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방인성·박득훈·백종국·윤경아)가 사랑의교회 교인 제명·출교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2월 23일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동서울노회는 2월 초, 갱신위 장로·집사 13명을 면직 및 제명하고, 수찬 정지에 처했다. 3월 5일까지 교회를 떠나지 않으면 강제 출교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그뿐 아니라 오정현 목사에게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총회 결의 위반이라며, 이를 처벌할 또 다른 재판을 열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재판 과정의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왜 갱신위 교인들이 제명과 출교 조치를 당해야만 했는지 분석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기독교회관 조에홀은 시작 전부터 100여 명의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 교인들로 가득 찼다. 취재를 위해 참석한 매체 중에는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도 있었다. 알자지라 방송은 한국교회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고 싶다며 이날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랑의교회 교인 13명 제명 출교 재판의 문제점을 짚는 기자회견이 2월 23일 열렸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인 방인성 목사와 박득훈 목사,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권영준 장로와 김근수 집사, 갱신위 교인 변호를 맡았던 신동식 목사가 나와 이번 재판이 왜 부당한지 이야기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갱신위, "변론 한번 못하고 재판받았다"

먼저 갱신위 김근수 집사가 경과를 설명했다. 재판이 어떻게 진행됐고, 어떤 점에서 불공정했는지 짚었다. 면직 및 제명 판결받은 김근수 집사는 "지난해 고소장을 택배 상자로 받았다. 사회 법은 고소장을 등기우편으로 보내야 하고, 이를 본인이 직접 수령해야 효력이 있는데 교회법에서는 이를 무시했다. 재판국이 구성되고 나서는, 사랑의교회 직원이 문자메시지로 소환장을 보냈다. 재판국과 사랑의교회가 서로 짰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제명하겠다고 판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갱신위 교인들의 변호인으로 나섰던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재판국이 제대로 된 변론 기회 한번 주지 않고 부당하게 판결했다고 했다. 신 목사는 "발언을 거의 못 했다. 발언해도 내 말이 조금만 길어지면 멈추라고 말했다"면서, 노회 재판국이 다음 기일 날짜조차도 변호인과 상의하지 않은 채 재판을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신 목사가 할 수 있던 건 선고하기 전 최후 변론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식물 변호인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 방인성 목사는 한국교회 치리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뿐 아니라 전병욱 목사 판결도 목사들에 의해 목사를 보호하는 형태를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국교회 치리, 목사들의 친분에 의해 좌지우지"…교단 헌법 개정 운동 제안

이어 방인성 목사가 '교회 재판 과정을 통해 본 한국교회 치리 구조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방 목사는 이번 판결과 전병욱 목사 판결을 보면서 노회 재판의 불법성과 비상식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동서울노회 재판국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 중 오정현 목사를 비공개적으로 만났고, 재판국 서기는 사랑의교회 직원과 동행했다. 평양노회 노회장은 홍대새교회에 가 "전병욱 목사와 홍대새교회는 평양노회가 지킨다"고 말했다. 이런데도 목사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교인들을 출교하는 것을 보면서, 방 목사는 "교권의 타락을 보며 교회가 빨리 망하기를 바라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방인성 목사는 목사 중심으로 돼 있고, 독립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치리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교단 헌법 개정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방 목사는 "객이나 고아나 과부의 송사를 억울하게 하는 자는 저주를 받는다"는 신명기 말씀을 인용하며, 억울하게 피해 받는 교인이 없으려면 성경 말씀에 따라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이 교단 헌법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갱신위 권영준 장로가 발언했다. 권 장로는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문제가 드러나자 이후 꾸준히 오 목사의 회개를 촉구하며 갱신위 활동에 앞장서 온 사람으로, 이번 판결에서 제명·출교 판결을 받았다.

권 장로는 헌법 11조 1항과 2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와 헌법 27조 1항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를 언급했다. 헌법에 비추어 봐도 이번 노회 재판은 교인 위에 있는 목사와 법 앞에 불평등한 교인의 모습을 보여 준 사례라고 했다.

▲ 한때 오정현 목사의 최측근이었던 권영준 장로는 논문 표절 사건 이후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오정현 목사의 회개를 요구해 왔다. 동서울노회는 권영준 장로도 제명 출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방인성, 박득훈 "새로운 교회 운동 모색해야 할 때"

'오정현 목사 반대파' 갱신위 교인들이 대거 제명당하면서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방 목사는 이를 염두에 두고 갱신위 교인들에게 당부했다.

"여러분들은 교회 갱신 공동체 몸을 담고 계시다. 새로운 교회 운동의 길을 모색하시고 가시면 불법적이고 비양심적·비신앙적 목회자가 꺾일 것이고, 그런 교회가 더 이상 교회로 인정받지 못할 날이 올 것이다. 혹 그게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주님이 기뻐하시는 새로운 교회 운동을 가열차게 한다면 희망이 되지 않을까. 여러분들이 그 길을 간다면 교단과 교회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다."

박득훈 목사도 앞으로 갱신위 교인들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조언을 건넸다.

"교회개혁 운동을 해 온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사랑의교회 문제는 승산 없다. 유대교 세력은 예수님도 십자가에 못 박았지 않았는가. 이 분들은 예수가 와도 못 박을 사람들이다. 여러분들은 그런 분들과 싸우는 거다. 승산이 있겠는가? 여러분들이 사랑의교회를 끝까지 개혁하겠다고 하면, 승산이 없어도 내가 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봐야 한다.

승산을 따지면 안 된다. 승산을 따지면 오래 못 간다. 그러면 서로 싸우게 되고 깨진다. 그러나 승산과 관계없이 주님이 우리를 부르고 계시다, 이걸 어떻게 마다하겠냐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안 말리겠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함께 기도하시면서 주님의 음성을 들으시고 함께 가시면 좋겠다."

두 목사의 조언 후 행사는 마무리됐다. 갱신위 교인들은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랑의교회가 28일 당회를 열고 장로를 선출하겠다고 밝히자, 갱신위는 임직자 선출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지난해 1월에도 갱신위 교인들의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여 사랑의교회의 장로 선출 시도가 제지당한 바 있다. 이번 가처분 신청 결과는 26일 나올 예정이다.

▲ 이날 기자회견에는 갱신위 교인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갱신위 교인들 중에는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사랑의교회 갱신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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