인 해고 명령 및 금학기 수강 신청을 전후로 하여 벌어진 여자 시간강사에 대한 부당 해고는 사학법과 노동법 내 비전임 교원 인사 규정에 관하여 위반하는 사례이니 이에 앞서 학교는 "여성 안수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는 기도에 대한 보복성 해고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강호숙 박사는 3월 3일 총신대학교 총장실을 수신인으로 한 내용증명 답변 요구서를 두 차례에 걸쳐 보낸 바 있으며, 답변 기한을 애당초 7일째 되는 3월 10일로 명시한 바 있으나, 학교 측은 오히려 강호숙 박사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 문제 제기 자체에 대한 회유나 압박을 보낸 바가 있을 뿐 어떠한 답변도 주지 않았습니다. 강호숙 박사는 내용증명의 형식으로 전달된 답변 요구서에서 여자 시간강사에 대한 부당 해고 조치 및 언론을 통해 거짓 보도를 유포한 책임을 문책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였습니다.

총신대학교는 여성 안수를 주지 않는다는 소속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의 특성상 신학과에 진학한 여학우들의 진로가 타 신학교와 비교해 볼 때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총신대학교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여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할지라도 강사직을 찾기는 남성 신학생들과 비교해 볼 때 턱없이 어렵습니다.

총신대학교 신학과 내의 성차별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03년 11월 12일 총신대학교 학부 채플에서,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 총회장이었던 임태득 목사는 "우리 교단에서 여자가 목사 안수를 받는다는 것은 택도 없다", "어디 여자가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와"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으며, 2014년 9월 18일 총회신학원 운영이사회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의 목회학 석사 과정과 총회신학원의 여성 입학을 사실상 차단하는 결정을 내려 파문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학부 내 여성학 강의는 존재 자체로 의미하는 바가 크게 시사되어 왔습니다. 단순한 여성한 관련 교양 강좌가 아니라, 개혁주의 신학에 입각한 성폭력 예방, 교회의 성 윤리, 교회 내 남녀 파트너십, 여성 사역자로 거듭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강좌였습니다. 그러나 여성학 강좌가 학부 교양학과를 포함하여 신학대학원, 평생교육원에서까지 전면 유보되어 사실상 폐지가 가까워진 현 시점에서, 개혁주의 신학에 입각한 성교육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학생들에게 박탈되었습니다. 또한 신학과 학우들은 금학기에 어떠한 형태로든 여성 신학자들의 강의를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학우회는 신학과에 재학 중인 여자 학우들로 구성된 단체입니다. 올해 신학과에는 20명이나 되는 여학우들이 하나님의 사명을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지성인이 되기 위하여 입학했습니다. 여학우들은 남학우들과 같은 마음으로 하나님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르며, 예배를 드립니다. 오늘은 그런 마음으로 부푼 기대와 설렘을 안고 20명의 16학번 여자 신학생들이 입학한 지 15일째 되는 날입니다. 계속해서 같은 마음으로 하나님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공부하고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기를 고개 숙여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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