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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 없는 주일' 실험 중인 높은뜻정의교회
매달 셋째 주일마다 헌금함 덮개로 가려…교인들 NGO 후원, 아파트 경비원, 미화원 지원도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6.02.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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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뜻정의교회는 올해 초부터 '헌금 없는 주일'을 시행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주일 헌금을 내는 대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교인들은 NGO를 후원하거나 아파트 경비원, 미화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높은뜻정의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높은뜻정의교회(오대식 목사)는 지난 1월, 한 달에 한 번씩 '헌금 없는 주일'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매월 셋째 주 주일 헌금을 내지 않는 대신 어려운 이웃에게 헌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헌금의 이름은 '정의(井義) 헌금'.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가 샘처럼 솟아나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대식 목사 제안으로 시작된 '헌금 없는 주일'은 큰 반향을 불러왔다. 교계 언론뿐 아니라 주요 일간지도 높은뜻정의교회의 실험을 소개했다. 한 일간지는 "교회에 헌금하고 구제·봉사·선교를 맡기는 데에서 나아가 교인 스스로 '작은 예수'가 돼 소외된 이웃을 찾아 나서도록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스앤조이> 기자는 2월 21일 높은뜻정의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예배 장소인 정의여고 강당 3·4층은 교인들로 가득 찼다. 강단 우측 상단에는 "정의 헌금 하는 날"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세로로 걸려 있었다. 예배당 입구에 놓여 있는 헌금함은 흰색 덮개로 가려 있었다. 덮개에는 "오늘은 정의(井義) 헌금 하는 날입니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날 오대식 목사는 "정의를 사랑하고 악을 미워하시니(시 45:1-7)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설교의 핵심은 '하나님의 정의'였다. 오 목사는 지금 우리 사회가 정의롭냐고 질문을 던졌을 때 사람마다 답이 다를 수 있지만, 하나님 기준으로 이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세월호 같은 사건이 터져도 진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진실은 뒷전이고 정치적으로 해석하기 바쁩니다. 부자와 가난한 자, 힘이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설교가 끝나고 봉헌이 이어졌다. 여느 교회에서 볼 수 있는 헌금 바구니는 등장하지 않았다. 예배당 입구에 있는 헌금함도 개봉되지 않았다. 대신 교인들은 지난주에 받은 정의 헌금 봉투를 꺼냈다. 오 목사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정의 헌금을 사용하자"고 기도했다.

"교인들 정의 헌금, 자발적·적극적 참여"

   
▲ 헌금함은 흰색 덮개로 가려져 있었다. 덮개에는 "오늘은 정의 헌금 하는 날입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헌금 없는 주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교인들이 과연 정의 헌금을 지속적·자발적으로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예배 후 기자를 만난 오대식 목사는 시행 초기 단계이니 계속 지켜봐 달다고 당부했다.

실제 정의 헌금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오 목사는 가족 단위로 정의 헌금을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가족 간 회의를 통해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 NGO를 후원하거나,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에게 선물을 주는 식이다. 고아원과 지역 경로당을 찾아 과일을 전달한 교인도 있다.

교회 안에 있는 어려운 교인을 돕기도 했다. 지난 2월 13일 몽골 출신 김 아무개 집사가 숨진 소식을 들은 구역 교인들은 김 집사를 위해 '정의 헌금'을 냈다. 350만 원가량 모였다. 정의 헌금은 장례식 비용과 몽골에서 온 유가족들 교통비로 쓰였다.

대형 교회가 한 달에 한 번 헌금을 걷지 않는다는 소식은 오해를 낳기도 했다. 일부 개척교회 목사들이 높은뜻정의교회 사무실로 항의 전화를 걸었다. "큰 교회니까 할 수 있는 일 아니냐", "작은 교회들만 곤란하게 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오 목사는 '정의 헌금'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고,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3~4년 전부터 매달 한 번씩 구제 헌금을 걷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왔다. 구제 헌금을 걷는 대신 교인이 직접 나서 구제와 봉사를 하게 한 것이다. 오 목사는 정의 헌금을 신앙 훈련의 일환으로 생각한다. 오 목사는 "교회 구제위원회가 활동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교인들이 나서면 다르다. 세심하게 하나하나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매달 한 번씩 헌금을 외부로 보내는 것에 대한 부담과 교회 재정상 문제는 없을까. 오 목사는 "아직 초기 단계고, 1년이 지난 뒤 결산을 해 봐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일 예산이 줄지 않으면 다른 교회에도 '정의 헌금'을 시행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예산이 줄면, 줄어든 예산에 맞춰 사역을 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매월 셋째 주 교인이 내는 헌금의 이름은 정의 헌금이다. 높은뜻정의교회는 매월 둘째 주 교인들에게 정의 헌금 봉투를 나눠 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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