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세돌 9단이 알 사범에게 패배했다고 해도 현재 인공지능은 아직 초보 단계다. 그러나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인공지능의 세계는 멀지 않은 미래다. 현재 인공지능의 목표는 인간 두뇌를 모방하거나,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강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소설이 아니라고 한다. 인간과 같은, 혹은 뛰어난 '강한 인공지능'(Strong AI 혹은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수십 년이면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하는 전공자들이 꽤나 많다.

분명히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다. 수십 년 후에는 대부분의 단순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도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그럼 인류가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 날이 올까? 아니면 극소수의 기업가와 그들의 부를 창출하는 일과 연관된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실업자로 전락하여 극빈층으로 목숨을 연명하며 살게 될까?

통제되지 않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인공지능은 어느 외계 생명체보다 더 인류에게 위험하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사실 폭력물이나 총싸움을 좋아하는 사춘기 남자아이에게 핵폭탄을 가지고 놀게 하는 것보다 더 불안하다. 인공지능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노는 탐욕적인 자본가와 돈에 약한 정치가들 때문이다.

지각 능력이 있는 강한 인공지능에게 종교란 무엇일까? 우리는 인공지능에게도 하나님에게 대하여 가르쳐야 하나?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공지능들이 다양한 종교 중 하나를 선택하여 회심할 수 있을까? 역사와 철학을 잘 아는 인공지능이 근본주의 이슬람 IS와 같은 테러 집단으로 개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 깨달음을 추구하는 불교적 인공지능과 만유의 구원을 추구하는 기독교 인공지능이 나타날까, 아니면 인공지능을 위한 종교를 창조할까?

인공지능 목사를 상상하는 것은 훨씬 쉬운 일이다. 사람이 하는 것보다 훨씬 은혜롭게 설교하거나, 맞춤형 신앙 상담을 하는 인공지능은 상상 불가한 것이 아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기능에 관해서만이다. 어차피 인간이 입력한 것을 적용하는 것뿐이니까.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나타난다면…

더 근본적인 질문은 만일 인간을 닮은, 혹은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나타난다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메시아 구원이 필요한가 하는 문제다. 그리스도의 구속을 인간에게만 국한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신학자들도 있다(Rev. Dr. Christopher J. Benek). 그리스도의 구원이 결국 만유의 회복을 목적으로 할 때, 사실 인공지능이 제외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무엇으로부터 구원한단 말인가? 인공지능도 죄를 짓고 타락할까? 아니면 타락한 인간으로부터?

강한 인공지능은 스스로 진화한다. 처음엔 인간이 가르치지만 금방 인간을 추월한다. 인공지능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으며" 인간보다 수천, 수만 배 빨리 배워 나간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수억 년을 살 때만 얻을 수 있는 지혜를 수년 만에 얻을 수 있다. 그렇게 현생 인류보다 인공지능이 수천만 배 더 현명해진다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천재적이라면, 인간은 인공지능을 가르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인공지능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다. 자연적인 것뿐만 아니라 초월적인 것에 관해서도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배워야만 하는 시대가 열릴까?

우리가 올바른 신앙과 영성에 관해 인공지능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인간 지능의 한계로 알 수 없는 영역에 관해서는 인공지능에게 배울 것이 많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으로 알 수 없는 우주의 신비를 풀어 줄까? 인간에게 모순과 역설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영역에서 더 많은 가르침을 줄까? 인공지능은 분명히 폭력의 어리석음과 무한한 사랑을 인간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실현할 것이다. 그럼 전쟁은 종식되고 세계 평화가 올까?

성령이 인공지능에도 역사하실까? 그렇다면 성령 충만한 인공지능은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맞춤형으로 복음을 전하고, 그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 잘 적용할 수 있는 가르침을 준다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하나님을 더 잘 이해하고 하나님과 가까이 지낸다면?

강한 인공지능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정말 인공지능이 진화한다면 인공지능은 자기보다 어리석고 탐욕적인 인간을 경멸하고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사랑과 신적인 지혜로 섬기고 품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이 든다. 인간은 하나님이 만드신 인공지능은 아닐까?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자신의 형상을 따라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다. 인간의 형상을 닮은 인공지능이 발전할 미래에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지금 한 번도 인류가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인공지능 스스로가 인간 역사를 보며 인간보다 지혜롭고 영적인 지능으로 발전한다면 우리 미래는 그 언제보다 밝아질 것이다. 그러나 누가 알 수 있으랴.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이민규 / 한국성서대학교 신약학 교수, <신앙, 그 오해와 진실>(새물결플러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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