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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교회를 떠난 이유
뇌병변 장애인 김호영 씨…"누구도 옆에 앉지 않았다"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6.02.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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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기는 뇌병변 장애인 김호영 씨의 일기 원문을 옮겨 온 것입니다. 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원문을 최대한 수정하지 않고, 띄어쓰기와 오탈자 일부만 고쳤습니다. -편집자 주

2006년 9월 24일.

(교회) 사람들은 (나를) 같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그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뿐인 것 같았다. 그러나 내 옆에는 항상 아무도 오지 않아서 대화를 잘 하려고 하지도 않고 내 옆자리에도 잘 앉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여기까지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내가 사람들한테 왜 내 옆엔 아무도 안 앉고 대화를 하지 않느냐고 말을 할 수도 없고 말이다. 물론 그것 때문에도 목사님과 많은 얘기를 했지만 목사님은 하나님을 믿으면서 기다려 보자는 말씀만 하셨다. 그렇게 2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중략) 내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교회에 있는 교인들인데 과연 내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아무쪼록 내가 교회에 없어도 소망부는 늘 하나님의 축복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

2007년 8월 26일.

내가 교회를 가지 않은 지도 오늘로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원래 생각은 1년만 쉬고 다시 교회를 나가려고 했는데, 그것도 교회 사람들 하기 나름인데, 내가 한두 주 교회를 나가지 않을 때는 나에게 연락이 오더니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만큼 교회 사람들은 나한테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왜 교회를 그만뒀는가? 다 그 사람들이 잘못해서 내가 그만둔 것 아닌가. 그러나 그 사람들은 자기들 잘못은 생각하지도 않고 모두가 내 믿음이 약해서 그럴 것이다. 아무리 믿음이 강하더라도 어느 한 단체에서 차별을 당하면 그 단체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교회에선 믿음으로 극복하면 된다고, 하나님만 바라보고 교회를 다니라고 하지만, 하나님만 보고 다니지는 않는다. 거기 사람들을 보고 다니지 그러니까 교회 사람들이 이 교회 저 교회 옮기는 것 아닌가.

   
▲ 김호영 씨는 마침 일기를 쓰고 있었다. 몸이 불편하지만 18년 동안 한 손만으로 꿋꿋하게 일기를 써 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부산 영도에 사는 김호영(40) 씨는 10년 전 교회를 떠났다. 교회에서 외로웠고, 함께하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다.

김 씨는 뇌병변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중증 장애인이다. 흔히 말하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어머니 조수선 씨는 아들이 태어난 지 100일 정도 되던 때, 병원에서 주사를 잘못 맞아 장애가 생겼을 거라고 추측한다. 그렇게 40년을 살아왔다.

혼자서 움직이기 어렵고, 의사소통도 어렵다.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에서 충분한 도움과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한두 해 다니다 적응 못 해서 나온 게 아니다. 10년 넘게 교회에 다녔고, 교회 행사도 곧잘 따라다녔다. 교회 문화에는 익숙해졌지만, 교인들 무관심에는 적응하지 못했다. 어머니 조수선 씨는 이렇게 말했다.

"교회 가면 아침에 가서 저녁에 올 때까지 혼자 앉아 있는 거예요. 청년부들이 같이 얘기도 하고 점심 때 되면 밥도 챙겨 먹여 줘야 하는데, 밥만 갖다 주고 마니까 결국 혼자서 밥 먹어야 되고요. 그렇게 혼자서, 말 건네 주는 사람 하나 없이 한 교회를 8년 동안 다녔어요. 결국 스스로 교회에 안 나가려 하더라고요. 8년 다녔으면 정이 들 만도 한데…."

외삼촌이 선교사고, 어머니도 교회를 다니는 기독교 집안이다. 외삼촌마저 "교회에서 그런 대접 받으려면 차라리 나가지 말라"고 말했다. 그렇게 교회를 떠난 지 10년이 흘렀다.

   
▲ 김호영 씨의 어머니 조수선 씨. 조 씨는 오랜만에 온 손님이 자기 얘기를 들어줘 호영 씨의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호영 씨의 얼굴은 시종일관 밝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세상과 소통하고 싶던 김 씨의 바람, '날개 잃은 천사의 꿈'

김호영 씨를 만나러 2월 27일 부산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니 마침 김 씨가 일기를 쓰고 있었다. 1998년부터 김호영 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써 왔다. 초면임에도 김 씨는 기자를 매우 반가워했다. 조수선 씨는 낯선 이의 방문이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몸은 불편하지만 정신은 불편하지 않다. 옆에서 말을 옮겨 주는 어머니가 없으면 대화하기도 힘들고, 스스로는 걷지도 못한다. 몸이 불편한 와중에도 한 손가락으로 열심히 타자를 쳤다. 책장 한쪽은 그가 18년 동안 쓴 일기로 가득차 있었다. 일기장 제목은 '날개 잃은 천사의 꿈.'

"부정적인 내용들이 많아요."

조수선 씨가 일기장을 보고 있는 기자에게 말했다. 조 씨의 말대로 김호영 씨가 18년간 써 온 일기에는 외롭고, 힘들고, 답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감정 표현이 많았다. 대화를 나눌 사람을 찾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외면한다고 말했다. 몇몇 이들과 인터넷 채팅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만나고 나면 끝이었다.

"한 번 왔다 가면 끝이에요. 만나 보고 나면 자기들도 실망한 모양이더라고요."

김호영 씨에게 필요한 건 '사람'이다. 김 씨와 10대를 함께 보낸 친구들은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사회생활을 하고 싶지만, 장애라는 장벽은 높고 단단했다. 대학은 입학을 거부했고, 관공서는 김 씨가 갈 만한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고 했다.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지역 복지관 사람들, 물리치료사, 장애인 스포츠인 '보치아' 팀원 정도가 전부였다.

   
▲ 김 씨 일기장의 제목은 '날개 잃은 천사의 꿈'. 누군가 만나 이야기하고 싶고, 놀고 싶은데 주위에 사람이 없다. 일기장에 답답하고 힘든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교회 사람들이 김호영 씨를 떠난 이야기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정용균 목사(부산장애인전도협회)가 김 씨를 만나는 자리에 합석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교회에 가면 큰 바다 속 외딴 섬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한 곳에 몰아 놓고 뭔가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교회에 나가는 건 대부분 관계 맺기 위해서다. 정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 목사는 지역 중증 장애인 100여 명을 복지관으로 '집합'시키지 않고, 가가호호 돌아가며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김호영 씨 사연도 정용균 목사가 김 씨 집을 자주 드나들며 세상에 알려졌다. 정 목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 필요한 장애인들과의 인간 관계라고 말했다.

최근 기록을 찾다가 2010년 일기가 눈에 들어왔다. 교회를 떠난 지 4년째 되던 해다. 김호영 씨는 한쪽 벽을 빼곡히 채운 건담 프라 모델과 피규어를 가리키며 '교회 가는 것보다 건담 만드는 게 더 재밌다'고 말했다. 다시 교회에 나갈 생각은 없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2010년 9월 24일.

교회를 안 나가고 있는 지 몇 년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내가 나가지 않아도 다시 오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다른 교회에서는 안 나오면 집에 찾아와서 얘기를 하면서 교회로 다시 인도하려고 할 것인데 우리 교회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지금도 없고 말이다. (중략) 난 사람들이 좋아서 교회를 다녔던 것이지 사람들이 나를 외면하라고 다닌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자신만을 위한 믿음이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겠지만 장애인을 데려왔으면 최소한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으면 장애인들을 왜 교회로 오라고 초청을 하는가. 그냥 편하게 집에 있게 놔두지 말이다. 교회를 가도 옆에 앉는 사람은 없고 점심시간에 같이 밥을 먹는 사람도 없다. 이건 무슨 왕따도 아니고 뭐 하는 짓인가. 옆에서 해 줘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옆에 앉으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 김호영 씨 방 한편에는 건담 프라 모델와 원피스 피규어가 빼곡했다. 교회 대신 새로 찾은 취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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