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인천에 있는 한 교회가 다음 주 주일 교회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1,000여 명의 교인들은 3월 13일 이 교회에서 예배를 할 수 없다. 대신 인근의 작은 교회들로 가야 한다. 인천광역시 동구에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 ㅂ교회 얘기다. '2016 동행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10주마다 한 번씩, 1년에 다섯 번 교회 문을 닫기로 했다. 돌아오는 13일은 교회가 문을 닫는 첫 번째 주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회에 교인이 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교회 박 아무개 담임목사는 교단 내에서 설교를 잘한다고 알려져 있다. 박 목사 설교를 들으러 교회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교회는 계속 커져서 출석 교인 2,000명을 넘기기도 했다.

박 목사는 인위적으로 교회 규모 줄이기에 나섰다. 주변의 작은 교회, 형편이 어려운 교회로 교인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매주 출석 인원 중 600명은 다른 교회에 보내려고 해 왔다. 지금도 주일 아침이면 교회에 '다른 교회를 가려는 ㅂ교회 교인들'이 줄을 서 있다. 교인 수는 1,000명대로 줄었고, 지금은 매주 300여 명이 다른 교회를 출석한다. 하지만 그래도 교인 수는 줄지 않았다. 결국 박 목사는 아예 교회 문을 닫는 초강수를 뒀다.

<뉴스앤조이>는 ㅂ교회 교역자들에게 자세한 이유를 물어봤다. 이 교회 부교역자로 있다가 최근 개척한 김 아무개 목사는 "주위에 어렵게 사시는 목회자들이 많다. 세탁소를 하시는 목사님도 있고, 택시를 운전하는 분도 있다. 이들이 활력 있게 목회할 수 있도록 교인들을 계속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자립 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주변 지역 10여 개 교회로 교인들을 보내고 있다. 십일조 등 헌금 생활도 아예 그 교회에서 하라고 말한다. 그렇게 작은 교회들에 정착한 이들이 적지 않다. 교단도 가리지 않는다. 감리회뿐 아니라 장로교 소속 교회들로도 교인을 보내고 있다. 김 목사는 "기복주의, 번영신학을 내거는 교회만 아니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교회대로 박 목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박 목사 설교 시간을 줄였다. 1부와 2부 예배 설교만 하고, 3·4부는 부목사가 맡는다. 1년 전 설교들은 모두 볼 수 없도록 홈페이지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아직 나이도 많이 남았지만 내후년 정년 은퇴할 계획까지 모두 세웠다.

박 아무개 담임목사는 "개척교회로 내보내려고 하는데 교인들이 안 가려고 한다. 그래서 교회 문을 닫아 버렸다. 남들은 자꾸 교회 크게 하자거나 건축하자고 하는데, 큰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교회는 가난해야 한다. 다 주고, 사역자들은 월급 제일 적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한 달 사례비로 1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보내긴 하는데, 정착할 수 있을까

ㅂ교회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교회로서는 감당해야 할 부담이 늘어난다. 1년에 5주 헌금이 줄면 단순 계산만으로 예산 10%가 빠지는 셈이다. 교회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것을 걱정하고 있다.

박 목사의 설교 스타일을 놓고 교단 내에서 '신사도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박 목사 스타일에 익숙해진 ㅂ교회 교인들이 다른 교회에 잘 정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생긴다. 실제로 김 아무개 목사는 "ㅂ교회 교인들은 선의로 인근 작은 교회를 위해 전도에 나섰다가 '왜 이런 식으로 하냐'면서 되레 욕을 먹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회에 선뜻 마음을 두지 못하고 정착에 실패하고 되돌아온 사람들도 있다.

김 아무개 목사는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인근 교회 목사님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교인들이 새로운 교회에서 갈등 없이 정착하고, 교회 간 신학적 차이에서 나오는 문제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 문을 닫는 13일에는 부교역자들도 일단 인근 교회에 출석한다. 박 목사도 돌아오는 주에 한 장애인 선교 단체에서 예배할 예정이다. 이날 교인들의 참여도를 보고 앞으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계획이다. 그는 교회가 잘한 것 하나 없고 칭찬받을 일을 한 것도 아니라며 "교회 이름을 내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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