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준전임. 전임이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파트타임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이 말은 흔히 졸업이나 휴학 상태 사역자를 가리킨다. 파트타임 전도사의 경우, 평일에는 신학교 강의를 듣고 주말에 교회 사역을 하는 경우가 많다. 풀타임(전임) 사역자는 일주일 내내 교회에 상근한다.

준전임은 파트타임처럼 주말에만 교회에 출근한다. 때에 따라 수요일이나 금요일에 교회에 나가기도 한다. 학교를 안 다니니 남는 시간이 있지만, 자의로 파트 사역을 하는 게 아니라 '타의', 즉 일자리가 없어 파트를 맡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 중 3~4일은 무직 상태인 셈이다. 출근 횟수가 적으니 그에 비례해 월급도 낮다. 교회에서 받는 생활비로는 살기가 힘들다.

<뉴스앤조이>에도 부교역자의 삶과 처우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렸다. 지난해 부교역자 부당 해고 문제라든지, 파트타임 전도사의 삶을 담은 '파전행전'(김정주)가 실렸다. 이 문제는 다른 언론에서도 기사로 자주 다뤘다. 목회자들도 이제 제2의 직업을 가져야 한다며, '이중직'에 대한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왔다. 기독교대한감리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아예 이중직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목회자에게 진로 교육 강사 길 연 정태형 전도사

정태형 전도사(빛소금교회)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여러 기사를 보며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준전임 전도사를 위한 생계유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이름도 그럴듯하게 지었다. '부활 프로젝트.' 이는 '부'교역자의 '활'로를 찾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 보기 정태형 전도사를 만났다.

정 전도사가 주목한 건 '진로 교육 선생님'이다. 현행 교육과정은 각 학교가 의무적으로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하게 되어 있다. 학교는 수업을 진행해 줄 외부 강사를 찾는데, 주로 취업 컨설팅 업체를 통해 선생님을 모집한다. 업체는 다시 민간에서 선생님을 찾는다. 그런 일을 하려면 뭔가 자격증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제한은 없다. 아무나 할 수 있다.

우연한 기회에 정 전도사는 직접 중·고등학교에 '진로 교육 선생님'으로 나가게 됐다. 해 보니 좋았다. 돈벌이도 됐고, 일도 보람 있었다. 혼자만 '꿀팁'을 쥐고 있을 수는 없는 법. '함께 잘살아 보자'는 마음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일을 소개했다.

일하기 원하는 전도사를 모았는데 10명이 모였다. 정태형 전도사는 이들을 취업 컨설팅 전문 업체와 연결했다. 1기의 시작이었다. 반응은 좋았다. 지난해 하반기 30여 곳의 학교에 전도사들이 투입됐다.

반응이 좋자, 정 전도사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좀 더 체계적으로 일을 해 보기 위해 'PRAUS 전인교육연구소'를 만들었다. PRAUS는 장기적으로 전도사들과 학교를 직접 연결하는 생협 형태의 컨설팅 업체 형태도 고민하고 있다.

교회 밖 아이들 만나는 귀중한 경험

어떤 식으로 '선생님'이 되는지 좀 더 자세히 알려 달라고 했다. 교사로 지원한 사람들은 보통 2주 정도 사전 교육을 받는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배운 뒤 실전에 투입된다. 진로 교육이라는 게, "너는 뭘 하고, 너는 뭘 해라" 이런 게 아니라 "네 미래는 너 스스로 결정해라" 같이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직접 선택하게 돕는 것이다.

학교에 나가 아이들 가르치는 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 처음 생각했던 '생계에 도움을 주자'는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1주일에 1번, 1달에 4번만 시간 내 강의해도 30만 원 이상 돈을 벌 수 있다. 전도사로서는 큰돈이다.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가르치면서 배우는 효과가 있다. 정태형 전도사는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 요즘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업하건 말건 자는 아이, 딴청 피우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교회 밖 아이들의 정서와 가치관, 시각을 깨닫는 소중한 기회다. 그런 아이들을 보다가, 주일만 되면 꼬박꼬박 교회에 나와 앉아 있는 애들을 보면 정말 와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했다.

스스로 실력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 전도사는 '교회 언어'를 안 쓰고 온종일을 수업하려니 정말 할 말이 없었다는 피드백을 남겼다. 교회에서야 십자가, 믿음, 은혜 같은 단어를 넣어 말하면 어지간한 얘기는 다 통하는데 학교에서는 그런 것 없이 종일을 수업을 해야 한다.

일반 아이들을 만나 가르친 경험을 다시 교회에 적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으로 산다는 것', '연애와 사랑: 17금과 19금 사이', '문화: 피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 같은 콘텐츠는 청소년들의 주 관심사인 술, 담배, 연애를 주제로 한다. 이미 몇 개 교회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 정태형 전도사는 "모두 힘든 상황에 있기 때문에 서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정 전도사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무명의 전도사'들이 힘을 합쳐 희망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준전임들의 희망 찾기 "힘들면 돕고 살아야죠"

정태형 전도사는 고려신학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파트타임 전도사다. 시간도 돈도 넉넉지 않은 그가 왜 발 벗고 나서는 것일까.

"물론 이런 일 한다고 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수 있겠죠. 그렇다고 못 할 이유는 없어요. 좋은 마음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게 희망 아닐까요?

목회하면서 무한 경쟁 사회에서 이기라고 가르치지는 않잖아요. 어쨌든 함께 살아가라고 말하고, 옆 사람 돌아보라고 하잖아요. 목회자들도 옆에 있는 부교역자들을 돌아보며 가면 좋겠어요."

부활 프로젝트는 다시 시작된다. 1기 경험을 바탕으로 2기도 해 보려고 나섰다. 현재 신청자를 받고 있다. PRAUS는 2월 29일 오후 3시 용산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서 신청자들과 첫 만남을 할 계획이다. (링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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