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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개선은 시민의 의무다
신은 민주적 과업을 좋아하신다
  • 박상훈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6.02.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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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in, 1809~1865)은 정치적 고뇌 속에서 신의 뜻을 살피는 일을 깊이 있게 말한 사람이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대통령 재임에 성공한 뒤 재취임 연설에서 링컨은 신의 뜻을 누구도 독점적으로 주장할 수 없지만 현실에서 정치적 노력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남부와 북부 양측 모두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신에게 기도한다. 상대방을 응징하는 데 신의 도움이 있기를 간청하고 있다. 남이 흘린 땀으로 자기 빵을 얻는 자들이 감히 정의로운 신의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만,  우리가 심판받지 않고자 한다면 상대 또한 심판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남북 어느 쪽도 기도로 신의 응답을 받을 수 없다. 지금까지 어느 쪽도 신의 충분한 응답을 받지 못했다. 전능한 신은 그 자신의 목적이 있다.

'사람을 죄짓게 하는 이 세상은 참으로 불행하여라. 이 세상 죄악 유혹은 있기 마련이나 남을 죄짓게 하는 자는 참으로 불행하도다.' 미국의 노예제도가 바로 그 같은 죄 가운데 하나다. 신의 뜻대로 이 세상에 있기 마련인 죄 중 하나라면, 신이 정한 시간에 지속된 그 죄를 신께서 이제 그만 거두시고자 한다면. 그 죄지은 자들로 인한 재앙을 징벌하고자 신께서 남과 북이 이 끔찍한 전쟁을 치르게 하신 것이라면, 우리가 이 전쟁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 살아 계신 신을 믿는 자들이 언제나 그분의 것이라 생각하는 – 그 신성한 뜻이 아닌 다른 어떤 뜻이겠는가?

이 거대한 재난의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열심히 기도하자. 그러나 품삯 한 푼 주지 않고 노예의 땀으로 모은 250년의 재산이 모두 다 탕진될 때까지, 3천 년 전의 말씀이 이르듯 채찍으로 남의 피를 흘리게 한 자가 스스로 칼에 맞아 그 피 한 방울 한 방울을 자기 피로 되갚게 되는 날까지 전쟁을 지속시키려는 것이 신의 뜻이라면, 우리는 그저 '신의 심판은 참되어 옳지 않은 것이 없도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도 원한 품지 말고, 모든 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신께서 우리에게 보게 하신 그 정의로움에 대한 굳은 확신을 가져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부여된 일을 끝내고 이 나라의 상처를 꿰매기 위해 노력하자. 나아가 이 싸움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사람과 그의 미망인,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고 우리들과 모든 나라들가 정의롭고 영원한 평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모든 일을 위해 노력하자."

   
▲ 미합중국을 상징하는 문장. 피라미드 위의 라틴어 ANNUIT COEPTIS는 '신은 우리가 하는 일을 좋아하셨다' (God has favored our undertaking)를 뜻한다.

미국의 37대 대통령 린든 존슨(Lyndon Baines Johnson, 1908~1973) 역시 그랬다. 그는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흑인 시민들이 민주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하는 민권법(Civil Right Act) 통과를 요청하는 의회 연설을 했다.

"미합중국을 상징하는 문장을 보면 피라미드 위에 라틴어로 '신은 우리가 하는 일을 좋아하셨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신께서 다 좋아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신의 뜻을 헤아리는 게 우리의 의무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 밤 우리가 이 자리에서 시작하는 일은 신께서 정말로 이해하고 좋아하실 것이라 믿는다."

한마디로 말해, 더 나은 민주정치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신의 뜻과 구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야 함을 말했다고 본다.

기독교는 '노예를 위한 종교'가 아니다. 노예의 삶을 벗어나 자유로운 공동체 속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종교로 출발했다. 그렇기에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본다. 혹은 그런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의무로 지닌 종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교회 안에서 교인을 수동적인 존재로 만드는 교리나 해석을 이해할 수 없다. 현실에서 벗어난 염세적인 기도 생활에 몰두하는 일, 합리적 문제 제기조차 '교만'으로 질타받는 일, '어린아이 같은 믿음'을 앞세워 굴종적 자아 부정을 강요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 몇몇 목회자나 사제가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정치체제는 군주정이라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경악하게 된다. 그건 자신들의 절대적 권위를 은근히 바라는 불쌍한 심리를 드러내는 일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신과 자신이 동격으로 보였으면 하는, '사실상의 범죄'에 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민주주의라는 자치의 원리를 인간이 발견하게 된 것을 신의 은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민주주의라는 정치 현실에서 벗어나거나 멀어지려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인간 삶의 개선자가 되는 것이 합당한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가부장주의의 다른 얼굴인 온정주의가 가난한 시민을 종속적 지위로 보게 하는 권위주의적 접근일 때가 많다는 점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보다는 평등한 시민권 원리에 기초를 두고 빈곤과 불평등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자유 시민의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로 여겼으면 한다. 그래야 인간을 정신적으로 건강하면서도 신의 은총을 받을 심원한 존재로 만들 수 있고, 나뿐만 아니라 동료 시민의 영혼을 보살피는 일을 보람으로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굶는 아이가 있다면 내 마음이 궁핍해진다고 생각하는 시민, 아랍계 이민자 가족이 적법한 절차 없이 인권이 침해되는 일을 내 인권이 침해당하는 일로 여기는 기독인, 병원비가 없어 자신의 집세를 포기해야 하는 사람의 현실을 곧 내 가족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신의 뜻에도 합당한 일이다. 그런 정치 공동체를 만들고자 애쓰는 현실 속에서 은총과 구원의 계획이 신비로운 방식으로 실현된다고 본다.

   

박상훈 

2015년부터 정치발전소 학교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영대를 졸업한 후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를 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정당의 발견>, <정치의 발견>, <어떤 민주주의인가> 등이 있다.

박상훈의 기독인을 위한 정치

제1부 기독인에게도 정치에 대한 소명은 있다

1. 기독교와 정치학의 대화

2. 불완전한 인간의 정치

3. 인간의 자유의지와 민주적 자치

4. 민주정치를 위한 참여의 열정

5. 누가 정치를 이끌어야 할까

6. 신은 민주적 과업을 좋아하신다

7. 민주주의자는 정치주의자다

제2부 우리에게 정치란 무엇이고 또 무엇일 수 있을까

8. 인간은 왜 정치적 동물인가

9. '진정성의 정치'가 중요하지 않을까

10. 철학적 인간 vs. 정치적 인간

11. 정치의 핵심으로서의 통치론

12. 정치적이되 아름다워야 한다

제3부 민주주의자가 갖춰야 할 정치적 이성

13. 소명으로서의 정치

14. 민주주의와 결사의 자유

15. 정당을 기피하는 사회가 위험한 이유

16. 갈등에 대한 민주적 이해 방법

17. 사회 갈등과 정당정치

18. 노동의 존엄성에 기초를 둔 공동체

19. 시민적 삶의 민주적 기초

20. 끝없는 여정의 민주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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