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신대 여성 시간강사가 2016년 1학기 강의에서 배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사자들은 지난해 12월 여성동문회 예배 때 드렸던 기도 내용이 문제가 된 것으로 봤다. 한 참석자가 '여성 안수'를 위해 기도한 것과 관련해 총신대 김영우 총장은 "여성 안수는 성경적 신앙의 보루"라며 반대 설교를 했다. (마르투스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은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몇 안 되는 교단 중 하나다. 여성 안수를 허용해 달라는 요청이 있지만, 총회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는 서울 사당동에 있는 세미나실에서 송년회를 열었다. 예배 시간에 대표 기도를 한 A 씨는 여성 안수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어려운 시대에 드보라를 일으킨 것처럼 총신에도 여성 안수의 길을 열어 주시옵소서." 

50여 명의 동문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달콤했던 송년회 분위기는 설교 시작과 함께 가라앉았다. 설교자는 총신대 김영우 총장이었다. 김 총장은 설교에 앞서 "방금 전 기도를 듣고 나니, 준비해 온 설교 대신 다른 걸 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원래 하려던 설교 제목은 '예수님을 도운 여인들'(눅 8:1-3)이었다.

"여성 안수하면, 성경적 신앙 보루 무너져"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김 총장은 "개혁주의 신학에서 여성 안수는 안 된다", "여성 안수라는 보루가 무너지면 성경적 신앙의 보루가 무너진다", "성경에 '여자는 잠잠하라', '남자를 가르치거나 다스리지 말라'고 나와 있다"고 발언했다. 또, "보수 정통 개혁파는 여성 안수를 반대한다. 자유주의 진영에서나 여성 안수를 허용한다"고 말했다.

설교를 들은 한 참석자는 "전형적인 여성 차별 발언이었다. 들을수록 화가 나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기도한 A 씨는 송년회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오늘부로 총장님 눈에 확실히 찍혀 다음 학기부터 총신에서 강의하기 힘들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말이 씨가 된 것일까. A 씨가 맡고 있던 수업은 폐강되거나 다른 강사로 교체됐다. '구약 원문 강독'은 폐강됐고, '시편' 강의는 다른 강사로 바뀌었다.

여성을 주제로 한 과목도 영향을 받았다. 총신대 교양 수업 '현대 사회와 여성'은 개설이 유보됐다. 평생교육원 수업 '한국 사회와 여성 문제'는 폐강됐다. 두 수업을 맡고 있는 B 씨는 "수업 계획서까지 제출했는데 2월 19일 폐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수 기도 불똥이 여성 관련 수업까지 튀었다. 사실상 이번 학기에는 '여성'과 관련된 수업은 없다"고 말했다. B 씨가 맡고 있는 또 다른 수업 '칼빈주의와 신앙'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교무지원팀장 "여성 안수 문제와 무관, 시간강사 15~20명 교체"

총신대 교무지원팀 박만규 팀장은 A, B 씨의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2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 사정상 시간강사를 계속 줄여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A, B 씨만 아니라 15~20명 정도 줄였다. (여성 안수 기도)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우 총장은 신대원 여동문회에서 한 설교 내용을 인정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성 안수는) 신학적인 문제다. 전화로 통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성 안수 기도 때문에 강의를 폐쇄한 것이냐는 질문에 "총장은 강사 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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