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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때리면 치유되나요?

성 소수자 이해 없는 목사의 치유 상담…귀신 내쫓는다며 황당 강의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아버지가 목사인 연희(가명)는 지난해 가을, 지옥을 경험했다. 아버지는 다짜고짜 그가 귀신이 들렸다고 했다. 성인이었지만 목사 아버지가 가하는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아버지 옆에는 그를 돕는 또 다른 목사가 있었다. 각목과 맨주먹으로 맞았다. 정신없이 맞다 거울을 보니, 핏줄이 전부 터져 눈은 핏빛으로 물들었고 눈과 코 주위는 검은색으로 멍들어 있었다.

트랜스젠더, 기도로 치유?

연희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본인을 여성이라고 여기는 트랜스젠더(성전환자)다. 남자로 살아오며 괴로운 날이 더 많았던 그는 성인이 되면서 성전환 수술을 결심했다. 그리고 집에 이 사실을 알렸다. 목사인 아버지는 여성이 되고 싶은 아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들에게 귀신이 들렸다고 생각했다.

귀신을 쫓아내면 아들이 바뀔 거라 생각한 아버지는 그를 데리고 대구로 갔다. 치유 사역을 하는 김기환 목사에게 아들을 맡겼다. 수차례 치유에도 아들이 변하지 않자 진주에 있는 또 다른 영성 치유 센터로 향했다. 이곳은 김기환 목사가 치유 사역을 배운 신학원이 있는 곳으로 신학원장 정호석 목사에게 아들의 치유를 부탁했다. 연희는 그곳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다.

김 목사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연희에게 "성서에 너 같은 것들을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적혀 있으니 네가 맞는 것에 불합리함이 없다"고 하는가 하면, 가위를 들고 와 "고추, 그거 어차피 필요 없으니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언어폭력에만 그치지 않았다. 사역자들은 귀신을 쫓아낸다며 연희의 단전·관자놀이·눈 등 신체 급소를 눌렀다. 그곳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연희를 붙잡아 바닥에 눕혔다. 악한 영이 나가야 한다며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머리를 찍었다. 무릎으로 얼굴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주먹으로 뺨과 얼굴을 때렸다. 연희는 더 있다가는 죽을 것 같아 귀신 흉내를 내며 몸속에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치유 사역'의 일환이었다.

집과 치유 센터를 오가기를 3개월. 연희는 결국 집을 탈출했다. 아버지와 목사의 계속되는 폭력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이 새끼는 말이 안 통하니 다리를 줄로 묶어 놓고 축사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후 맨발로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연희의 경험담은 충격적이다. 트랜스젠더를 '정상'이라는 범주로 돌려놓는다는 전환 치료의 일환으로 가해진 '치유 사역'은 한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교계에서 이런 종류의 사역이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었다.

   
▲ 연희가 치유 사역을 경험한 경상남도 진주 사랑의교회. 이곳에는 경남치유신학연구원 미션코람데오전인치유센터가 함께 있다. <뉴스앤조이> 기자는 지난 2월 26일 이곳을 찾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동성애도 트랜스젠더도 다 고칠 수 있다는 치유 사역자

<뉴스앤조이>는 연희가 겪은 치유 사역을 더 자세히 취재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가감 없이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탈동성애를 원하는 동성애자로 신분을 위장하고 정호석 목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분이 들통날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정 목사는 기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경험담을 늘어놨다.

동성애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에 그는 대뜸 여러 동성애자를 치유해 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연희로 추정되는 사람의 이야기도 꺼냈다.

"23살 먹은 형제인가. 가계력이 성적으로 엉망이었다. 아빠가 놀래서 우리를 찾아왔더라. 우리가 일망타진했다. 남성 동성애가 위험한 것은 나중에 사창가로 팔려 가기 때문이다. 이성 간에 아름다운 사랑이 싹터야 하는데 남성들이 감정 표현을 잘 못한다. 악한 영이 덮쳐 버리면 다중 인격이 되는데 그 사람도 결국 치료가 됐다."

연희는 "공포 그 자체"라고 증언했는데 정 목사는 자신이 '치료'했다고 주장했다. 어떤 방법으로 치료가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물었지만 와서 상담 받으면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처방대로 하면 치유가 가능하다고 했다. 1회 30만 원 상담료가 만만치 않았지만 실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어떤 방법으로 '치유'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주에 직접 내려가기로 했다.

1회 30만 원으로 치유 상담 시작

연희가 갔다는 영성 치유 센터의 정확한 이름은 경남치유신학연구원 미션코람데오영성치유센터다. 경상남도 진주시에 있는 진주사랑의교회 부설 기관이다. 진주사랑의교회를 담임하는 정호석 목사가 원장으로 있으면서 치유 상담 학교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정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고 백석대학교 상담대학원을 졸업했다고 주장했다.

상담은 정호석 목사와 일대일로 진행됐다. 그는 상담하면서 자기가 처방을 내릴 건데, 그 처방을 잘 지켜야 동성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상담보다는 강의에 가까웠다. 기자가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더 많았다.

상담이 진행될수록 정 목사가 동성애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 동성애자 여러 명을 치유했다는 말도 믿기 힘들었다. 그는 게이와 트랜스젠더의 차이도 이해하지 못 하는 듯했다.

"남자 동성애자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다 음란물 중독에서 시작된다. 자위행위를 하다가 과감해지면 성적인 것들을 발산하고 싶은데 할 수 없으니까 성폭행이라도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위험이 따르니까 비슷한 사람끼리 모인다. 동성이라도 괜찮다고 항문 성교까지 하는 거다. 게이들은 약자를 성폭행하거나 합법적으로 성관계를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성 파는 여성한테 가지도 못 한다.

근데 항문 성교를 계속하다 보면 남성이냐 여성이냐 하는 상호 역할이 있잖아. 이게 지속되면 커밍아웃하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거지. 그 다음 과정은 성전환 수술을 하게 되는 거다. 게이들은 거의 그렇게 이어진다. 성전환 수술을 하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한데 어떤 부모가 그걸 동의하겠나. 그러면 부모가 자식 포기 각서를 써야 한다.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것이지.

게이들이 성전환하면 성매매 조직이 기다리고 있다. 작년 말에 우리가 그런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성전환 수술한 애들은 이미 성에 중독된 상태이기 때문에 잡아채서 술집이나 게이바에 팔아 버린다."

"동성애는 보이지 않는 귀신이 조종한 결과"

상담은 오후에도 계속 진행됐다. 동성애 치유를 의심하는 기자에게 정호석 목사는 다양한 치유 기술을 갖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말씀으로도 치유하고 악한 영은 축사로도 내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의 눈을 응시하며 이야기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 깊숙이 들여다보면 더러운 귀신이 몸을 장악하고 있다. 동성과 접촉이 많았던 부분일수록 악한 영에게 지배당할 확률이 높다. 내가 자매 보니까 눈·입술·가슴·배·성기 부분이 다 악한 영한테 지배받고 있다. 이런 거는 나중에 우리 사역자들이 축사해서 내쫓으면 된다. 별로 어려운 거 아니다."

사역자들과 함께 축사해서 내쫓는다는 말에 연희가 떠올랐다. 연희는 기자가 상담을 받던 그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붙들려 귀신을 내쫓는다는 명목으로 무차별한 폭력을 당했다. 기자처럼 의자에 앉아 일대일 상담을 받은 것도 아니고 자신의 가족과 사역자들에게 둘러싸여 몸을 눌리고 급소를 찔렸다.

   
▲ 정호석 목사는 기자와 상담 중에 방언하기도 했다. 그는 동성애에서 치유되려면 자신이 내리는 처방을 잘 따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동영상)

결혼 적령기에 애완동물 키우면 안 되는 이유

이야기하는 중간 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바이싸트바. 나이카슈다스타디다이스캔스포. 하나님이 지금 내게 처방전을 알려 주시는 거다. 바로바로 말씀을 주시거든. 사람마다 주시는 처방전이 다 달라. 자매는 손을 딱 몸에 대고 '나는 아름다운 여성이야' 이 말을 계속 반복해야 해. 그러면 뇌가 인식이 바뀌어. 이걸 계속 반복하면 자매는 여성이 되는 거다."

동성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처방은 오직 결혼만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결혼 적령기인 여성이 다른 것에 정신 팔리면 안 된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하며 '동성'과 '짐승'을 동일한 선상에 올려놓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여성들은 외로우면 짐승을 많이 키우게 돼 있다. 혹시 짐승 키우고 있으면 그 짐승 처분해라. 다다이파스터 싸인 디디앤캔트포. 하나님이 처방전을 내리시는 거야. 자매 마음이 허하니까 자꾸 짐승한테 애정이 가지. 계속 그러다 보면 키우는 짐승이랑 수간하는 게 발생하게 되는 거다. 짐승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런 걸 더 잘 알아. 그래서 레즈비언들은 짐승을 많이 키워. 공통적으로 숫놈을 키우는 거지. 이것도 다 음란의 영이야 음란의 영."

결혼 적령기에 있는 여성이라면 몸을 깨끗하게 해야한다는 말도 들었다. 자신 아들이 29세로 결혼 적령기에 있는데 그 아들에게 시집오려면 자궁 세척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목회자로서 아들을 통해 손자에게 믿음을 전수해 명문 가문으로 만들고 싶은데 이 역할을 며느리가 해 줘야 한다고 전제했다.

"몸을 만들어서 시집와야 한다. 지금은 의료 체계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자궁 세척한다. 부족한 영양소를 공급해 주고 튼튼한 자궁을 만들어야 한다. 어머니 세포의 중독성을 다 제거해 버려야 해. 그렇게 깨끗하게 만들어진 밭에 씨를 심어야 해. 이게 성경에 보면 씨 뿌리는 비유야. 길가·가시밭·돌밭·옥토가 있었는데 옥토만 결실을 맺는 거야. 아가씨라도 이 교육을 결혼하기 전에 받아야 해."

마지막 처방: 예수 피를 마셔라

동성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처방해 주던 정 목사는 마지막 처방전을 내렸다. 모태 신앙으로 교회 문화에 익숙한 기자였지만 처음 들어 보는 것이었다.

정 목사가 직접 시범에 나섰다. 그는 안쪽에 있는 방에 들어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이 담긴 성화를 들고 왔다. 그리고 손을 모아 예수님이 흘리는 피를 상상하며 그 피를 손에 가득 받으라고 했다.

"손에 피가 가득 받아지면 그 피를 '꿀꺽' 소리 내서 마시는 거다. 마신 피를 아랫배에 가득 채운다고 상상해라. 그러고 나서 온몸에 힘을 10초 동안 주고 나면 더러운 영이 장악한 곳이 아프기 시작하는 거다. 어떤 여자 집사님은 이혼하고 이 남자 저 남자랑 잤는데 이거 하고 나니까 갑자기 하혈하고,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다가 다 없어졌어. 그게 다 자궁 안에 있는 안 좋은 영이 나가느라 그런 거야."

그는 기자에게 직접 따라해 보라고 했다. 할 수 없이 여러 차례 따라했다. 온몸에 힘을 줬더니 잠깐 어지러웠다. 두 번째부터는 몸에 별다른 반응이 오지 않았다.

피를 마신 후에는 안수기도를 받아야 한다며 기자를 상담실 한쪽에 있는 소파에 눕혔다. 더러운 영에 지배당하고 있는 눈과 가슴, 배를 깨끗하게 치유해야 한다며 기도를 시작했다. 눈 위에 휴지를 접어 올린 후 눈을 세 차례 찌르고 명치 부위를 눌렀다. 정 목사는 전혀 힘을 주지 않았다고 했지만 다음 날 보니 멍이 살짝 들 정도로 눌렀다.

   
▲ 진주 사랑의교회 본당으로 올라가는 길에 붙어 있던 현수막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연희 때린 목사 편든 가족들

목사 아버지의 폭언과 폭행, 치유 사역자라고 불리는 목사에 의한 또 다른 언어·물리적 폭력을 당한 연희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으로 도망쳤다. 맨발로 뛰어나가 찾아간 곳은 경찰서였다. 연희는 경찰에서 아버지와 김기환 목사에게 맞았다고 증언했다.

경찰 조사에서 가족들은 대구에서 연희를 치유한 김기환 목사 편을 들었다. 아버지가 연희를 때린 것은 인정했지만 김 목사는 아버지를 말리려 했다고 증언했다. 덕분에 김 목사는 참고인 조사만 받았다. 경찰 조사가 끝난 후 아버지는 가정 보호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올해 1월 12일, 대전가정법원 재판부는 '치료를 포기하고 군대를 다시 가라며 발로 피해자의 안면부를 1회 걷어차고 넘어진 피해자의 온몸을 주먹과 발로 수십 회 때렸으며, 방안에 있던 목검과 죽도로 다리 정강이 부위를 수회 때렸다'며 아버지를 가정 지원 센터에 상담 위탁했다.

연희는 지금 혼자 생활하고 있다. 성 소수자 자립을 돕는 단체의 도움으로 정신과 상담도 받고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 연희는 트랜스젠더의 삶을 선택했다기보다 이렇게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호석 목사, 김기환 목사, 연희의 가족은 그를 '귀신 들린 사람' 취급하며 폭력적인 방법으로 치유를 시도했다.

최근 동성애치유상담학교를 개소한 이요나 목사(홀리라이프 대표)도 이런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앤조이> 기자와 대화에서 "게이나 트랜스젠더 문제는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동성애자를 이해하고 성경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곳에서 치유 사역을 해야 한다. (진주사랑의교회처럼) 치유 사역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들은 무당만도 못한 사람들이다. 동성애가 귀신인 것처럼 말하는 한국교회가 문제"라고 했다.

상담비를 지급한 후 다시 정호석 목사와 통화했다. 탈동성애 상담이 아닌 취재가 목적이었다고 밝히고 연희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정 목사는 연희의 본명을 말하며 작년에 한 번 치유를 도와준 적이 있다고 했다. 

연희가 대구와 진주에서 치유 사역 중 맞았다고 하자 정 목사는 "우리 쪽에 담당하는 친구(김기환 목사)가 있다. 사람마다 사역 방법이 있고 다 같지 않다. 제가 하는 방법이 다르고 다른 사람이 다르다"고 했다. 정 목사는 기자와 상담할 때 연희를 치유했고 그를 성매매로 유인하려는 조직도 일망타진했다고 했다. 이 부분은 사실과 다르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직답을 피했다. 

   
▲ 지난해 가을 경험한 치유 사역은 연희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사진 제공 플리커)

지워지지 않는 상처 남긴 치유 사역

성 소수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공포와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연희는 대전가정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그저 지나가면서 '저런 일이 있었구나' 들었던 일들이 저에게 실제로 닥쳤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삶에는 언제나 시련이 있고 그러한 시련이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저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입힌 것 같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그런 상처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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